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1 대책 그후... 무엇을 해야 하는가

[주장] 시장친화적인 토지공개념이 대안이다

등록 2006.02.21 17:55수정 2006.02.23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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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언론에 보도된 바로는 노무현 정부 들어 땅값이 60.7% 상승했다고 한다.

기사의 일부를 그대로 옮겨본다.

국회 재정경제위 소속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19일 건교부 자료를 인용한 보도자료에서 "2002년 1354조5000억 원이던 전국 땅값이 참여정부 들어 3년째인 2005년에는 2176조2000억 원으로 821조7000억 원이나 올랐다"며 "이는 김영삼, 김대중 정권 시절의 지가 상승폭에 비해 각각 10.6배, 13.1배에 달하는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건교부의 지가 통계는 전국 토지 중 국·공유지 등 비과세토지를 제외한 나머지 토지의 개별공시지가를 합산한 것이다. 이 의원은 또 "YS, DJ 정부 때에는 전국 땅값이 각각 6.4%, 4.9% 올랐지만 명목 GDP 상승률은 90.7%, 39.3%씩으로 지가 상승률 폭을 크게 웃돌았다"며 "현정부가 집권한 3년간은 오히려 땅값 상승률이 60.7%로, 18.3%인 명목 GDP 상승률을 큰 폭으로 웃돌았다"고 지적했다.


8·31 대책은 땅값 안정을 위한 기초 중에 기초

작년에 노무현 정부는 심혈을 기울여 8·31 대책을 법제화했다. 너무 낮은 보유세 목표수준, 토지와 건물의 합산과세, 근거가 희박한 공급대책의 혼합 등 부족한 면이 상당 부분 존재하지만, 8·31대책은 땅값 안정을 위한 정책의 핵심 방향을 보유세를 통한 불로소득 환수에 두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정도 수준으로 땅값을 잡을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몇가지 내용에서 분명 수정이 필요하며, 특히 보유세 목표 수준에서는 대폭 상향조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8·31 대책은 땅값 안정을 위한 기초 중에 기초라고 할 것이다.


시장은 정책의 방향성 및 그 정도에 대해 가장 정직(?)한 반응을 보인다. 벌써 아파트 매매가격은 8·31 대책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는 말도 들리고 있다. 그렇다면, 다음 대안은 무엇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이 대안


땅값의 안정화를 위해서는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에 입각한 정책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하겠다.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 '(가칭)국토보유세' 도입을 들 수 있다. 국토보유세의 내용 및 절차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우선 특정 기준 시점의 전국 모든 토지의 가격을 공시한다. 이미 공시지가가 있기 때문에 전국의 모든 땅값을 알 수 있다.
2. 다음으로, 전국 모든 토지의 임대가치를 공시한다. 1년 정도 조사하면 전국 토지의 임대가치(지대)를 알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3. 이제 모든 토지에 대해 매년 보유세를 징수(보유세액 = 지대 - 토지 가격의 정기예금 이자)한다. 다만, 보유세액이 음의 숫자가 나올 경우에는 양의 숫자가 나올 때까지 보유세 징수를 유보한다.
4. 토지 매매 시에는 양도소득세를 징수(양도소득세액 = 매가 - 특정 기준 시점의 지가)한다. 이 경우에도 세액이 음의 숫자가 나오면 이 금액을 정부가 지주에게 보상할 수도 있다. 그 대신에 그 땅의 기준시가는 작아지고, 동시에 그 땅의 이자도 작아지게 된다. 토지가격의 정기예금 이자와 관련해서는 사회적 합의에 따라 30년 또는 50년 동안 정도로만 보장해주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방식으로 국토보유세제를 시행하면 땅을 보유하는 동안 은행 이자 이상의 소득이 발생하지 않으며 매매 시에도 개인적인 불로소득이 발생할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땅값은 일단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측되며, 장기적으로는 지가의 이자를 30년 정도만 보장해 주기 때문에 땅값은 하락하게 될 것이다.

국토보유세액은 사회의 진보, 혹은 발전에 따라 매년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에 국토보유세가 증가하는 만큼 생산에 부담을 주는 다른 나쁜 세금들(부가가치세, 근로소득세, 법인세)을 감면할 수 있게 되며, 이는 생산주체를 압박하고 있던 무거운 짐을 단번에 덜어내는 것과 같은 효과를 발휘할 것이고 경제는 용수철과 같은 탄력을 받을 것이다.

