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원 및 지지자 2000여 명이 13일 오후 광주 구동체육관에서 '노무현 정권의 민주당 죽이기 규탄대회'에 참석, 구호를 외치고 있다.오마이뉴스 강성관
"민주당이 50년 역사상 가장 어려운 지경에 놓였다." (이낙연 원내대표)
"전쟁 앞두고 있는 장수끼리 갈라지면 전쟁에서 질수밖에 없다." (최인기 전남도당위원장)
민주당이 13일 오후 광주에서 개최한 '노무현 정권 규탄대회'에서 나온 말들이다.
애초 이 대회는 "한화갑 대표에 대한 항소심 선고는 정권의 민주당 죽이기의 일환"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준비됐다. 그러나 이날의 대회는 '외부의 적' 규탄에 그치지 않았다. 연설에 나선 지도부는 '내부의 적'이라는 용어까지 사용해가며 "한 대표를 중심으로 한 단결"을 강조했다. 그만큼 민주당이 처한 안팎의 현실은 위태롭다.
도약 꿈꾸던 민주당, 그러나 기본값부터 흔들흔들
현재 민주당이 처한 위기의 진원지는 둘이다. 한 대표가 항소심에서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형(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0억원)을 받았다는 것과 당사진입·당원 간 폭행사건으로 심화된 내분.
결코 만만치 않은 악재들이 하필이면 지방선거를 불과 석 달여 앞에 두고 터졌다. 최인기 의원은 "지방선거는 민주당이 도약대를 마련하는가 아니면 영영 사라지는 정당이 되는가를 결정하는 전장"이라며 위기의식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이날 규탄대회가 열린 광주 구동실내체육관에는 광주와 전남지역에서 온 당원과 지지자 약 3천여명이 몰렸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구호를 따라 외치며 검찰 수사에 대해 "형평성을 잃었다"고 규탄했다. 연사들이 당의 단합을 강조할 때는 큰 박수로 호응했다.
그동안 한 대표와 갈등을 빚어온 이상열(목포) 의원은 "오전에 선고가 있었는데 오후에 당사를 난입해 대표를 물러가라고 하는 것은 인간도리상 해선 안될 일"이라고 당 내분 움직임을 비판했다. 박주선 인재영입위원장은 "내부에 있는 분열의 도끼에 맞서 단합과 결속만 얘기하자"고 주문했다.
민주당원인 박광태 광주시장과 박준영 지사도 연사로 나서 '단합과 승리'를 강조했다. 이낙연 원내대표는 "지도체제와 관련된 일체의 논의를 중지하자"며 "(지방선거에서) 광주전남을 싹 쓸자"고 말했다.
민주당은 그동안 '지방선거에서 광주전남 승리→ 정치세력간 세력재편 참여→ 차기대권 창출'이라는 정치적 밑그림을 준비해왔다.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광주전남에서의 승리는 군소정당으로 전락한 민주당의 기본값인 것이다.
"전국정당 한계 뚜렷한 민주당, 불안감 표출됐다"
그러나 촉발된 민주당의 위기는 밑그림의 기본값을 설정할 수 있을지조차 염려하게 만들고 있다. 우선 이미 촉발된 당내갈등이 원만하게 봉합될 지가 문제다.
광주시당과 전남도당이 주최한 광주 규탄대회에는 광주지역 운영위원장 6명 중 2명만 참석했다. 각자 이런저런 이유를 댔지만 "예비후보자 워크숍에서의 당원 간 폭행사건의 여진"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14일 오전에 개최 예정인 당 윤리위에서는 당원 간 폭행사건의 책임소재를 둘러싸고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대결이 불가피하다.
또한 기본값 설정의 동력인 광주전남의 민심이 당원 간 폭행사건 등을 '없었던 일'로 눈감아줄 지도 문제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