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번째 기사를 보내면서...

등록 2006.01.30 15:28수정 2006.01.30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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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오마이뉴스에 기자회원으로 등록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사는이야기에 주로 기사를 올리시는 정현순님이 이번에 올리는 기사가 100번째 기사라고 쓴 것을 읽은 적이 있다. 정 기자님은 100번째 기사를 쓰면서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고 하셨다.


나도 드디어 100번째 기사를 보낸다. 첫 기사가 생나무로 시작된 오마이뉴스와의 인연이 벌써 100번째가 된 것이다. 숫자로는 이번이 101번째이지만, 중간에 편집상의 문제로 같은 기사를 두 번 보내서 하나는 생나무고 하나는 잉걸이 되었으니 이번에 100번째가 된다.

그동안 조금은 민망하고 조금은 아쉬웠던 생나무 기사들을 따로 지워달라고 부탁하거나 애써 외면하지는 않았다. 그저 아쉬우면 아쉬운대로 그냥 두고 볼 뿐이었다. 오늘 그 생나무 기사의 숫자를 세어봤다. 아홉 개의 생나무 기사가 있다. 생나무 기사는 내게 있어 다른 손가락보다 조금 더 아픈 손가락이다.

할 얘기가 얼마나 있을까 염려하면서 시작한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일 년 하고도 반이 더 지났다. 그 일 년 반의 기간 동안 처음엔 소나기처럼 기사를 쓰다가 요즘은 뜸해져서 한 달에 하나 쓰기도 바쁘다.

오래전에 오마이뉴스에서 실시하는 교육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그 교육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소재를 다양화하라는 얘기였다. 자기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만 기사화하다보면 금방 소재가 고갈되어 머지않아 더 이상은 기사를 쓸 수 없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 얘기를 머리 속에 담아 두었으면서도 난 내가 쓰는 기사의 소재범위를 전혀 넓히지 못했다. 대부분의 기사를 내가 보건진료소에서 일하면서 만나게 되는 이웃들과 겪게 되는 작고 소소한 이야기들로 채워졌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정말 기사거리가 점점 궁하게 되었다.


소재를 다양화해서 기사를 꾸준히 작성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변명이라면 직장생활을 하면서, 대학원을 다니면서, 한 편으로는 혼자 계신 어머니도 일주일에 한두 번씩 자주 찾아 뵙고 챙기면서, 더구나 몸이 좋지 않아 한 달에 두세 번씩 멀리 있는 병원을 다녀야 하는 지금 내 입장에서는 다양한 기사를 쓰기 위해 눈을 밖으로 돌린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그 것들이 내 능력 밖의 일이다.

그래도 생각해 보면 나를 늘 챙겨주시는 고마운 이웃집 아저씨 얘기도 있고, 얼마 전부터 내게서 한글을 배우는 장애여성 얘기도 있고, 며칠 전에 설을 맞아서 아랫마을에 있는 떡 방앗간을 찾아갔던 얘기도 있다. 뿐만 아니라 직장을 집삼아 살고 있는 어려움도 여전하고, 아직은 하고 싶은 얘기가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오마이뉴스의 뉴스게릴라가 되어 보건진료소가 뭔지도 잘 모르는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가 여기 이렇게 존재하고 있다는 것도 알리고 보건진료원이 어떤 일을 하는지 다른 사람들에게 글을 통해 알릴 수 있으면 좋겠다 싶어 시작한 처음의 열정이 지금은 많이 사라진 것도 또한 사실이다. 한 동안 많은 일들 중에서 첫 번째 순위였던 오마이뉴스의 기사쓰기가 어느새 뒤로 차츰 밀려 지금은 그 우선순위가 한참 뒤로 밀린 것이다.

100번째의 기사를 쓰시면서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고 하는 분이 있는가 하면, 나처럼 겨우 100번째의 기사를 쓰면서 오마이뉴스에 계속 남아 있어야 하는지 아니면 이쯤에서 접어야 하는지 고민하는 못난 사람도 있다. 다시 처음의 정열로 돌아가야 할지, 아니면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이 정도에서 마무리를 하고 이제 그만 욕심을 버려야 하는 것인지 그 것이 100번째 기사를 쓰고 있는 지금의 내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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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하는 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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