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차를 끌고도 차를 타는 것이 전혀 불편하지 않다이경숙
프라이부룩 거리와 버스, 전철에 유모차와 휠체어가 많은 배경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무엇보다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설계된 교통수단 때문이라고 판단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장애인단체가 목숨을 걸고 '저상버스'도입을 요구하였지만, 프라이부룩의 버스와 전철은 모두 '저상'이었다. 여행지였던 파리와 로마에서도 버스는 '저상'이었다. 나는 '저상버스'가 특별한 교통수단인 양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들에게 교통수단이란 당연히 '저상'이고, 우리나라의 차들이 몇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 '고상버스'일 뿐이었다.
아이, 여자, 아이를 데리고 있는 여자나 남자, 장애인, 짐이 많은 이, 걷기가 어려운 이, 노인... 그 누구라도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탈 수 있는 교통수단! 그들을 '배려' 대상으로 삼아 그들에게 '온정'을 베푸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을 호소하거나 그들을 보호하는 특별한 장치를 달아 장치를 이용할 때마다 다른 사람의 조급한 시선에 노출시키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인도와 차 바닥의 높이를 같게 한 교통수단이 필요하다. 누구나 수평으로, 평평한 길에서 앞으로 한 걸음을 내딛는 것과 다르지 않도록 설계된 교통수단이 필요하다.
길을 건너거나 차를 탈 때 아직 우리나라는 수직이동이 많다. 버스를 타고 내리려면 몇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고, 횡단보도가 없는 곳에서 길을 건너려면 육교나 지하도로 건장한 이도 힘들만큼 올라가거나 내려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