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국무총리가 지난달 28일 송파 신도시의 분양 방식과 관련, "(건물은 분양하되 토지는 임대하는 개념의) '토지 임대부 주택분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 총리는 이날 국회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송파 신도시의 토지 임대부 주택분양 방식 도입 용의를 물은 데 대해 "송파 신도시는 대부분 국공유지로, 국가가 소유권을 행사하는 형식이기 때문에 다양한 분양방식을 취할 수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한다.
또한 이 총리는 "4만5000가구 규모의 송파 신도시 중 일부는 군인 복지 시설로 활용하고, 나머지는 분양도 하고 임대도 하는 형태로 하면서 토지임대부 분양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이 총리는 "송파 신도시는 판교처럼 (일반분양 방식으로) 분양할 계획은 아니다"라며 "25.7평형 이상에 대해서도 장기 임대하는 방식 또는 토지임대부 분양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이상 <경향신문> 3월 1일자 <송파에 '토지 임대부 분양' 검토> 발췌)
'토지 임대부 건물분양' 방식의 공영 개발이 최적의 신도시 개발방식임을 생각해볼 때 이 총리의 발언은 크게 환영할 만한 일이다.
주지하다시피 '토지 임대부 건물분양' 방식은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의 구체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로서 특히 신도시 개발 등에 적합한 개발방식이다. 신도시 등을 개발할 때 토지 불로소득을 탐하여 상어 떼처럼 덤벼드는 투기적 가수요를 잠재우는 최선의 방책이 바로 '토지 임대부 건물분양' 방식인 것이다.
왜 '토지 임대부 건물분양' 방식이 최선인가
이제부터 송파신도시 건설을 '토지 임대부 건물분양' 방식으로 해야 하는 이유를 상세히 설명하겠다.
첫째, '토지 임대부 건물분양' 방식은 토지불로소득을 지속적으로 제거하기 때문에 아파트가격을 평당 500만원 이하대로 계속 유지시킬 수 있어, 아파트 가격의 하향 안정화에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토지만 공공이 임대하고 건물은 민간이 지어 분양하는 이 방식은 지속적으로 토지임대료를 공공이 환수하는 것이기 때문에, 토지가격이 건축비에서 빠져 평당 500만원 이하에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여기서 더 중요한 것은 이 방식이, 불로소득이 원천적으로 제거되도록 토지임대료를 지속적으로 환수하기 때문에, 전매제한이라는 반시장적 조치도 필요 없고, 토지불로소득을 노리고 발생하는 부동산 투기를 확실하게 제거하며, 결과적으로 부동산 가격의 하향 안정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정책당국자들이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기 위해서 반드시 기억해야할 원칙이 있는데 그건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은 건물이 아닌 토지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기실 건물은 토지라는 실체의 그림자에 불과한데도 사람들은 흔히 이 그림자에 현혹되곤 한다.
예컨대 강남에 소재한 5층짜리 재건축 대상 아파트가 그토록 비싼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둘째, '토지 임대부 건물분양' 방식의 공영개발은 큰 시장, 작은 정부라는 세계적 흐름에도 정확히 부합한다.
이 방식에서 공공이 하는 일은, 매년마다 토지임대료를 정확히 환수하는 일에 한정되기 때문에 공공부문의 비대화 가능성은 전혀 없다. 그리고 토지임대료를 징수하는 것은, 사람의 육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토지에 부과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어떤 것을 징수하는 것보다 간편하고 확실하여 부정부패의 가능성도 거의 없다.
주지하다시피 공공부분은 '사회적으로 필요하지만 민간이 할 수 없는 일 또는 하기 어려운 일'을 담당하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주공 등 공공부문은 민간에서 잘 공급하지 않으려고 하는 소형주택과 저비용 실용주택, 그리고 민간이 절대로 공급하지 않을 사회주택(시세 이하로 제공하는 주택) 등의 공급을 담당하는 것이 옳다. 이는 '토지 임대부 건물'도 분양받을 능력이 되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셋째, 송파지구는 국공유지이기 때문에 초기재원 마련의 염려가 없다.
한편 일각에서는 국공유지가 아닌 개인 소유 토지를 수용하여 신도시를 건설하는 경우 천문학적 재원이 소요되는데 건물소유자들로부터 지급받을 토지 임대료만으로 이를 회수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가 있다.
그러나 송파신도시의 경우 개발예정지구내 토지에서 국공유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82.4%나 되기 때문에 초기 재원 조달의 어려움은 한결 덜할 것이다. 따라서 송파신도시와 같은 국공유지에서 먼저 '토지 임대부 건물분양'방식의 공영개발을 적용해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몇 가지 의문점들에 대하여
국공유지가 아닌 개인 소유 토지를 수용하여 신도시 등을 개발하는 경우에도 초기 재원 마련 및 회수에 대해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만약 건물 소유자들로부터 지급받을 토지 임대료를 시장가치대로 징수할 경우 임대료 수입이 토지 비용의 이자를 금방 상회할 것이고 시간이 갈수록 임대가치가 상승하여 양자 간의 격차가 커지기 때문에 각종 금융기관이나 민간 펀드 등에서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토지 임대료를 시장 가치보다 낮게 책정하는 경우에는 토지 비용이 문제가 될 수 있는데, 이때에는 편법이기는 하지만 택지개발지구 내의 상업용지를 시장가치대로 매각하여 주택 용지의 초기비용을 조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토지 임대료를 인위적으로 낮게 책정할 경우, 주택 소유자가 토지 개발이익을 얻게 되고 그로 인해 투기가 일어날 수 있다. 이 문제는 싱가포르 식으로 주택을 팔 때 정부를 통하도록 하고, 매매차익의 일정 비율을 환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토지 임대부 건물분양' 방식의 공영개발에 대해서 회의적인 시선 가운데에는 "투자가치도 없는 주택을 분양받을 사람이 있을 것인가?"라는 것도 있다.
그러나 이런 우려는 기우(杞憂)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사회에는 장래 발생할 불로소득에 대한 기대 없이 싼 값에 맘 편히 살 수 있는 보금자리를 원하는 사람들로 차고 넘친다.
위에서 꼼꼼히 살펴본 것처럼 '토지 임대부 건물 분양' 방식의 공영개발은 별다른 부작용 없이 토지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을 환수하여 집값을 안정화시키는 최적의 개발방식이다. 모쪼록 이해찬 총리와 정부가 송파신도시를 '토지임대부 건물분양'방식으로 건설하여 '불로소득 환수'와 '부동산 가격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태경 기자는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에서 정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대자보와 뉴스앤조이, 다음 블로그에도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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