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홀한 밤하늘의 케이프레잉가

[살아있는 뉴질랜드 여행정보] 북섬 북부지역

등록 2006.02.16 21:28수정 2006.02.2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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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공휴일인 2004년 1월 21일부터 23일까지 타국에서 외롭게 명절을 보내느니 여행을 가기로 하였다. 북섬의 처음 여행지로 코로만델(Coromandel) 반도와 오클랜드(Auckland) 이북에 있는 베이오브아일랜드(Bay of Islands), 그리고 뉴질랜드의 최북단 케이프레잉가(Cape Reinga)를 택하였다.

비행기로 크라이스트처어치에서 오클랜드까지 가고 공항 근처에서 자동차를 대여하였다. 다행스럽게도 한국과 달리 이곳은 구정 명절이 없어 교통체증이 없었다.


21일 아침 6시에 이륙하는 비행기를 타기 위하여 일찍 서둘러 전날 예약한 택시를 타고 공항에 갔다. 택시는 정확한 시간에 집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얼마 안 나온 택시비를 지불하려니 이른 새벽이라 미안한 감이 좀 들었다. 그래서 팁을 올려 주었다.

비행기는 인터넷으로 예약하여 갖고 있는 표가 없었다. 탑승 수속하는 주위에 설치되어 있는 기계에 나를 확인해 줄 수 있는 은행현금카드를 넣고 몇 가지를 입력하니 항공권이 바로 인출되었다.

7시 반쯤 오클랜드에 내려 공항 앞에서 렌트카 회사의 셔틀버스를 타고 마누카우(Manukau)라는 근교 도시까지 갔다. 차를 인수한 후 국도 2번을 타고 코로만델(Coromandel) 반도로 향하였다.

한 40분쯤 달리다가 잠시 주차를 하려 하였는데 웬걸 앞에서 연기가 마구 나는 것이었다. 후드 여는 것이 어디에 있는지도 몰라 허둥대었다. 마침 옆으로 오는 차가 있어 그 사람의 휴대전화기를 빌려 회사에 전화했다. 그랬더니 AA와 계약이 되어 있으니 그곳으로 전화하라며 알려준다.

그 사이 옆 차에 있던 키위(뉴질랜드 사람을 말함)가 원인을 알아내었다. 오일을 교환한 후 오일뚜껑을 닫지 않고 옆에 둔 채 후드를 닫아버려, 달리는 중에 그곳에서 오일이 새고 있었던 것이다(자기 일처럼 보아준 이름 모르는 그 키위에게 감사드린다).


AA에서 온 서비스맨이 오일이 반쯤은 남아 있어 주행은 계속 할 수 있으니 그대로 운행하라고 했으나 너무 ‘찜찜’했다. 당황하고 흥분해 운전하다 길을 잘못 들어 한참을 허비하고 목적지인 코로만델 반도의 핫워터비치(Hot Water Beach)에 12시 너머 도착하였다.

막상 와보니 기대와 달리 별 볼일 없었다. 모래를 파면 더운 물이 나오는 해안인데 여러 사람이 하고 있는 것을 구경만 하였다. 물도 그렇게 뜨겁지 않았다. 시간이 너무 많이 지체되어 계획하던 것을 포기하고 국도 309번에 있는 카우리(Kauri) 나무만 보았다.


카우리 나무는 매우 컸다. 그 둘레는 양팔을 벌리고 두 번을 돌아도 남을 정도였다. 나무가 단단하고 질이 좋아 마구 벌채되었으나 지금은 보호종으로 잘 보존되고 있다. 국도 309번 도로는 많은 구간이 비포장이었다. 숙소인 황가레이(Whangarei)의 YHA(유쓰호스텔 숙소)에 오니 8시 반이 넘었다.

a 베이오브아일랜드의 여인바위

베이오브아일랜드의 여인바위 ⓒ 이규봉

다음날 아침 일찍 7시 반 정도에 파이히아(Paihia)로 향했다. 간신히 9시 약간 전에 도착해 9시에 예약된 배를 탈 수 있었다. 베이오브아일랜드(Bay of Islands)를 4시간 정도 운항하는 케이프브렛크루즈(Cape Brett Cruise)다.

여인의 모습을 한 바위가 인상적이기는 했으나 경치는 우리의 남해안이 훨씬 나은 듯싶다. 가족요금으로 10% 할인되어 모두 140 달러를 지불했다. 여기서 느낀 것은 그다지 성수기가 아니면 예약할 때 굳이 신용카드 번호를 미리 알려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번호를 미리 알려주지 않았어도 예약은 되어 있었다. 미리미리 매진되는 사태나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신용카드 번호를 미리 알려주지 않고 예약만 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물론 이 경우는 예약이 취소될 수 있다는 것을 감수하여야 한다. 오후 1시쯤 돌아와 영국 여왕과 뉴질랜드 부족 간의 조약인 와이탕이(Waitangi) 조약을 체결한 것으로 유명한 와이탕이로 갔다. 역사적인 장소이나 사설기관이라며 입장료를 받았다. 물론 들어가지 않았다.

