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혼 전 국무부 차관보.정욱식
- 북미간의 핵을 둘러싼 갈등이 앞으로 어떻게 귀결될 것으로 보는가.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에 대해 이야기해달라.
"시나리오를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 북한의 과거 행적을 비춰볼 때 그다지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현재 미국이 경제제재를 취하는 것에 맞서 북한은 6자회담을 인질로 삼고 있다. 문제는 북한이 핵을 포기해야 한다는 압력을 그다지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북한은 미국의 핵 시설에 대한 군사공격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북한은 핵을 유지하는데 값비싼 대가를 치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고, 또 핵을 포기한다고 해서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보상에 있어 미국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이에 대해 일관된 입장을 취하지 못했다. 9.19 공동성명에서 미국이 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정하며 북한과의 관계를 정상화 한다는 입장을 명시한 바 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 내 일부 사람들은 북한의 정권교체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있다. 따라서 북한은 핵을 포기해도 과연 미국과 관계 정상화를 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것이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있지 못한 가장 큰 요인이다."
- 한국과 중국의 역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지금까지 한국과 중국은 '좋은 경찰' 역할을, 미국은 '나쁜 경찰' 역할을 해왔다. 이제는 역할을 바꿔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한국과 중국은 북한에 분명한 입장을 보내야 한다. 북한이 계속 핵에 대해 완고한 입장을 취한다면 심각한 고립에 빠질 것이라는 것을 알게 해야 한다.
미국 역시 북한에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북한이 진정으로 핵을 포기하면 분명히 관계정상화를 할 의향이 있으며, 정권 교체를 더 이상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이다. 이를 통해 북한이 생각하고 있는 편익과 비용 사이의 관계를 바꾸게 해야 하는데, 이는 북한으로 하여금 핵을 포기하는 것이 더 큰 이득이 된다고 생각하게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 미국의 이러한 입장을 북한에게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예를 들면 미국의 대북 특사 파견, 혹은 북미 정상회담 같은 것이 가능하다고 보는가.
"한국 정부는 부시가 평양을 방문할 때까지 기다려서는 안 된다. 너무 오래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이 북한 지도부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엔 많은 방법이 있다. 북한이 6자회담으로 나오면, 거기서 크리스토퍼 힐이 김계관에게 직접 전달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부시 행정부는 6자회담 내에서 북미간 양자회담을 결코 반대한 적이 없다. 힐이 북한을 방문하는 것도 방법이다.
작년에 힐이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을 만날 것이라는 추측이 있었지만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미국 측이 북한에게 전제조건을 제시했는데, 북한으로서는 이를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이 전제조건을 제시한 것은 잘못이다. 왜냐하면 이것이 대화 시도 자체를 방해하는 요소가 되었기 때문이다."
- 북미 양자간 대화를 방해했다는 그 전제조건은 무엇인가.
"전제조건은 북한이 원자로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이건 결코 허용될 수 없는 사안이었다. 나는 미국이 이와 같은 전제조건을 제시했다는 사실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민주당이 정권 잡더라도 강경한 대북정책 쓸 것
- 한국 정부의 태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우리 모두는 북한이 이미 핵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따라서 북한을 설득해서 핵을 포기토록 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북한이 핵을 보유해선 안 된다' 혹은 '용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은 이미 핵을 소유하고 있다. 따라서 노 대통령이 왜 이런 발언들을 하는지 궁금하다.
북한이 핵을 포기토록 하기 위해서 한국이 가지고 있는 계획은 무엇인가? 내가 보기에 남한에게는 북의 핵포기를 이끌어 내기 위한 실질적인 이행방안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북한은 당연히 현 상황을 자신이 유리한 방향대로 끌고 가려고 한다. 즉 계속해서 한국, 중국으로부터 원조를 받으면서 핵을 보유하려 할 것이다. 이러한 원조를 통해서 북한은 정권 유지를 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에서 한, 중 두 나라는 북한에게 분명한 선택을 요구해야 한다. 경제냐, 핵이냐? 이 두 가지는 절대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 한국 사람들 중 일부는 미국이 한반도의 평화체제가 구축되는 것보다 긴장 상황이 지속되길 더 선호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내가 만난 미 관료의 말에 따르면 한국은 북한이 핵무장을 하더라도 그 상황을 컨트롤 할 수 없지만, 미국은 할 수 있다고 한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가.
