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소! 보이소! 사이소!"

부산 자갈치시장을 찾아서

등록 2006.02.19 17:45수정 2006.02.19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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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이제 중학교 입학을 준비하는 아들아이와 부산 자갈치 시장을 찾았다. 새롭게 중학교를 시작하는 아이에게 긴 겨울방학과 졸업으로 늘어진 마음을 다잡고 뭔가 힘찬 생명력과 삶의 현장을 보여주고 싶었다.

생명을 느끼고 싶다면 시장에 가보라는 말이 있듯이 펄떡이는 물고기와 각종 해산물 그리고 열심히 사는 우리 이웃들의 현장을 아들과 함께 가보았다.

부산역에 도착한 우리는 지하철을 타고 남포동역에 내렸다. 남포동역에서 자갈치시장방향의 출구로 나오자 "오이소 ! 보이소! 사이소!"라고 부산 사투리로 쓰인 큰 현수막이 우리를 반긴다. 자갈치 시장은 영화 <친구>의 배경무대가 된 곳이기도 하며 부산의 관광지로도 유명하다.


이곳에 와서 생선과 건어물 각종 어패류를 구경하고 좋은 물건도 사가라는 상인들의 마음이 이 현수막에 다 묻어난다. 자갈치라는 이름은 옛날 이곳이 자갈이 많은 바닷가였다는 데서 유래했다고도 하고, 초기 시장이 형성될 무렵에 자갈치라는 싱싱한 생선을 많이 거래한 데서 유래했다고도 한다.

자갈치 시장입구의  모습
자갈치 시장입구의 모습송춘희
자갈치 시장 안으로 들어서면 꼼장어 구이부터 싱싱한 생선회와 각종 건어물에 이르기까지 바다에 서식하는 수많은 싱싱한 해산물들을 마음껏 볼 수 있다.

"회 한번 잡사 보이소, 맛있어예"
"입에 한번 드가먼 딱~ 기가 막힙니더~"

시장 아주머니들의 반가운 인사에 눈웃음으로 답례했다. 손으로 잡으려 아무리 애를 써도 미꾸라지처럼 도망치는 꼼장어를 잡아낸 아들아이가 무척 즐거워한다.

자갈치 시장  내부의  모습
자갈치 시장 내부의 모습송춘희
시장 앞 부둣가로 나오면 수상택시라고 불리는 작은 배의 선장이 우리를 반긴다. 아들아이와 나는 배를 타고 부산 앞바다를 한 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하늘에는 끼룩끼룩 갈매기 소리 흥겹다. 선장아저씨는 가요를 틀면서 즐겁게 항해를 시작했다.

멀리 영도다리도 보이고 부두를 중심으로 부산의 고층건물들이 하나의 풍경이 되어 우리를 반긴다.

수상택시에서 바라본 영도다리의 모습
수상택시에서 바라본 영도다리의 모습송춘희
부산은 세계의 미항은 아닐지라도 화려함보다는 진솔한 삶의 현장이 느껴지는 곳이기에 더욱더 아름답다. 다른 나라에도 미항은 많지만 '초호화빌라의 남의 집보다는 단칸방이라도 내 집이 더 좋다'는 어른들의 말씀처럼 아름다운 우리나라의 도시였다.


수상택시위에  앉아 있는  아들아이
수상택시위에 앉아 있는 아들아이송춘희
계절의 변화로 날씨가 점점 더 포근해지고 춘곤증으로 나른한 날이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이번 여행은 우리에게 초고추장에 싱싱한 회 한 점을 찍어 먹는 것만큼이나 싱싱한 체험이었다.

자갈치 시장에서 판매되는 싱싱한 해물들
자갈치 시장에서 판매되는 싱싱한 해물들송춘희
'녹슨 심장도 피가 용솟음치는 것을 느끼게 된다. 물건을 못 사는 사람에게도 찬란한 쇼윈도는 기쁨을 주나니, 나는 비록 청춘을 잃어버렸다 하여도 비잔틴 왕궁에 유폐되어 있는 금으로 만든 새를 부러워하지는 않는다. 아, 봄이 오고 있다. 순간마다 가까워 오는 봄'

피천득 선생의 수필 '봄' 한 구절이 떠오르는 활기찬 삶의 현장을 가슴에 담고 우리는 천천히 서울행 기차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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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입니다.세상에는 가슴훈훈한 일들이 참 많은 것 같아요. 힘들고 고통스러울때 등불같은, 때로는 소금같은 기사를 많이 쓰는 것이 제 바람이랍니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 앵그르에서 칸딘스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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