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팀 '알리안츠 구장'에서 준결승전 가능할까?

[르포] 한국 월드컵 팬들에게 손짓하는 뮌헨에 가다

등록 2006.02.02 13:16수정 2006.02.02 13:44
0
원고료로 응원
a 월드컵 개막전과 준결승전이 치러질 뮌헨의 '알리안츠 아레나'. 홈경기를 치르는 팀에 따라 경기장 외벽의 색깔이 변한다.

월드컵 개막전과 준결승전이 치러질 뮌헨의 '알리안츠 아레나'. 홈경기를 치르는 팀에 따라 경기장 외벽의 색깔이 변한다. ⓒ Allianz

유럽의 부국인 독일에서도 가장 번창한 도시인 뮌헨은 BMW와 지멘스의 본사가 있으며 인구는 약 150만이다. 뮌헨은 유명한 알프스와 인근의 호수를 비롯해 이곳의 시민과 방문객 모두가 같이 즐길 수 있는 많은 볼거리로 넘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수 많은 예술가와 작가, 철학자들이 지구상에서 가장 살기좋은 곳이라며 몰려들고 있다.

1990년 동베를린에서 이곳으로 이주한 컴퓨터 기술자 볼디르씨는 "훌륭한 곳이다, 사람들도 친절하고 겸손하다, 지난 20년간 바바리아 지역에 많은 투자가 이루어졌고, 지금은 부동산 가격이 독일에서 제일 비싼 곳이다, 내가 여기 처음 왔을 때 트라반트(구 동독제 저가 소형차)를 타고 오니까 많은 사람들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다"고 말한다.

1만1천대의 차가 주차할 수 있는 유럽 최대 규모의 이 곳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월드컵 개막경기가 열리는 오는 6월 9일, 이제는 생산이 중단된 동독제 자동차를 찾아보기는 아마도 힘들 것이다. 개최국 독일은 6만6천여명의 홈팬이 열광하는 가운데 약체인 코스타리카를 가볍게 이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월드컵 우승의 영광을 안겨준 도시 뮌헨

1158년 시로 승격된 이 곳 뮌헨의 자부심 강하고 패션감각이 뛰어난 시민들은 국제경기에 익숙해져 있다. 1972년 12명의 이스라엘 선수들이 피살되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한 뮌헨 올림픽이 이곳에서 열렸고, 이 사건을 소재로 한 스필버그 감독의 신작 영화 포스터가 시내 곳곳에 부착돼 있다.

이 사건 발생 2년 후 뮌헨에서는 월드컵에 대한 좀 더 즐거운 추억거리가 생겼다. "폭격기"라 불리던 거드 뮬러와 '축구황제'로 불리던 프란츠 베켄바워가 이끄는 서독대표팀이 10만명의 관중이 열광하는 가운데 열린 월드컵 결승전에서 네덜란드를 2-1로 격파하고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물론 1954년 결승에서 헝가리를 상대로 우승한 것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지만 말이다.

1990년 실력과 강한 정신력을 겸비한 율겐 클린스만, 루디 폴러 그리고 로타 마테우스가 이끄는 독일팀이 역사상 세번째이자 마지막 월드컵 우승을 하던 날, 뮌헨의 유명한 맥주집은 소세지를 목에 감고 잔을 서로 부딛치며 흥분한 팬들로 넘쳐났었다.


그러나 이런 스타들의 은퇴는 독일 국가대표팀의 부진으로 이어져 현재 독일은 세계 랭킹 16위에 머무르고 있다. 폴러의 지휘 하에 2002년 월드컵 결승에 진출한 것은 운 좋은 이변이었으며 2000년과 2004년 유럽챔피언전에서 예선탈락의 고배를 마신 것은 독일팀의 현주소를 여지없이 보여준 것이다.

2004년 패배 이후 폭스바겐의 소형차 비틀을 몰고다니는, 지성적이며 환경주의자인 클린스만이 감독직을 맡았다. 그는 최근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이번 여름에 승리를 갈구하는 독일인들의 염원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전직 토튼햄 핫스퍼의 공격수 출신으로 감독 경험이 전무한 그는 캘리포니아 해변의 자택에서 감독 직무를 보다 독일 축구계의 논란거리가 되기도 했다.


영국의 타블로이드지들이 "독일인 율겐"이라고 부르는 그가 감독으로서 필요한 노하우가 있는지 여부를 말하는 것은 아직 이르지만 적어도 운은 따르는 것으로 보인다. 같은 조에 폴란드, 코스타리카, 에쿠아도르 등이 포함되어 있어 예선통과에 별 문제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결승이 가까워 질 수록 더욱 힘들어 질 것이다. 약체팀 독일이 과연 강팀을 이길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독일이 강팀을 이겨본 것은 벌써 6년전이며 이제는 마이클 발락 같은 스타 플레이어에 의존을 해야 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눈독을 들이고 있는 발락은 바바리아 지역의 강팀인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고 있다. 유럽 챔피언을 4번이나 차지한 이 팀은 낡고 볼품없는 콘크리트 덩어리인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새로 지은 알리안츠 아레나로 홈구장으로 옮겨온 것에 만족하고 있다.

