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를 하는 중간 쯤의 모습입니다.남희원
방학 동안 친구들과 놀고 바삐 학원 가느라 잊고 지냈던 책상을 오늘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책상의 존재감을 순간적으로도 느낄 수 있었던 이유는 어질러진 책상을 보고 화가 나신 엄마 때문에 반 강압적(?)으로 돌아본 것이었지만, 그래도 이왕 돌아보게 된 것이니, 칼을 뽑았으니 무라도 썰어보자 하는 심정으로 책상 정리를 시작했습니다.
우선 저는 책상위에 쌓여있는 물건들을 책상 바닥에 내려놓기 시작했습니다. 내 작은 책상에 이렇게 많은 물건들이 있었던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될 정도로 책상다리와 어슷하게 쌓여진 서랍, 문제집, 책 등의 물건들은 저를 꽤나 경악하게 만들었습니다.
쌓여진 물건 중엔 쓸만한 것도 있었지만 거의 쓸모없는 것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닥에 앉아서 산더미같이 쌓인 물건들 중에서 쓸만한 것과 쓰지 않는 것을 골라내는 것이었습니다. 책꽂이 속에 교묘하게 속속들이 숨어 있던 이면지들과 다 쓴 노트 등이 조심스레 모습을 드러냈고 거반 다 푼 문제집들도 간혹 눈에 들어왔습니다.
서랍에 학용품, 수첩, 팬시 등의 종이를 붙이고 분류한 잡동사니는 서랍들에, 책과 문제집들은 책장에 나누어 꽂았습니다. 저는 제 나름대로 골라낸다고 골라냈지만 그래도 물건은 많았습니다. 비좁은 책장에 다 꽂을 수 없어 몇 개는 억지로 꽂아 넣었지만 결국 넣지 못한 나머지는 여유 있는 서랍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아빠께서 박아 주신 못에 저는 액자와 달력, 계획표, 커리 등을 걸었습니다. 맹맹하고 휑했던 벽이 액자와 달력 등 덕분에 제법 꾸며졌습니다. 책상 위 벽에 걸린 달력에 빼곡히 적힌 2월 계획들 속에는 앞으로도 책상을 잘 정리하겠다는 제 결심도 담겨 있었습니다.
책상에서 분류해낸 잡동사니들과 문제집 등 버릴 것들을 큰 대형 비닐봉지에 담아 방에서 마루로 가지고 나가려니 무거운 봉지가 움직이지 않아 꽤 끙끙댔습니다. 마루에 계시던 엄마는 많은 쓰레기들을 보고도 별로 놀라지 않으시는 눈치셨습니다.
오히려 '너 그럴 줄 알았다'라는 듯한 눈으로 절 바라보고 계셨습니다.
책상 청소를 거의 다 끝낸 후 저는 책상 유리 위를 빗자루로 쓸고 걸레로 정성껏 닦았습니다. 솔직히 책상이 이렇게 깨끗해지는 날이 앞으로 이 책상과 함께 하는 시간 동안 얼마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