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진정한 '부'란 무엇인가?

[서평] 앤드루 카네기의 <성공한 CEO에서 위대한 인간으로>

등록 2006.02.07 13:49수정 2006.02.07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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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세기북스

언젠가 골프클럽 OAAG의 CEO를 만난 적이 있다. 그녀는 "부자가 되기보다는 부유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30대 초반에 성공을 거둔 그는 인생의 초점을 돈에다만 두지 않겠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시간이 허락할 때마다 주변 사람들과의 소소한 만남을 약속하고 봉사 활동을 한다는 말에서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그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의 지름길일까'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다. 고속 승진을 거쳐 편집장이 되고, 가능하다면 성공적인 재테크를 통해 일확천금을 꿈꾸는 에디터의 삶에 던져진 물음표. 꽤 유명한 잡지의 편집장이 되고 10억을 손아귀에 넣는다면 과연 행복해질 수 있을까. 그러한 상황에 직면해야 알 노릇이다.


현실주의자인 에디터를 비아냥거리기라도 하는 듯 자수성가하여 세계 철강계를 주름잡았던 카네기는 "부자인 채로 죽는 것은 수치이다"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누구나 흠모하는 CEO 자리를 홀연히 떠나 전 재산을 인류 복지를 위해 내놓았던 사내. 강철 왕으로 불리는 앤드루 카네기는 행복을 향한 용기 있는 도전을 한 것이다. 한 가지를 얻으려면 한 가지는 포기해야 하는 법이니까.

그의 삶은 가진 것이 없는 젊은이들이 어떻게 부와 성공을 얻을 수 있는지, 평범한 직장인들이 어떻게 생의 반전을 만들 수 있을지, 그리고 그 이름을 어떻게 세상에 남길 수 있는지를 가르쳐준다는 점에서 성공학의 모범 사례라 할 수 있다. 잔잔한 감동과 아울러 생에 대한 도전과 용기, 그리고 지혜를 주는 데 전혀 손색이 없다. 그의 삶은 오늘날 사람들의 가장 큰 화두인 '성공'과 웰빙적 삶이랄 수 있는 '나눔' 모두를 포괄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과 문화 사업 등 자선사업에 몰두하고 2509개의 공공도서관과 카네기 공과대학(현 카네기멜론대학), 카네기 교육진흥재단, 각종 평화 재단 건립에 전 재산의 90%를 기부했다는 것만 봐도 입이 딱 벌어진다. 10억, 100억 만들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보통 사람들에게는 엄두도 못 낼 일이다. 명장(明匠)이라 함은 카네기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갑자기 8월 초 충북 음성 꽃동네에 자원봉사를 하러 가서 만난 자원봉사가가 떠오른다. 50대 중반의 일본인인 그 남자는 10년 전에 한국으로 귀화를 해 제주도에서 무역회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일본에서 4년 동안 벌었던 수입을 제주도에서 1년 만에 벌 만큼 사업이 번창을 하게 됐는데 어느 순간 설명할 수 없는 허무함이 몰려왔다고 한다. 그러다 꽃동네에서 수년간 자원봉사를 해온 회사 직원이 함께 해 볼 것을 권유해 나오게 됐다고 한다. "돈이든, 노동이든, 마음이든 간에 나눌 수 있다는 건 축복인 것 같아요. 삶과 마음이 풍요로워 지니까요."

카네기의 삶을 보며 문득 그 일본인이 오버랩 됐다. 카네기는 진정한 사람의 길을 걷기 위해서는 돈에 휘둘려선 안 되며 결국 자신의 돈은 이웃을 위해 사용하라는 신의 선물임을 깨달아야 함을 역설한다. 이러한 자신의 생각을 입버릇처럼 "부자인 채로 죽는 것은 수치"라는 말로 표현했고 죽는 날까지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성실히 수행해나갔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자서전을 넘어 성공학의 고전으로서의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낙천적이고 삶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 차 있던 카네기. 희망은 결국 열정을 불러일으키고 '나눔'이라는 웰빙 라이프를 통해 행복 바이러스의 원천이 되었던 것이다. 그는 1차 세계대전의 발발로 인해 건강이 극도로 악화되어 1919년 8월 11일 눈을 감았다. 카네기의 묘비에는 그가 생전에 직접 써 뒀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여기, 자기 자신보다 더 우수한 사람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이 누워 있다."

성공한 CEO에서 위대한 인간으로

앤드루 카네기 지음, 박상은 옮김, 공병호,
21세기북스,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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