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만남의 장소에 모인 일행이태욱
로또복권보다 더 당첨되기보다 더 어려운 조류독감에 걸린다면 그것조차도 영광(?)이라는 주장에 마누라는 눈을 흘긴다. 원래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하지 않던 일을 하게 되면 뭔가 우환 비슷한 게 생기기 마련이다. 그걸 모두 따진다면 집밖으로 한발자국도 나설 수 없다는 게 나의 주장이었다.
동료들과 여행을 가자고 3년 계획으로 계를 들었다가 10년 만에 성사된 여행이다. 목돈 탈 때 쯤 되면 모두에게 돈 쓸 일이 생긴다. 하다못해 그때쯤 되면 마이너스 통장의 금액과 목돈이 어찌 그리 일치하는지! 그게 우리나라 중년 남자들의 고달픈 삶이다. 그걸 세 번 이나 되풀이하고도 1년이 지난 다음 성사된 여행이다. 2번이나 실패하자 세 번째는 '돈 돌려주기 없기'다. 모두가 약속하였다.
이제 3년이 지나니 인플레이션이 많이 되어 그 돈으론 계획했던 곳으로 여행을 갈 수 없단다. 돈을 더 내야 한다는 말에 모두들 또 슬금슬금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자기 용돈으로 적금을 들고서도 진작 때가 되어서는 떠나지 못하는 슬픈 운명들이여!
십여 명이었던 인원 중에 남은 사람은 이제 3명이었다. 남은 세 명은 돈을 찾아가지 말고 일 년만 더 기다려 보면서 좋은 상품을 찾아보자는 것이었다. 여행 사이트를 방방곡곡 여행한 덕분에 예상보다 훨씬 싼 가격의 상품을 찾았다. 이렇게 하여 성사된 여행인데, 취소하면 위약금이 얼마인데 겨우(?) 조류독감 때문에 취소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오후 6시에 비행기는 무사히 인천공항을 출발하였다. 기내식으로 주는 비빔밥을 후딱 먹어치우고는 장거리 비행의 적응할 태세를 갖추었다. 터키여행 책 두 권, 신문 하나, 골치 아픈 전공 책 한 권, 메모 수첩 한 권, 그리고 필기구. 내가 스스로 생각해도 완전무결한 준비태세였다.
비행기는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북쪽으로 간다는 걸 알았다. 지도책을 보면 중국 중앙부로 한참 갈 듯 하였는데 완전히 북쪽으로 방향을 틀어 베이징을 지나 몽골의 수도 울란 바트로 부근으로 비행한다. 지구가 둥글다는 걸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그러고 보니 우리의 조상들도 저 루트를 비슷하게 와서 한반도에 정착했겠지!
이제 대여섯 시간 쯤 왔을 텐데. 여기가 어디쯤 될까? 창 밖을 본다. 비행기의 작은 창으로 선명하게 북두칠성이 보인다. 별들은 깨알을 뿌린 듯 하늘에 붙어있다. 창문에 눈을 붙이고 위아래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듯한 풍경이었는데 자세히 보니 현미경을 보듯 환히 관찰되었다. 맑고 깨끗한 날이었다. 눈이 하얗게 덮인 산이 계속 보인다. 계곡 따라, 길 따라 조그만 불빛들이 이어졌다 큰 마을이 나타나고 또 사라지곤 한다.
아마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쯤으로 추정된다. 이 지구상에 영하 50도에서 영상 50도에도 살아 버틸 수 있는 동물은 사람밖에 없다던데 저런 산골짜기 골짜기마다 사람이 살고 있다니! 사람 자체가 거저 경이로울 뿐이다. 나는 하늘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고 저 아래 마을에 사는 어느 누구는 어떤 사연을 가지고 위를 쳐다보고 있겠지!
우리 조상들이 뛰놀아 다녔을 저 아래 땅을 보면서 또 하나의 상념에 빠진다. 우리 역사책에 가끔 나오는 돌궐. 터키를 뜻하는 튀르크. 이 두 단어를 입에서 혀를 굴려보면 너무나 흡사하다. 상식 같은 이 사실을 알고 나서 나는 혼자서 얼마나 신기해했던가!
돌궐의 기원은 아직도 신비와 전설로 싸여 있다. 중국의 기록에 의하면 돌궐의 선조는 흉노의 북방에 나라를 이루고 살았는데 어느 날 다른 부족에 의해 열 살 된 한 소년만 발이 잘린 채 살아남고 모두 살육되었다. 소년은 암컷 이리에 의해 양육되었고 암컷은 소년의 아이를 잉태하였다. 이리는 열명의 아들을 낳았고 그들에 의해 돌궐이 일어나게 되었다. 그들은 중국 북쪽에 살다가 점점 서쪽으로 이동하여 오늘날 터키를 세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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