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크쿼터(음반쿼터)가 없었기 때문에 한류(韓流)의 에너지가 도출됐다"
김종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수석대표가 9일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했다는 말이다. 아마도 그는 문화개방이 경쟁력을 끌어내고 이 같은 경쟁력이 세계적인 문화상품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모양인데. 결론부터 말해 이 같은 그의 말은 사실무근이며 허무맹랑한 주장이라 할 수밖에 없다.
"한류의 시작은 가요?"
김 대표는 "우리나라 한류가 가요로부터 시작되었지 않느냐?"고 말하는데 한류가 가요가 아니라 드라마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게다가 대중음악-한류의 중심에 서 있는 '보아'의 경우는 일본에서 일본의 시스템에 의해 기획된 유일무이한 경우이고, 이미 한 풀 꺾인 중국 등지에서의 한국가요바람은, 김 대표의 주장처럼 개방된 가요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문화상품이라기보다는 드라마로부터 시작된 한국문화에 대한 호기심에서 비롯된,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특히 대부분 가수들의 중국 진출이 실익 없이 끝난 이 시점에서는 오랜 시간 하향평준화된 댄스음악 중심의 우리 대중음악이 세계시장에서 얼마나 취약한지를 확인했을 뿐이다.
결국 대중음악이 음반쿼터 같은 보호장치가 없었기 때문에 성공했다는 김 대표의 말은 성공은커녕 날로 참담해져가는 음악산업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씨도 안 먹히는 소리라는 것이다.
또한 음반과 영화를 똑같이 놓고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 음반시장에서 외국가요 비중은 그리 높지 않다. 이는 한국 대중음악의 질적 수준이 외국가요에 비해 높기 때문이 아니라 가사와 멜로디와 같은 정서적인 특징이 분명한 '음악'이라는 장르적 요인이 더욱 크다. 자국의 언어와 자국의 독특한 정서를 바탕으로 하는 대중음악의 기본적인 성격 때문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자국가요에 대한 수요는 외국가요에 대한 수요보다 높다. 따라서 개방 폭이 넓었기 때문에 대중음악이 발전한 것이 아니며 '디스크쿼터' 같은 것이 일찌감치 도입되었다 하더라도 국내 음반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그다지 크지 않았을 것이다.
세계의 음악시장에서 우리 대중음악이 주목받을 수 있는 방법은 그것이 가지는 독특함과 차별성이다. 지난해 유럽투어를 진행했던 윤도현밴드는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얼마 전 뉴욕에서 공연했던 가수 비에 대한 미 언론들의 비평요지 역시 '어설프게 미국정서와 미국의 아티스트를 따라하지 않기'를 주문한다. 미뎀 등 국제적인 대중음악박람회에서 가장 주목 받는 것 역시 각 나라가 가지고 있는 문화적, 정서적 특별함을 잘 드러내는 작품들이다.
"한류를 이끌어낸 가요를 작곡해낸 작곡가들이나 퍼포먼스를 하는 한국가수들이 어린 시절부터 쭉 우리나라의 민요나 문화, 아리랑이나 도라지만 듣고 컸으면 그런 퍼포먼스를 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김 대표의 말은 참으로 허무맹랑한 주장인 것이다.
영화인들의 말대로 문화를 단지 교역의 대상으로만 보고 있는 정부대표의 문화수준이 한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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