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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서 밝게 웃고 있는 엄마와 아이의 모습이 보기 좋아 미소를 띠게 한다. 그렇지만 <신현림의 싱글맘 스토리>는 이렇게 밝은 모습만을 담고 있는 책은 아니었다. 이혼 후, 홀로 아이를 키우며 시를 쓰는 저자의 고단한 일상이 책 곳곳에 배어 있었다.
가장이 되어서 돈도 벌어야 하고, 아이도 키워야 하고, 빨래도 해야 하고, 밥도 해야 한다. 혼자서 아이를 키운다는 건 정말 힘들고 외로운 일이다. 몸이 아프기라도 하면 그 일을 누가 다 할까? 씩씩해 보이고, 밝아 보이는 모습 뒤에 숨은 슬픔이 꼭지마다 스며 나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벌써 아홉 시. 10분 후면 어린이집 차가 도착한다. 오늘은 이 차를 놓치면 안 된다. 비 오는 날은 더욱 그렇다. 서윤이를 직접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고 나면 오전에 작업할 시간을 다 놓친다. 지금보다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이렇게 빠듯하게 살지 않아도 될 텐데. 누구라도 그렇겠지만, 충분히 경제적 안정이 될 때까지는 최대한 일을 해서 생계를 유지하며 일에서나 가정생활에서나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가는 것이다. - 본문 중에서
아침마다 전쟁처럼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작업에 몰두하는 저자는 결혼으로 상처받았고, 이혼 후에도 그에 따른 면접교섭권 문제로 아직도 힘든 상황이지만, 그래도 이전의 삶보다 훨씬 흥미롭고 평화롭다고 이야기한다.
내가 30대 초반에 박상륭의 소설 <칠조어론>에서 "아이를 낳아보지 않은 여자의 자궁은 송장"이란 글을 읽고 무척 자극을 받아 애를 낳긴 낳아봐야겠구나 하고 마음먹은 지 십 년이 지났다. 애를 낳아 이렇게 둘이라는 것. 예전의 혼자보다는 낫다.
20대처럼 그냥 자연스럽게 배어 나온 싱싱함은 아니라 해도 내 몸에는 그 어떤 생명의 힘이 넘친다. 여려서 상처받기 쉬운 아기를 위해 어미는 단단한 껍질이 된다. 세상의 그 무엇보다도 단단한 껍질. 일 나가는 엄마들이 대체로 피로한 얼굴이듯 오늘도 나는 나른한 피로함 속에서 딸을 포근히 감싸안는다. - 본문 중에서
부모가 된다는 건 곧 어른이 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만큼 아이는 부모를 성숙시킨다. 그렇게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은 상상만 해도 힘든 일이다. 아이가 어느 정도 클 때까지는 밤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것이 일상이 될 것이다.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수반되는 일은 일일이 헤아리기조차 힘들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은 '축복'이라 여길 만한 무언가가 있어서일 것 같다.
나이가 들어 피부의 주름은 늘어가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늙지 않고 언제나 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 사람 때문에 지독히 상처받았으면 다시 결혼 따위는 꿈꾸지도 않고, 사랑에 대해서는 회의적일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저자는 그래도 사랑이 구원이라고 믿는다.
'사랑은 처지와 외모가 어떠하든 서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일. 그 아름다움은 상대방에게 마음을 써줌으로써 빛나고, 빛나서 가슴 떨리고 끝없이 그 안에 머물게 하는 것이다'고 이야기하는 저자의 밝음, 긍정이 좋다.
열정으로 사랑이 타들어가는 사랑이 아니라도 모닥불처럼 은근히 타는 그런 사랑을 만나리라.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깨달음과 환희가 있는 이 순간을 위해 힘든 일들이 있던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 변하는 것과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 그래도 중요한 것과 중요했어도 보름이 지나면 잊힐 것을 이제는 헤아릴 수 있으리라. 인생의 목표가 분명하면 지금의 고난은 작아져서 견딜 만한 것이 되고 만다. 환한 불빛 속에서 음악이 흐르고 내 옷과 사물들이 즐거이 춤을 춘다. 지금 이 순간 인생의 진정한 출발이다. - 본문 중에서
'이혼은 실패가 아니라 선택의 실수'라 이야기하는 저자는 힘들고 외로운 싱글맘들에게, 더블이어도 혼자거나 정신이 싱글인 이들에게 이 책이 위안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한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비혼의 많은 이들이 읽었으면 한다. 사랑, 결혼을 둘러싼 많은 것들, 이를테면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육아나 결혼 생활 등 우리에게 많은 생각할 거리를 제공해 줄 것이다.
신현림의 싱글맘 스토리
신현림 지음,
휴먼앤북스(Human&Books),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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