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을 넣지 않은 퇴비는 발효가 되지 않았다.조태용
"미생물을 넣지 않은 곳을 보면 낙엽이 그대로 있잖아요."
"아마 발효되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발효도 잘 안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미생물을 함께 넣어주면 발효가 잘 되죠."
"그럼 발효가 잘 된 것은 어떻게 알 수 있죠?"
"그거야 눈으로 봐도 알 수 있고 냄새를 맡아보면 알 수 있습니다."
"한 번 맡아 보시죠."
직접 거름향기를 맡아보니 구수한 냄새가 난다. 소 똥에 음식물 쓰레기까지 들어 있던 것이 미생물에 의해 전혀 새로운 것으로 거듭난 것이다.
"거름을 직접 만들어 보니까 어떠세요?"
"하하… 힘들죠."
"유기농으로 농사짓는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됩니다."
"그래도 땅에서 농사 져서 먹고 사는데 땅이 싫어하는 일을 하면 됩니까?"
"땅은 정직하다고 하잖아요?"
"그 말 딱 맞는 말입니다."
"땅처럼 정직한 게 없어요."
"화학비료를 주면 땅은 좋지 않은 쪽으로 변해 죽은 땅이 되어 갑니다."
"그래도 땅은 작물을 죽이지는 않습니다."
"대신 작물이 병이 많이 걸려 농약을 많이 줘야 하기 때문에 화학비료를 많이 하는 곳에서 무농약 농사는 불가능하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다시 이런 좋은 유기질 거름을 주면 땅은 또 변화합니다."
"이번엔 살아 있는 좋은 땅이 되는 것입니다. 살아 있는 건강한 땅에서는 작물도 큰 탈없이 잘 자라 무농약 농사가 가능하게 됩니다."
보통 사람들은 어디 가서 잎이 무성하고 겉모양이 좋으면 '아, 농사 잘 짓는구나'라고 하지만 진짜 농사꾼은 땅부터 본다고 한다. 땅이 살아 있어 건강해야 농사 제대로 짓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을 평가할 때 흔히 얼굴만 보고 평가하듯이 작물도 겉모습만 보고 땅속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사람도 겉모습보다 중요한 것이 내면이다. 농사도 자라는 작물 즉 겉모습만 볼 게 아니고 뿌리가 자라는 땅 속을 봐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건강한 땅을 위해서는 반드시 좋은 밑거름이 필요하다.
땅에만 좋은 밑거름이 필요한 것이 아니고 사람에게도 좋은 밑거름이 필요하다. 사람에게 필요한 밑거름은 다름 아닌 먹거리 즉 농산물이다. 우리는 밥을 먹어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밑거름을 만들어 주는 사람은 누구인가? 바로 농부다. 그런데 우리는 사람의 밑거름을 만들어 주는 농부를 땅에서 자꾸 몰아내고 있다. 거름 없이 작물이 자라지 못하듯 우리 역시 농부 없이는 살지 못하는 것이다.
요즘처럼 농업이 어려운 시기에 그의 올해 농사가 노력만큼의 결실을 거둘 수 있을지 걱정이지만 그래도 땀 흘린 농부에게 땅은 건강하고 맛좋은 농산물로 정직하게 돌려 줄 것이다. 세상이 땅만큼만 정직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덧붙이는 글 | 우리는 지금 한국의 전통적인 소농이 사라지는 역사의 현장에 있습니다.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관심과 노력, 그리고 농업에 대한 사랑만이 농업을 살릴 진정한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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