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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양 매화마을의 2005년 3월초 전경 ⓒ 나천수
꽃불 봉수(烽燧)
글/나천수
섬진강의 매화가
3월만 되면
골짜기마다 흰 연기로 피어나는 것은
영취산의 진달래가
4월만 되면
온 산봉우리에 불바다로 피어나는 것은
일림산의 철쭉이
5월만 되면
온 산 정상에 불꽃으로 피어나는 것은
불갑사의 상사화가
10월만 되면
법당 뒷산에 연기도 없는 산불로 피어나는 것은
烽火 불 피우는 것이다.
烽火 불 암호인 것이다.
우리네 산야에 수많은 봉수대
계절이 오는 것
꽃불 피워 세상에 알리니
어이, 이 땅을 기습할 수 있으랴,
레이다가 없어도
망원경이 없어도
아주 멀리서부터 오는 계절을 감지하여
이름 없는 草軍이며 木軍이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烽火 불 피우는 것이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도
안개비 내리고 바람이 불어도
계절이 움직이는 것 놓치지 않고
가까이 오기만 하면
경보 사이렌 울리듯 함성을 지른다.
꽃 나팔 불고
꽃 함성 지르며
꽃 난타 치면서
꽃불을 피우는 것이,
스스로 불쏘시개 되어
화염 꽃 이파리에 취하고
꽃모양 연기에 취하여
봉수대 불구덩이에서 제 몸 타는 것,
꽃불이 진짜 불꽃 되는 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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