예술감 넘치는 '알리안츠 아레나'

a 뮌헨 시내

뮌헨 시내 ⓒ Duerden

독일 월드컵은 축구경기장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신호탄이 되었으며 도심에서 불과 20분 거리에 있는 알리안츠 아레나가 그 상징이다.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10개 경기장 중에서 가장 많은 건설비가 들어간 아레나 경기장은 약 3억 유로가 투입되었다.

독일의 대형 보험사인 알리안츠가 9천만 유로를 지원하면서 재정적인 부담을 덜었다. 대신 알리안츠는 자사의 브랜드를 2021년까지 사용하는 특혜를 갖게 되었지만 FIFA는 월드컵 경기 중에 이름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역에서 경기장으로 가다보면 알리안츠 아레나는 축구장이라기 보다는 멋지게 지은 현대식 미술관처럼 보인다. 이 경기장은 스위스의 유명한 건축회사인 '헤르초그 앤드 드 뮤론'이 설계했으며 그 독특한 외양으로 인해 현지인들은 경기장을 '고무보트'라고 부른다.

특히 어느 팀이 홈경기를 치르느냐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 수백여개의 조개 껍질 모양 타일이 외벽을 장식하고 있다. 바이에른팀은 붉은색, 유명세가 덜한 '1860뮌헨'팀은 푸른색을 배정받았다.

설계를 담당했던 축구광 쟈크 헤르초그씨는 사람들이 경기자체에 더 관심을 갖기를 원한다. 그는 "축구장의 경험은 가능한 짜릿해야 한다"며 "팬들이나 선수들 모두에게 콜로세움같은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양팀 모두 경기장 내에 기념품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바이에른팀 매장 벽면에는 우승컵 기념사진이 더 많이 전시되어 있다. 양팀 선수들이 매서운 1월의 추위를 피해 따듯한 곳으로 전지훈련을 떠난 관계로 아레나 경기장에는 아무도 없었다.'1860뮌헨'팀은 영국 및 독일인들이 중저가 휴가지로 즐겨찾는 카나리아 군도의 테네라이프로, 바이에른팀은 더 비싼 두바이로 전지훈련을 갔다.

"좋은 음식, 친절한 사람들, 그리고 역사가 어우러진 곳"

a 기념품 가게를 운영하는 하이너 폰 하우젠씨

기념품 가게를 운영하는 하이너 폰 하우젠씨 ⓒ Duerden

뮌헨의 유명한 맥주집인 호프브라우하우스에서 만난 바이에른팀의 팬인 볼디르씨는 아레나가 새로운 관광명소로 유명해지고 있다며 기뻐했다. 그는 바이에른 팬이 아니면서도 경기장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입장권 사기가 갈 수록 힘들어 진다며 맥주잔을 앞에 놓고 푸념을 한다.

경기장을 찾은 사람들은 시합이 재미 없으면 머그잔, 셔츠, 그리고 경기장 잔디와 똑같은 잔디가 담긴 캔 등 기념품을 사기 위해 아레나 매장에 몰린다고 한다. 좀더 부유한 사람들은 아레나 내부에 있는 아우디 전용 매장이나 보석가게로 몰려가 돈을 쓴다.

도심에서 기념품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하이너 폰 하우젠씨는 축구 경기와 자신이 태어난 도시에 대해 열변을 토하며 자랑한다.

올해 53세인 그는 "뮌헨이 독일에서 가장 훌륭한 도시"라며 "좋은 음식에다 맛있는 만두, 그리고 개방적이며 친절한 사람들과 풍부한 역사가 함께 어우러져 있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요즘에는 보기 힘든 제스처인 '모자를 썼다 벗었다'를 반복했다.

다른 매장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스카프와 셔츠를 팔고 있는 하이너씨는 "여기 모든 것이 독일 제품이라 품질이 최고"라며 "아시아산 제품은 취급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바바리아의 수도인 뮌헨에서 예선전을 치른다. 하지만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릴 다음 경기는 준결승전 뿐이어서 일본, 한국, 이란 등은 이번 여름 4강에 진출해 뮌헨의 꿈의 구장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을 것이다.

(*번역:이재용)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난리도 아닙니다" 농민들이 올해 벼 빨리 베는 이유 "난리도 아닙니다" 농민들이 올해 벼 빨리 베는 이유
  2. 2 이러다가 대한민국이 세계지도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이러다가 대한민국이 세계지도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3. 3 "자기들 돈이라면 매년 수억 원 강물에 처박았을까" "자기들 돈이라면 매년 수억 원 강물에 처박았을까"
  4. 4 '검찰 유도신문' 녹음 파일 통했나... "최재영 청탁금지법 기소" 결론 '검찰 유도신문' 녹음 파일 통했나... "최재영 청탁금지법 기소" 결론
  5. 5 "대통령, 정상일까 싶다... 이런데 교회에 무슨 중립 있나" "대통령, 정상일까 싶다... 이런데 교회에 무슨 중립 있나"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