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빵 굽는 할아버지의 손홍양현
삼성동에서 다슬기 요리전문점을 하고 계신 고모님과 고숙을 뵙고 인사도 드릴 겸 몸보신도 할 겸 들렀다. 오후 1시가 다된 시간인데도 식당 안은 북새통이었다. 미안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천천히 걸으며 올 걸. 후회막급이지만 어쩔 수 없다.
다슬기 국물로 끓여낸 삼계탕 한 그릇은 여성분 둘이 먹어도 될만큼 푸짐하다. 이래 가지고 남는 게 있을까? 사람 좋으신 고숙과 고모님. 5년째 하는 식당치곤 제법 단골이 많은 편이지만, 주 5일제 이후 바뀐 세태 때문에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장사를 하고 계신 건 아닌지 걱정이다.
다슬기삼계탕을 맛나게 먹은 후 학동까지 걸었다. 소화도 시키고 주변 풍광도 찍어 볼 생각으로 걷기 시작했다. 안단테 속도로 느긋하게, 천천히 주위를 살피며 '뭐 찍을 것 없나'하면서 말이다. 청명한 하늘에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 걷기 좋은 날!
그날 청담역 한 귀퉁이 은행건물 앞에서 미니트럭 라보 뒷자석에 앉아 '국화빵'을 굽고 계신 할아버지 한 분을 만났다. 나이 칠순, 장성한 자녀들이 잇딴 사업실패 등으로 뉴질랜드로, 어디로, 뿔뿔이 흩어져 더욱 힘들다는 할아버지. 작년 5월 15일 석가탄신일에 73세를 일기로 타계하신 저의 아버지(홍경일, 전남 곡성 오곡면 봉조리 말골출신)와 많은 점에서 닮은 분이라 정겨움이 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