토지공개념이 사회주의?

국토보유세에 반대하는 대표적인 논리 중 하나가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에 입각한 본 제도가 사회주의라는 주장이다. 이는 필자가 예측하건대, 본 주장을 심도 있게 검토해 보지 않은 데서 비롯된 오해이거나, 혹은 '공유'나 비슷한 말만 나오는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일부의 근거 없는 비난으로 보인다.

이견이 존재하지만 일반적으로 사회주의는 역사 속에서 큰 실패를 맛보았음은 이미 주지하는 바이며, 이 사실 자체는 비록 부분적이라고 할지라도 사회주의자들도 인정하리라고 판단된다. 가장 단순화해서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과 사회주의에 입각한 토지국유화를 비교하자면, 사회주의에 입각한 토지국유화 방식은 생산 요소인 토지, 노동, 자본의 대가인 지대, 임금, 이자(은행이자가 아니라 토지를 제외한 포괄적 자본사용의 대가)를 모두 공유하는 것이다. 반대편의 자본주의는 지대, 임금, 이자를 (거의) 모두 사유하도록 하는 방식이라고 할 것이다(물론 이 중 일부를 세금으로 내고 있긴 하다).

이러한 양극단에 반해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에 입각한 방식(필자는 이 방식을 개인적으로 지공(地公)주의라고 부르고 싶다)은 분명한 원칙을 구가한다. 개인이나 기업의 창의 및 노력, 혹은 기여의 대가인 임금과 이자는 가급적 대부분 이바지한 주체가 그대로 가져가도록 하고, 이와 같은 노력이나 기여와는 관계없는 토지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지대(사회발전, 인구증가, 기술진보 등의 결과물)는 사회 전체에 환원하자는 것이다.

이것을 어찌 사회주의적 발상이라 할 수 있겠는가? 오히려 현대의 모순된 자본주의보다 훨씬 더 자본주의에 가깝다고 할 것이며, 이 방식의 아이디어를 제공한 헨리 조지도 실제로 자유주의자로 평가받고 있음은 주지해야 할 사실이다.

자본주의는 빈부격차(요즈음 많이 사용하는 말로 하면 경제적 측면에서의 사회 양극화)라는 치명적인 모순을 안고 있으며 이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들(수정자본주의, 혼합경제 등)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실행되어 왔으나 주목할만한 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 증거라 할 수 있을지는 분명치 않으나 우리 사회는 양극화라는 난제를 여전히 그 중심에 안고 있다. 필자가 주지하기에는 전술하였다시피 이 모순의 핵심 원인은 바로 지대의 사유에 있다(이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은 독자는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 일독을 권유하는 바이다).

따라서 원칙은 간단하다. 지대를 공유하고 임금과 이자는 지금처럼 사유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추진해 나가면 된다. 그리고 국토보유세는 이 원칙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방안으로써 토지소유자의 자산 가치를 인정해 주면서 지대를 공유하는 방안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정부와 국회, 국민을 위한 진정한 걸음을 내딛으라

국회와 현 정부에 땅값을 잡고자 하는 진정한 의지가 있는가? 느린걸음일지라도 8·31대책의 방향성을 보아 필자는 그렇다고 믿고 싶다. 필자를 비롯한 국민은 과거 국민의 정부 시절, 대통령 취임 시에 분명히 천명했던 토지공개념에 대한 의지가 IMF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일관되지 못한 핑계와 개발논리에 밀려 철저히 꺾였던 사실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5·31 지방 선거를 앞두고 있는 지금, 다시 한번 현 정권은 그 중심을 보여줄 수 있는 시험대에 올라 있다. 얼마 전 개헌대상에 대한 통계치에서 국민이 1순위로 토지공개념 개헌을 꼽았던 일을 생각해 볼 때 상황은 과거에 비해 많이 나아졌다. 방향은 정해졌다. 이제 정부의 의지를 분명히 밝힐 때다.

덧붙이는 글 | 김명환 기자는 토지정의시민연대 운영위원장입니다.

다음 블로그에도 올린 글입니다.

덧붙이는 글 김명환 기자는 토지정의시민연대 운영위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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