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금이 하느님 뜻에 맞게 쓰여지나?

한완상 교수의 <저 낮은 곳을 향하여>를 말한다

등록 2006.02.18 11:23수정 2006.02.18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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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한국교회의 상태(기독교 지도이념이나 교리)를 오래 들여다 본 사람들은, '종교의 세계' 변화(보수→진보)가 가장 느리다고 말한다. 나도 그 말에 동감한다. 일요일에 교회에 가거나 전파 설교를 들으면 '3000년 역사의 하느님교(?)를 이끄는 교역자 중 상당수는 지금도 모세 시대인 줄로 착각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a 대한적십자사 한완상 총재님이 지은 책 '저 낮은 곳을 향하여'의 표지

대한적십자사 한완상 총재님이 지은 책 '저 낮은 곳을 향하여'의 표지 ⓒ 김청구

평소 이런 생각을 많이 하며 지내다가 지난 1월, 전 서울대학교 교수 한완상 님이 지은 책 <저 낮은 곳을 향하여>를 읽었다. 책 제목에서 책 내용이 어떤 방향일지 충분히 유추된다. <저 낮은 곳을 향하여>란 책명은, 찬송가 제543장(저 '높은' 곳을 향하여)을 번안(飜案)하여 지은 이름이라 생각된다.(번안=내 뜻을 표현할 때, 남의 글을 활용하되 골격은 그냥 두고 글자를 바꾸어 표현함)


조금 다른 말이긴 하지만, 기독교 신관(神觀)에 관한 책에 <천국의 역사>라는 책이 있다.(콜린 맥다넬, 베른하르트 랑. 2인 공저) 이 책을 읽어보면, 고대의 '기독교 저명인사'들은 죽은 뒤 모두 천국에 가 있다. 그들은 천국의 '빛나고 높은 보좌'(?)에 앉은 하느님의 좌우편에 자리를 차지한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물론 <천국의 역사>는 '인간의 역사'에 관한 책처럼 어느 실존들의 자취에 대하여 쓴 글이 아니고, 성경과 기독교 관련 예술품(그림, 시, 희곡, 음악 등)을 조사하여, 그 (작품) 당시 기독교인들의 '신앙관'을 기록한 글이라고 저자는 밝혔다. 다른 찬송가도 이런 면이 많이 있지만, 찬송가 543장(저 높은 곳을…)과 <천국의 역사>는 내용이 매우 흡사하다.

기독교는 천국 가서 영생 누리는 환상 종교 아냐

<저 낮은 곳을 향하여>는 찬송가 543장 가사가 '비현실적'이며, 기독교 주요 사상(특히 구약성경)으로 매우 부적절하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기독교는, 사람이 죽은 뒤 부활하여 천국(?) 가서, 영생 복락 누리며 즐거운 노래 부르는, '환상(幻像) 종교'가 아니라, 갈릴리에 살던 가난한 목수의 아들, 역사적 인물 예수님처럼, 약자를 돕는 참다운 사람을 길러내는 종교라고 말한다. '정의'를 존중하고 약자를 돕는 게 종교이므로, 교회라는 울안에서 '하늘의 영광'이나 사랑 타령을 말하지 말고, 가정과 사회에서 '약자보필(弱者補弼)을 실천함'이 참된 신앙이라 강조한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암ㆍ하ㆍ아렛츠'(Am Ha Arets)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암하아렛츠'는 '땅의 사람들'이란 뜻이라고 한다. 즉 그 나라 '최하층의 백성'을 의미한다.

예수님 당시, 이스라엘에서는 남녀를 불문하고 결혼 상대를 구할 때, '암하아렛츠' 층에서 배우자를 구하면, 그는 사람 취급을 받지 못했다 한다. 그러나 예수는 이 '암하아렛츠' 층을 더 사랑하다, 불의의 무리에게 힘으로 밀려, 십자가형을 받은 분임을 지은이는 강조한다. 예수님의 이러한 점을 본받지 않고 말로만 사랑을 노래하고, 지구를 떠난 우주 어느 곳에 '천국'이란 별천지가 있는 것(책 <천국의 역사>처럼)으로 아는 사람은 기독교인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 책에는 신앙의 핵심이 되는 '신관'에 관한 비판이 강도 높게 씌어 있다. "만일 예수께서 살아 오셔서, 오늘의 교회 행태들을 보시면 무어라 하실까?…<중략>…왕국처럼 '거대한 기독교'('거대한 교회'를 잘못 쓴 듯함-필자 주)는, '허물어져야 할 예루살렘 성전(마가.13:1-2. 필자 주) 같구나.'…<중략>…이 같은 꾸중을 들어 마땅한 것이 우리 기독교의 현실이다."(p.342)

"이 같은 현실은 '하나님다움'에 대한 우리들의 '잘못된 신관'(神觀) 때문이기도 하다. 인간사와 역사를 사사(私事)롭게 요리하는, 변덕스럽고 무섭고 질투하는 신-외재신(外在神. external God)-을 확신하는, 전통적 신앙은 사람의 자유를 제약하며,…(이는) 억압적인 심판의 신이기도 하다. 이러한 신관(神觀)에 기초를 둔 '신앙과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고는, 기독교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예수님의 하느님은, 우리 안에서 조용히 그리고 힘 있게 움직이고 계신 '인간적이고 인격적인' 존재이다. 바로 이러한 내재신(內在神. internal God)을 뜨겁게 체험하는 것이 (신앙에서는) 무엇보다 중요하다."(p.342)


하느님, 구약선 '외재신' 신약선 '내재신'

