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냐, 동물이냐

[만화야 안녕 18] 요즘 웹카툰의 흐름에 관하여

등록 2006.02.13 11:52수정 2006.02.1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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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북스
고양이가 주인공인 <스노우캣>, 너구리가 주인공인 <퍼굴이의 푸른 공작소>, 성게와 쭈꾸미 커플 등 바다 생물들이 주인공인 <마린블루스>.

이렇듯 다양한 동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만화들이 있다. 이번엔 개띠 해를 맞아 개를 주인공으로 한 카툰집도 나왔다. 그것도 귀엽고 깜찍한 어린강아지가 아닌 세상을 다 알고 있을 것만 같은 늙은 개가 주인공이다. 그래서 제목도 <올드독>(거북이북스)이다.


이 책은 만화가이자 애니메이터, 캐릭터 디자이너, 팬시상품 기획까지 하는 재주 많은 정우열이 그렸다. <올드독>의 모델은 작가가 기르고 있는 14살 먹은 개다. 사람으로 치면 나이 많은 할아버지 정도. 그만큼 세상을 통달했다고 할 수 있다.

많은 동물 캐릭터들은 책 속에서 인간사를 이야기한다. 주인공을 사람으로 표현했을 경우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일상적 경험들을 동물의 시선으로 이야기함으로서 독자들에게 쉽고 편하게 다가서려는 의도다.

정철연이 그린 <마린블루스>(학산문화사)는 일상의 소소한 감성을 재미있게 표현했는데 스토리가 있는 카툰이라기 보단 짧은 에피소드나 생각을 다룬 공감 카툰적 성격이 강하다. 지종현이 만든 <퍼굴이의 푸른 공작소>(생각의나무)의 주제는 직장인이 느끼는 일상이고 정헌재의 <포엠툰>(청하출판사)은 사랑을 얘기한다.

각 출판사들
한 편집자는 한국 웹만화들이 사람보다 간단한 동물을 소재로 삼는 것은 그리기 쉽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사람으로 표현하자니 힘들고 해서 동물로 자연스레 주인공을 삼는다고 보는 것이다.

사람이 주인공인 카툰은 가슴 시린 추억과 가벼운 일상사를 다룬다. 김효니가 그린 <앤의 그림일기>(황금연필)는 작가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한 개구쟁이 바가지 4남매를 통해 추억을 선물한다. 이진이가 들려주는 <하루일기>(샘터)는 서울에서 홀로 자취생활을 시작한 20대 여성이 사랑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로 여성들이 공감할만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권태성의 <추억연필>(화남출판사)은 연필로 그린 흑백 에세이툰으로 이렇듯 사람이 주인공인 카툰은 보통 자신의 이야기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각 출판사들
다양성과 수치면에서 한국만화는 많이 성장한 편에 속한다. 인터넷 붐은 자연스레 만화에 대한 자유시장을 만들어 버렸고, 신진 작가군들이 중심이 된 웹툰은 지금도 다양한 실험이 계속되는 실험실이라고 볼 수 있다. 인터넷에서 독자가 많다고 해서 책도 그만큼 팔릴 거라는 생각은 위험하다. 공짜로 보는 것과 돈을 주고 구입한다는 것은 독자에게 선택을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동물이 주인공인 카툰과 사람이 주인공인 카툰. 둘 다 사람 사는 것을 이야기 하지만 독자들은 어떤 주인공에게 관심을 더 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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