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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뉴엘 은젤라 은포(사진)는 편집자로서는 더 바랄 것이 없는 시민기자였다. 지난해 6월 그가 <오마이뉴스 인터내셔널>의 시민기자로 등록해 카메룬과 아프리카, 그리고 국제 스포츠에 대한 기사를 쓰겠다고 밝혔을 때 나는 엠마뉴엘 기자가 중요한 기여를 할 것임을 직감했다.
엠마뉴엘은 절대로 기사 청탁을 거절하는 시민기자가 아니었다. 그가 얼마나 바빴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청탁을 할 때마다 한마디 불평 없이 24시간 내에 기사를 보내오고는 했다. 영어실력 역시 뛰어났고 저널리즘 스타일 또한 훌륭해서 거의 편집할 필요가 없었다. 이미 말했다시피 그는 편집자로서 더 이상 바랄 게 없었다.
엠마뉴엘 기자는 1977년 바붕고에서 태어나 수도 두알라에서 자랐다. 다국어를 구사할 수 있어 영어 외에도 프랑스어와 은캄베어 및 바붕고어를 두루 할 줄 알았다.
그에 따르면 그는 부족 내에 영어를 할 줄 아는 몇 안되는 사람들 중 하나였으며 이 때문에 온갖 차별에 시달려야 했다고 한다. 엠마뉴엘은 부에아 대학에서 언어학을 전공할 정도로 고학력자임에도 불구하고 좋은 직장을 찾을 수가 없었다.
엠마뉴엘 기자는 재미삼아 한동안 인터넷 카페에서 일한 적도 있고 인쇄광고 판촉사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또 휴대전화 판매를 하기도 했지만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로 가입해 기사를 쓰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이 일 역시 그만두었다.
엠마뉴엘 기자가 보내온 첫 기사는 '뚜르 드 프랑스(Tour de France)'에 대한 것이었다. 이후 후속기사를 보내오다 경기에 대한 심층분석기사를 쓰기도 했으며, 랜스 암스트롱의 역사적인 7번째 우승에 대한 기사로 그의 '뚜르 드 프랑스' 시리즈는 대미를 장식했다. 엠마뉴엘 기자가 워낙 열심히 기사를 쓴 탓에 솔직히 따라가기가 벅찼으며 때로는 시간이 모자라 골치를 앓기도 했다.
엠마뉴엘 기자는 이후 아프리카 정치문제에 대해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수단의 반군출신 지도자가 헬기 추락사고로 사망해 평화협상이 위기에 봉착하고 살상이 뒤따랐다는 기사, 또 반군출신 인사가 바룬디의 새 대통령에 선출됐다는 소식, 서아프리카의 콜레라 기사, 르완다 대학살, 그리고 세계 최빈국 아프리카의 부정부패에 대한 기사에 이르기까지 그는 수많은 기사를 보내왔다.
그렇다고 그의 기사가 우울한 소식 일색이었던 것은 아니다. 엠마뉴엘은 남아프리카의 대형 망원경이 과학자와 관광객들을 흥분시키고 있다는 소식, 25회 아프리카 네이션스 컵 축구대회, 그리고 카메룬의 오지에 대한 여행기사 등을 꾸준히 보내오기도 했다.
불행하게도 세상을 떠나기 몇 주 전 엠마뉴엘 기자는 몸이 아파 편집자에게 평소처럼 자주 기사를 쓸 수 없을 것 같다며 이메일을 보내왔다. 나중에 그가 이메일을 보낸 뒤 불과 3주 후에 세상을 떠난 것을 알게 됐다.
바붕고의 한 마을에서 그와 어린 시절을 함께 했으며 자신의 기사를 자주 보여주었던 친구 은야게 음부퐈가 지난 1월 11일 독자의견란에 엠마뉴엘이 세상을 떠났다고 알려왔다. 두말 할 필요 없지만 겨우 28세의 나이에 요절한 엠마뉴엘의 소식은 <오마이뉴스>의 모두에게 큰 충격이었다.
기자로서 엠마뉴엘의 행적은 비극적일 정도로 짧게 끝나고 말았다. 엔야게는 이후 이메일에서 엠마뉴엘이 무슨 일이든 항상 최선을 다 했으며 기사를 쓸 때마다 메인 톱 기사로 채택되기 위해 애를 썼다고 말했다.
엠마뉴엘은 <오마이뉴스>에서 기자로서 그의 재능을 훈련하고 있었으며 언젠가 국제적인 언론사에서 일하기를 희망했다고 한다.
엠마뉴엘은 이메일에서 카메룬의 열악한 언론 현실을 개선하는데 헌신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엔야게는 엠마뉴엘이 워낙 기사를 쓰는데 열심이어서 얼굴을 보기도 어려웠다고 한다. 엠마뉴엘 기자는 총
85개의 기사를 기고했다.
엠마뉴엘의 꿈이 무엇이었는지 묻자 엔야게는 "그의 꿈은 훌륭한 기자가 되어 정확하고 의미있는 정보를 세계에 전하는 것이었다, 존경할만 하며 정직하고 이해심 많은 열린 가슴을 지닌 아내를 얻기를 희망했고, 장차 아이들을 훌륭하게 교육시키기를 바랬다"고 말했다.
지난 12월 31일 엠마뉴엘은 편집자에게 보낸 마지막 이메일에서 새해 인사를 했고 몸이 회복되는 대로 곧 기사를 다시 쓰겠다고 약속했다.
엠마뉴엘이 이미 세상을 떠난 사실을 알게 된 후에도 편집자는 습관처럼 그에게 기사청탁을 요청하는 이메일을 쓰다 중간에 그만두고는 한다. 카메룬에 있는 그의 가족 및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서울의 편집자와 <오마이뉴스> 독자들은 엠마뉴엘 기자가 보내오던 아프리카의 소식을 그리워할 것이다.
엠마뉴엘은 독신이었으며 일곱 남매 중 다섯째로 가족을 부양했다. 엠마뉴엘의 시신은 지난 1월 14일 그의 부모가 사는 나이지리아 국경에 인접한 두알라 북부 음빈카 마을에 안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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