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3일 종로구 인의동 주택에서 난 불을 끄기 위해 애쓰는 모습.송호정
그러나 막상 당하면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요즘 새로 짓는 주택이나 아파트의 경우 고급 비닐벽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열에 매우 취약하고, 타면서 유독성 가스를 많이 발생시킨다. 일반 비닐을 태워 보면 시꺼먼 연기가 많이 난다. 비닐벽지 또한 이와 마찬가지라고 보면 된다.
이뿐만 아니라 실내 장식물도 나무결 무늬를 접착제로 붙인 목재를 사용하기 때문에 불에 매우 잘 타고 유독성 가스도 많이 발생 시킨다. 집안의 내부는 가연성 물질의 집합소라고 생각하면 된다. 주택의 경우 실내 장식물에 대한 법적 규제가 없기 때문이다.
참고로 실내에서 불기운이 돌기 시작하면 목조 주택의 경우 5~6분 사이에 최성기(불기운이 최고 센 상태)에 이르며, 이때 실내 온도는 800℃~900℃정도가 된다. 연기에 그리고 이 정도의 열기에 남아 있을 것은 없다. 역으로 생각하면 5분 이내에 불을 끄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
화재시 연기 성분은 인체에 치명적인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 시안화수소, 염화수소 등 종류도 다양하다. 특히 일산화탄소의 경우 0.5%의 농도에서 수분 내에 사망하게 되고, 시안화수소의 경우 일명 청산가스라고도 하며 가슴을 조이는 듯한 통증과 함께 호흡곤란으로 사망하게 된다. 특히 염화수소의 경우 비닐벽지가 타면서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고농도에서 노출되면 폐수종을 초래하여 사망에 이르게 된다.
독성연기 때문에 아무리 건강한 사람도 몇 번의 호흡으로 정신을 잃거나, 질식 상태에 빠지게 되면서 치명상을 입게 된다. 불이 나면 전기가 차단된다. 집안은 온통 암흑에다 열기와 연기 때문에 행동은 극히 제한된다. 그리고 극도의 공포감 속에서 정상적인 판단과 행동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행동한다. 대부분 화재현장에서 발견되는 시신들은 바닥으로 엎드려 있다. 질식 직전까지 무의식적으로 열과 연기를 피해 바닥을 향해 엎드리는 것은 생존본능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극도의 공포감 속에서도 정상적인 생각과 행동을 할 수 있도록 평소에 반복 교육과 훈련을 통해서 스스로 능력을 길러야 한다.
위에서 잠시 언급한 강원도 영월화재의 경우도 어린이가 전화로 119로 신고했고, 자신들이 출구 쪽 불길이 세게 번져서 나갈 수 없다는 말까지 했다는 것은 적어도 전화기를 들고 있는 순간에는 정상적인 사고와 행동이 가능했을 것이다.
이럴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이다. 우선 열과 연기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두꺼운 이불을 뒤집어쓰고 재빨리 출구를 향해 탈출해야 한다. 이불에다 물을 묻히면 더 좋지만 다급한 경우라면 그냥 사용해도 좋다. 주택의 경우 출구만 찾으면 안전지대의 외부로 통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