자신의 역사를 자국민이나 외국인에게 알려주려면 정부가 관장하여 입장료를 받지 않거나 조금만 받아야 한다고 본다. 뉴질랜드 국가의 기초가 되는 대단히 중요한 이 조약의 장소를 정부가 방치하고, 정부보조를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적지 않은 입장료를 받고 있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이들의 역사를 굳이 알아야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뉴질랜드에서는 마오리 문화 외에는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역사적인 곳에 안 가는 것이 시간과 경비를 절약한다. 별 것도 아닌 것 갖고 대부분 입장료를 받거나 기부를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접한 케리케리(Kerikeri) 역시 흥미거리가 별로 없어 드라이브만 하고 10번 국도와 1F 국도를 타고 다음 숙소인 푸케누이(Pukenui)로 갔다.

a 케이프레잉가의 등대

케이프레잉가의 등대 ⓒ 이규봉

이곳 YHA 주인은 남자인데 꽤나 친절하였다. 여장을 숙소에 풀고 다시 뉴질랜드의 최북단 케이프레잉가(Cape Reinga)에 도착하니 6시 정도 되었다. 케이프레잉가의 경치는 원시 그대로이며 정말 아름다웠다. 시간이 부족하여 그곳의 경치를 충분히 즐기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비행기 예약만 아니었으면 하루 더 묵었을 것이다.

주변의 좋은 경치를 다 보지도 못하고 그 다음날 떠나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그곳에서 본 밤하늘의 별자리는 매우 황홀했다. 촘촘히 박힌 별들, 뿌옇게 널린 은하수 등등. 그 옛날 어렸을 적 흔히 보던 밤하늘의 별자리를 생생하게 다시 보았다. 참 아름다웠다. 주인이 남십자성 찾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남반구에서는 우리가 흔히 보던 북두칠성이나 북극성은 없고 대신 남십자성이 있다.

a 케이프레잉가의 해변

케이프레잉가의 해변 ⓒ 이규봉

23일 1번 국도를 타고 내려오다 90마일 해변에 들렸다. 마침 밀물이라 차로 갈 수는 없어 다시 도로로 나왔다. 란지오라(Rangiora)로 빠져나와 카페리를 타고 호키안가항구(Hokianga Harbour)를 건너 국도 12번에 합류하였다. 카페리 운임은 차가 14달러로 모두 18달러를 주었다. 거의 매시에 출발하고 있다.

12번 국도에는 카우리 나무숲이 있고 이곳에는 숲의 신이라는 타네마후타(Tane Mahuta, God of Forest) 카우리 나무가 있는데 그 둘레가 14m 높이가 52m 정도로 거대하다. 이 외에는 이곳서부터 오클랜드까지 드라이브 하는 중에 볼 만한 것이 별로 없었다.

a 카우리 나무 타네마후타

카우리 나무 타네마후타 ⓒ 이규봉

오클랜드에 도착하니 5시 반이나 되었다. 간신히 렌트카 회사의 셔틀버스를 타고 공항에 올 수 있었다. 비행기는 출발이 늦어져 밤 10시에나 탈 수 있었고 크라이스트처어치에 도착하니 11시가 넘었다. 주행거리 1550km. 2박 3일치고는 너무나 긴 여행이었다.

여행정보

일정
1일 출발(5.30)->Auckland(8시-9시)->Coromandel(12시-4시) ->Whangarei(8시)
2일 출발(7.30)->Paihia(9시-1시)->Waitangi(2시)->Pukenui(5시)->Cape Reinga(6시-8시)
3일 출발(9시)->Kauri 숲(12시)->Auckland 공항(6시)->CHCH(11시)

숙박(어른 2, 아이 1명 기준) 및 웹싸이트
Whangarei YHA($67, 52 Punga Grove Ave, 09-438-8954,
yha.whangarei@yha.org.nz)
Pukenui Lodge($65, Houhora Harbour, 09-409-8837, pukenui@igrin.co.nz)

경비(어른 2, 아이 1명 기준 총 $1203)
숙박 $132(2박), 식대 $10(부식 $100, 외식 $50), 관광 $140(크루즈)
교통 $781(비행기 $480, 렌트카 $132, 택시 $30, 기름 $121(1550km), 카페리 $18)

여행을 마치면서
이번 여행은 기억에 남을 정도로 계획부터가 잘못되었다. 하루 평균 500km 이상을 주행한 이 여행은 드라이브만 한 것이나 다름없다. 하루 평균 거리를 300km 넘지 않게 계획을 짜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짧은 일정에 코로만델 반도를 넣은 것도 잘못되었다. 차라리 케이프레잉가(Cape Reinga)에서만 2박 하는 것을 권장한다. 비행기 예약은 인터넷으로 직접 하고 렌트카는 경비가 조금 더 들지라도 공항에 상주하는 차를 대여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자동차를 대여할 때 반드시 후드 열어보기를 권장한다. / 이규봉

덧붙이는 글 | 크라이스트쳐어치 코리아리뷰 연재

덧붙이는 글 크라이스트쳐어치 코리아리뷰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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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을 통해 사회를 분석한 <오지랖 넓은 수학의 여행>, 역사가 담긴 자전거기행문 <미안해요! 베트남>, <체게바를 따라 무작정 쿠바횡단>, <장준하 구국장정6천리 따라 자전거기행> 출간. 전 대전환경운동연합 의장, 전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장, 현 배재대 명예교수, 피리와 클라리넷 연주자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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