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노동자들, 잇따라 산재 판정

15일 여수산단 건설노동자... 지난해 12월에도

등록 2006.02.17 17:50수정 2006.02.17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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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 공장이 몰려있는 여수국가산단내 한 공장의 모습. 최근 여수와 광양산단 노동자들의 직업병이 발병이 잇따르고 있어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자료사진)
화학 공장이 몰려있는 여수국가산단내 한 공장의 모습. 최근 여수와 광양산단 노동자들의 직업병이 발병이 잇따르고 있어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자료사진)노순택
최근 여수·광양산단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백혈병 등으로 산업재해 승인을 받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 근로환경에 대한 실태조사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민주노총 광주전남지역본부에 따르면, 여수산단 건설노동자로 근무하면서 백혈병을 앓고있는 최아무개(31)씨는 지난 15일 근로복지공단 측으로부터 업무상 직업병으로 인정받아 '산업재해 승인'을 받았다.

최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여수산단에서 12년여 동안 용접 등 건설노동자로 일했다. 그는 지난해 6월 화순전남대병원에서 '급성림프모구성 백혈병' 진단을 받아 치료 중이다.

급성림프모구성 백혈병으로 산재 승인

지난해 6월 전남대병원 측은 소견서를 통해 "이온화 방사선은 급성림프모구성 백혈병의 원인인자와 밀접한 연관관계가 있음이 보고되고 있으며, 벤젠 노출이 원인인자인지는 보고자마다 차이가 있지만 아직 연관 관계가 불명확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최씨는 지난해 9월부터 산업안전공단이 실시한 역학조사 결과 업무상 직업병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민주노총 광주전남본부 문길주 노동안정부장은 "최씨 등 건설노동자들이 작업을 하면서 많은 유해물질에 노출돼 있고 건강 안전대책도 없는 실정이다"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에도 광양과 여수지역 건설현장에서 제관공으로 20여년 동안 일하다 급성골수구성 백혈병이 발병해 끝내 숨진 박아무개씨도 산재승인을 받은 바 있다.


박씨는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의 역학조사에서 업무와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판정돼 전국에서 처음으로 직업병으로 '산재 승인'을 받기도 했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박씨는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로 산재 승인을 받은 전국 첫 사례다.

이와 함께 지난해 10월 여수·광양지역 석유화학 회사에서 일하다 폐암을 앓았던 건설노동자와 협력업체 노동자가 산재 승인을 잇따라 받았다. 산재 승인을 받은 이들 4명의 노동자들은 모두 일용직 건설노동자 등 비정규직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비정규직, 건강검진조차 받지못해"... 역학조사 요구

문길주 민주노총 광주전남본부 노동안전부장은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산재승인은 하늘에 별따기'라는 말이 있듯 직업병 인정을 받는 것은 무척 어려움이 따르는 것"이라며 "산재승인이 잇따른다는 것은 그만큼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문 부장은 "산재승인을 받은 이들이 건설노동자 등 비정규직 노동자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여수와 광양산단에서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이 2만여명으로 추정되는데 이들은 건강검진과 작업환경측정 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벤젠이나 코크스 등 각종 유해물질에 노출돼 작업을 하면서도 특수건강검진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어 병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광주전남본부는 올해 여수와 광양산단에 대한 직업성 질환에 대한 역학조사를 주요 사업계획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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