"만약 6자회담이 성공하지 못하고 북한이 명백히 핵을 보유할 경우, 미국을 포함한 한국의 우방국들은 북한의 핵무장에 대처해야 할 것이다. 한미 양국은 북한의 군사행동을 억제해야 할 것이며, 북한이 핵능력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예방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북한이 핵을 통해 한국, 일본 등 이웃 국가들에게 위협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상황이 훨씬 어려운 상황임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럴 경우 한미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 만약 북한이 핵무장을 한다면 이것이 곧 한국, 일본 등 동북아 국가들의 핵 도미노 현상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많은 사람들은 이와 같은 핵 도미노 상황을 두려워하고 있다. 만약 북이 핵을 보유하고 있다 해도 이 상황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관건이 되는 것은 바로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이다.
만약 한미동맹 관계가 굳건하고 양국간 믿음이 돈독하다면, 그리고 한국인들이 자국 방위에 있어 미국의 역할을 신뢰할 수 있다면 한국인들이 핵 보유에 대한 필요성 내지 욕구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은 일본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즉 한미동맹, 미일동맹이 확고하다면 핵 도미노 현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 한국 사람들은 한반도가 비핵화 되길 바라고 있다. 동시에 북핵 문제 해결을 생사가 걸린 방식이 아닌, 즉 무력 사용이나 북한 붕괴 유도가 아니라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길 원한다. 이 두 가지 바람이 동시에 이루어 질 수 있는 방안으로는 무엇이 있겠는가.
"한국인들이 군사대립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남북간 긴장을 야기하지 않기 위해 남한 정부는 북한에 되도록이면 압력을 가하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이것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북은 핵으로 인한 압력을 거의 느끼지 못하게 되고, 이렇게 되면 남한 정부는 결국 북핵에 직면해 살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아주 나쁜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다.
가장 심각하고 또 우려해야 할 상황은 핵을 보유한 북한 정권이 붕괴하는 경우이다. 중앙 정부가 통제 능력을 상실해서 핵무기와 플루토늄에 접근 가능한 개인 혹은 집단이 그것을 외부에 팔게 될 경우가 가장 끔찍한 시나리오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 북한이 핵을 보유하게 해서는 안 된다. 만약 북한 정권이 붕괴될 때 상황이 매우 위험하게 치닫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우리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그리고 만약 북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압력과 고립을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설명해야 된다."
- 많은 한국 사람들은 다음 미대선 결과가 한국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음 대선에서 민주당이 집권을 하게 된다면 대북정책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 같은가.
"민주당이 다음 대선에서 정권을 잡게 되면 북한 상황에 대해서 보다 실용적인 접근을 할 것이다. 왜냐하면 민주당은 부시 행정부보다 최근의 북핵 문제를 훨씬 더 긴급한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부시 행정부는 이 문제가 보다 더 긴박한 사안임에도 북핵 문제에 좀더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았다.
하지만 민주당이 북한에 대해 보다 완화된 입장을 취할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민주당은 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좀더 강한 유인책과 강경책이 함께 있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를 위해 보상과 압력을 함께 취할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견제와 균형의 원리로 운행되는 미국 사회 구조상 누가 의회를 장악하느냐가 중요한 결정 요인이 될 것이다. 1994년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하면서 클린턴 정부의 대북정책을 지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북한과의 제네바 합의 이행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따라서 민주당이 행정부를 장악하게 된다면 그 다음 관건은 과연 누가 의회를 장악할 것이냐가 될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정권을 잡게 되더라도, 강경한 대북정책을 취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궁극적으로 민주당 정권은 미국인들과 미 의회의 지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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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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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나쁜 경찰에서 좋은 경찰로 바뀌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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