▲뭘 사야 할까? 아내가 망설이고 있다박철
"그런데 여보, 지금 나한테 돈이 한 푼도 없는데…. 당신 장보고 돈 얼마나 남았소?"
"딱 만원 남았어요. 이거면 국밥 값이야 되겠지요."
"그럼 할매 식당으로 갑시다."
돼지국밥 원조로 알려진 할매식당 한쪽 구석에 세 사람이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잠깐 기다렸더니 이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먹음직스러운 돼지국밥이 나왔습니다. 은빈이는 돼지고기 수육을 새우젓에 찍어서 먹는데 얼마나 잘 먹던지 배가 많이 고팠던 모양입니다.
아내와 올 봄에 어머니를 모시고 와 함께 살 얘기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거의 국밥을 다 먹어가고 있는데 은빈이가 불쑥 자기 코트에서 빨간 지갑을 꺼내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더니 빳빳한 일만 원 권 지폐를 식탁에 내려놓았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엄마 아빠! 오늘 국밥 값은 제가 낼게요."
너무나 갑작스러운 일이라 우리 내외는 어리둥절할 수밖에요. 아마 조금 전에 아내가 돈이 만원 밖에 남지 않았다는 소리를 들었던 모양입니다.
"은빈아! 누가 너보고 국밥 값 내라고 그러든?"
"아빠! 괜찮아요. 엄마 아빠 돈 없잖아요. 오늘은 제가 쏘는 거예요."
"그 돈은 어디서 났는데?"
"지난 1월 1일 아빠가 주셨던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