지은이의 이러한 주장은, 구약성경과 신약성경에서 소상하게 비교ㆍ관찰할 수 있다. 구약의 신(전통ㆍ보수적 신)이 '외재신'임을 말할 수 있는 근거는 하나둘이 아니다. <하느님이 아브라함에게 '너의 족속(男)은 나와의 계약증표로 할례를 받아라.' 하셨다고 기록.(창.17:9-14.요약)>. <하느님이, 미운 애굽 군대를 홍해에 수장(출.14:1-31.요약)>. <하느님이 아브라함의 집에 가, 세족(洗足)할 물과 음식 대접을 받음.(창.18:2-8.요약)> <하느님이 애굽에 10가지 재앙을 퍼부음.(출.7:1-12:30)> 등이 구약의 기록인 바, 이는 '모세의 신앙ㆍ신관'이요, 문화ㆍ문명이 어둡던 시대 사람의 원시신앙일 것이다.

그러나 사도 바울은 신약성경에서, <너희(→고린도교회 교우)가 '하느님의 성전'인 것과, 하느님의 '성령이 너희 안에 거하심'을 알지 못하느냐?>(고전.3:16-17) 했고, 예수님은 <…하느님의 나라는 눈으로 볼 수 있게 임하는 게 아니요,…<중략>…하느님의 나라는 '네 안에' 있느니라>(누가. 17:20-21)-참고:NIV영문성경.<20/……Jesus replied. "The Kingdom of God doesn't come with your careful observation. 21/ nor will people say 'Here it is' or 'There it is', because The Kingdom of God is within you.">(누가. 17:20-21)고 하셨다.(참고: KJV 영문성경에는, is 'within' you 대신 is 'among' you라 했음)

바울이나 예수의 이런 말씀은, '하느님은 내재신'(內在神)임을 뜻한 말이다. 기독교는, 예수님과 바울의 가르침을 빼면 남는 것이 거의 없는 종교다.

또 한 가지 눈여겨 볼 말은 '한국 교회의 무속성'을 지적한 대목이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한국교회의 문제는 잘못된 무속성에 있다.…<중략>…염려되는 문제는 '기복제화'(祈福濟化)라는 무당 신앙적 '이기주의 문제'이다. '나 하나 예수 잘 믿어 천당 가겠다.'는 믿음이 바로 무당성의 표현이다."(p.158-159)라고 했다.

헌금이 하느님 뜻에 맞게 쓰여지나?

또 이런 지적도 있다. "한국교회는 '개인 구원'도 아닌 <개인의 '영혼' 구원>에만 집착한 나머지, <인간을 온전하게 한다>는 '구원'과는 거리가 먼 '플라톤의 관념론(觀念論)'에 빠져있다."고 주장했다.(p.159) 지은이는 "영혼 구원만을 강조함은 플라톤의 입장이며, 이런 관념론은 (예수님을 따르는) 기독교의 입장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기독교는 '영과 육'이 합쳐진 '전체로서의 인간' 구원을 중시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p.160) '예수 따름이(행위를 본받는 이)'만이 크리스찬이지 '사후의 영혼 타령'을 하는 이는 기독교인이 아니라는 말이다.

지은이는 교회 헌금과 그 사용 모습에 대하여 이렇게 말하고 있다. "헌금은 신도가 하나님께 감사하는 구체적 징표(증거)다. 하느님의 은총이 고마워 하느님께 바치는 것이다. 헌금 받는 분이 하느님이라면, 그 돈은 하느님의 뜻에 맞게 써야 한다. 즉 '하느님 선교'에 활용되어야 한다. 하느님 선교란 가난한 자, 눈먼 자, 눌린 자, 포로, 병자, 소외된 자와 같은 인간들을 완전케 하는 일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헌금이 하느님 선교에 쓰여지고 있는지 검토해 보아야 할 것이다."(p.125)

2월 4일, 누리망(인터넷의 순 우리말) 신문 <뉴스앤조이>는, "경기, ○○○○교회에서는, 안수집사 30여명과 목사 사이에 교회 재정운영으로 인한 갈등이 심해, 30여명의 집사들이 교회를 떠난 일이 생겼다. 목사는, 1억3000만원이 넘는 연봉(年俸), 절기 사례금, 보너스 등을 받는데도, '교인들이 낸 십일조의 1/10은 자신이 마음대로 쓸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다 교인들의 반발에 부딪쳐 뜻을 접었다"고 전했다.

불교에서는, 불자(佛子)다운 사람이 되려면 '인간의 삼독'(三毒)을 늘 스스로 경계하라고 가르친다. '탐욕 진에 치정'(貪慾 瞋恚 癡情)을 가슴에 품는 자 치고, 남에게 해독을 끼치지 않는 자가 없기 때문이다. 하느님을 찬양하는 말이 아무리 번지르르해도, 그가 '삼독'을 하나라도 범하면 그는 외식(外飾)에 능란한, 이 땅의 바리새인일 수밖에 없다.

지면의 제약을 받아, 이 책의 뜻깊은 부분을 더 많이 소개할 수 없는 점이 아쉽다. 이 책은 신앙과 인생의 참다운 길잡이라고 생각된다. 칭찬받는 기독교인이 되는 좋은 지침서라고도 생각된다.

(지은이 한완상 님은, 전 서울대학교 사회학 교수, 전 통일원장관 겸 부총리, 한성대학교 총장, 현 대한적십자사 총재. '새길공동체 말씀 증거자'이심을 알려드립니다)

저 낮은 곳을 향하여 - 한국 기독교를 향한 비판의 외침

한완상 지음,
뉴스앤조이,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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