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을 사랑하는데 부모 학력이 꼭 필요할까요?

행복한 교육실천을 위한 제언

등록 2006.02.28 13:51수정 2006.02.28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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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전남지부 겨울 일꾼 연수에 다녀왔습니다. 이번 연수는 여러 가지로 의미가 깊었습니다. 일부 정치권과 보수 세력들의 터무니없는 비방과 악선전으로 인해 교사로, 특히 전교조 교사로 살아가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시대에 교사로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아이들을 향한 뜨거운 사랑과 행복한 교육 실천뿐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교육 실천 앞에 ‘행복한’이라는 말을 붙인 것은 교사가 먼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하리라는 생각에서 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는 <행복한 실천을 위한 학급운영 자료>라는 제목으로 짧은 편지를 드리려고 합니다. 한 달에 두세 번 정도 편지를 드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3월에는 자기가 들어가는 반 학생 이름을 외워보는 것을 <행복한 실천 과제>로 삼으려고 하는데 그 방법이나 경험의 내용들을 모아보면 좋은 자료가 될 것도 같습니다. 4월에는 비폭력 대화를 발굴하여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시작은 이런 식으로 소박하게 하려고 합니다. 조금씩 생각들을 모아 틀을 만들어 가면 되겠지요. 행복한 교육실천입니다. 행복한 아이들.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가는 행복한 교사가 되었으면 합니다.

행복한 실천을 위한 학급운영 자료 1

1. 학생들의 이름을 어떻게 하면 잘 외울 수 있을까요?

개학 전에 새로 맡은 학생들의 사진과 이름을 미리 받아 방에 붙여 놓고 얼굴을 익히는 부지런한 선생님이 계신다고 하는데요. 그것도 모자라 벼루에 먹을 갈아 학생들의 이름을 붓으로 세 번씩 써보기도 한다는 군요. 그러면 첫날부터 아이들을 이름으로 부를 수 있다고 하네요.


수업시간마다 아이들과 눈을 맞추며 이름으로 출석을 불러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름을 외우려고 애쓰지 않아도 한 달이 채 못 되어 저절로 외워지지요. 아이들의 이름을 다 외울 수 있어도 계속 이름으로 출석을 불러보세요. 아이들과의 인간관계가 사뭇 좋아진답니다. 누가 좀 더 예쁘고 착하다고 그 아이만을 편애하는 일도 없어진답니다. 아이들 각자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을 지닌 동일한 생명으로 보이기 때문이지요.

학생들이 떠들거나 딴 짓을 할 때도 “야, 너 조용히 해!” 보다는 “선일이가 너무 떠들어 수업을 못 하겠네!”라든지 “다영이, 다 떠들었어?” 하고 이름을 부르면서 넌지시 타이르고 조금 기다려주면 보통 아이들은 곧 자세를 바로 하고 수업에 열중하지요.


2. 학생을 사랑하는데 부모 학력이 꼭 필요할까요?

아무 생각 없이 관습적으로 하는 일이 학생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학기 초에 학생들의 가정환경을 조사하는 과정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나곤 하지요. 불우아동들의 생활수기를 읽다보면 담임교사의 부주의한 언행으로 인해 상처를 받는 학생들이 많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가정환경을 조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 과정에서 학생들이 상처받는 일이 없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지요.

조사를 손쉽게 하기 위해 일정한 양식을 만들어 사용하기도 하는데 그곳에 부모 학력을 묻는 란이 아직도 있는지 살펴보시고, 만약 있다면 그것이 학급운영을 하고 학생을 지도하는데 꼭 필요한 것인지 고민해보셨으면 합니다.

학생이 그 종이를 받아들었을 때 “아, 우리 담임선생님이 나를 알고 싶어서 그러시는구나!” 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다정한 어조로 문장을 꾸미는 것도 중요하지요. 제목도 <가정환경조사서>나 <학생 기초조사표>처럼 사무적인 것보다는 <여러분을 알고 싶어요!>나 <아는 만큼 사랑할 수 있답니다!>와 같은 문구를 사용하면 훨씬 좋겠지요.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행복한 교사가 되시기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제가 근무하는 학교 전교조 분회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조금 다듬었습니다. 교사들의 행복한 교육실천을 통해 학교와 아이들이 좀더 행복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덧붙이는 글 제가 근무하는 학교 전교조 분회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조금 다듬었습니다. 교사들의 행복한 교육실천을 통해 학교와 아이들이 좀더 행복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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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교사이자 시인으로 제자들의 생일때마다 써준 시들을 모아 첫 시집 '너의 이름을 부르는 것 만으로'를 출간하면서 작품활동 시작. 이후 '다시 졸고 있는 아이들에게' '세상 조촐한 것들이' '별에 쏘이다'를 펴냈고 교육에세이 '넌 아름다워, 누가 뭐라 말하든', '오늘 교단을 밟을 당신에게' '아들과 함께 하는 인생' 등을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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