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영
토요일 저녁 우리 가족은 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대학 농구를 관람하기로 했다. 미국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대학인 CWM(College of William & Mary)과 JMU(James Madison University)가 맞붙는 경기였다.
마침 집에는 남편이 JMU에서 받아온 공짜표도 두 장 있어서 8달러짜리 티켓 두 장만 사면 온 식구가 농구를 구경할 수 있었다. 그러나 쉴 새 없이 내리는 눈을 보니 그만 심란한 생각이 들어 농구고 뭐고 그냥 집에 있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오늘 같은 날 경기를 할까?”
“눈이 많이 와도 실내경기니까 하겠지, 뭐.”
“아니, 경기야 할 수 있겠지만 이렇게 눈이 많이 오면 관중들이 없을 거 아냐. 그럼 무슨 재미로 경기를 보느냐고.”
관중석이 텅 빈 경기장에서 치러지는 경기라면 아무리 그 경기가 흥미진진하다 하더라도 재미가 있을 턱이 있겠는가. 관중들이 오지 않을 게 뻔한 경기라면 분명 맥빠진 경기가 될 테니 말이다.
마침 학창 시절에 배운 연극의 3대 요소가 불현듯 떠올랐다. ‘무대, 배우, 관객’. 그런데 스포츠에서도 이런 3대 요소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기장, 선수, 관중’. 중요한 이 세가지 요소 가운데 하나인 관중이 빠져버릴 것 같은 이날 경기에 대해 나는 우려를 하고 있었다.
“글쎄, 오늘 같이 관중이 오기 어려운 날에는 시합이 취소되지 않을까?”
눈이 많이 올 것으로 예상되는 이곳 동부 지역에는 이미 많은 교회들이 일요일 예배를 취소했다(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예배가 취소된다고 하는 것은). 그리고 워싱턴의 초, 중, 고등학교 역시 일기예보에 따라 월요일 수업이 취소되었다고 한다. 그랬던 터라 농구 경기도 취소될 줄 알았다. 그런데 이런 정도의 눈이라면 경기를 할 거라는 이야기에 우리는 농구장으로 향했다.
농구장으로 가는 도중에도 눈은 쉬지 않고 계속 내렸다. 자동차 윈도우 브러시가 바쁘게 눈꽃을 쓸어냈다. 미끄러운 눈길을 밟으면서 우리는 느릿느릿 거북이 걸음으로 농구장으로 갔다. 그런데 연신 들어오는 자동차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관중들이 많지 않을 거라는 내 예측이 완전히 빗나갔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