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끓여주신 미역국 그릇입니다.남희원
제 생일날 아침 엄마께서는 미역국을 끓여주셨습니다. 식탁을 앞에 두고 앉았는데 여느 때와 달리 밥 옆에 미역국 한 그릇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습니다. 순간 작년의 생일에서부터 정확히 1년이 지난 오늘까지의 일이 눈앞을 빠르게 스쳐 지나갔습니다.
엄마는 새벽부터 일어나셔서 미역국을 끓여주셨습니다.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나 보니 밥상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던 따뜻한 미역국 그릇, 그 속에서 엄마의 많은 정성을 살짝 엿볼 수 있었습니다.
어제 감기가 들었던 저는 조금 일찍 잠자리에 들었고 어디론가 나가셨던 엄마는 자기 전에 맞이할 수 없었습니다. 그때는 엄마가 어디 가셨는지 몰랐지만 미역국 그릇을 보니 엄마가 꽤 멀리 떨어진 상가까지 가셔서 미역국에 필요한 재료들을 사러 가셨다는 것을 그제야 알아차렸습니다.
식탁에 가족들이 둘러앉아서 조금 이른 아침을 함께 했습니다. 생일 축하 노래를 함께 부르고 선물을 풀어 본 뒤, 함께 아침을 먹었습니다. 모두 미역국이 맛있다고들 했습니다. 그 한 마디에 엄마의 피곤한 눈이 반달 모양으로 흐뭇하게 바뀌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식사를 하면서 엄마가 나를 힘들게 낳으신 후에도 누군가가 미역국을 끓여주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나 한 사람의 태어난 날을 잊지 않고 챙겨 주는 가족이 있다는 것에 감사했습니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을 같이 감사해주고 축하해주는 가족들이 내 곁에 있다는 행복도 같이 느껴가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