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남도 꽃 기상도

남도에서 불어 오는 꽃바람 소식

등록 2006.03.03 14:09수정 2006.03.03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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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섬진강변의 벚꽃. 2005년 3월 중순 풍경

섬진강변의 벚꽃. 2005년 3월 중순 풍경 ⓒ 나천수


꽃밭에도 기상도가 있으니
고기압, 저기압, 한랭전선, 온난전선 따라
바람, 눈, 서리, 장마, 집중호우, 태풍으로
1, 2월에는 꽃 서리, 꽃 우박, 눈꽃도 내리고,
꽃바람이 불면 꽃샘추위가 있으니
꽃 감기 조심하란다.


3월부터 꽃구름이 일고 첫 꽃비가 있을 것이며
4월부터 꽃 장마라고 예보한다.
여름에는 집중 꽃비,
가을에는 꽃물 홍수, 꽃 우박, 꽃 서리 내리니
꽃물 들고 싶으면 꽃 목욕하란다.

꽃이 주는 체감온도는
영도에서 백도까지 오르내리며
꽃에 따라 춥고 따습고, 사랑과 미움, 기쁨과 슬픔 오락가락하니
축하의 꽃다발, 애도의 꽃다발
혼동하지 말라고 꽃 뉴스 전한다.

남녘에서 불어오는 꽃바람이
남도 땅에 부딪치면 꽃구름 띠가 만들어 지고
꽃비 내리는 순서대로 선을 그으면
그것이 꽃 기압의 기상도라,

등고선 따라 꽃구름이
꽃 비(雨)가 되든지, 꽃 눈(雪)이 되든지
멀리서 보면 마치 마스게임 하듯
꽃 군무 춤을 추는 것 같아
1월부터 12월까지 일년 내내
꽃 기상 예보도 하고
화산(花山) 폭발의 꽃 뉴스를 하는구나.

남녘에서 불어오는 꽃물결 파도
오동도 바위에 부딪치면
붉은 피 흘리는 동백이 되고
섬진강에 부딪치면
소복한 매화꽃 백설이 되고
지리산에 부딪쳐 산수유 꽃물 소낙비로 쏟아지니
섬진강 물이 벚꽃으로 범람하여
꽃이 사람인지
사람이 꽃인지
꽃과 사람이 한데 어우러져
섬진강물에서 허우적거리는구나.


꽃구름 씨가 민들레 홀씨처럼
고기압의 기류 따라
남도 땅, 들로, 강으로, 산으로 퍼지어
하늘 덮는 왕 꽃구름으로 커지더니
드디어 남도 땅 전역에 꽃비를 쏟아내는구나.

꽃 번개, 꽃 뇌성 소리
땅이 갈라지고 하늘이 찢어지는 듯
화산(花山)은 화산(火山)처럼 폭발하는구나.


유달산 개나리 꽃 목포의 눈물 되고
약산에 진달래 꽃 김소월 되고,
일림산(日林山) 철쭉 꽃 봉홧불 되고,
월출산 벚꽃 왕인박사 되고,
영산강 유채꽃, 나주 들판의 배꽃, 함평의 나비 꽃
영산강, 섬진강에 띠운 꽃배 타고
꽃이 멀미하는지,
꽃구경하는 사람이 멀미하는지
꽃 이파리 마구 토해내고 있으니,

봄에만 꽃 피랴,
백련지의 연꽃이 뙤약볕에서 피고
보리 꽃, 쌀 꽃, 딸기 꽃, 오이 꽃
꽃 중에 꽃 아닌가,
이 꽃 피어야 배가 부르니,

가을되면 피는 꽃
불갑사의 꽃 무릇, 다비의 불꽃 되고
백양사의 단풍 꽃, 산불이 되고,
순천만의 갈대꽃,
천관산의 갈대꽃, 꽃이 아니랴,

꽃밭이 없다고 꽃을 피우지 못하랴,
섬과 바다에서 피는 일출 꽃, 일몰 꽃
하늘을 덮고 땅을 덮는
이 꽃처럼 큰 꽃 어디 있으랴,

겨울이라고 꽃 없으랴,
과수원의 가지 끝에 핀 눈꽃
남도 들녘 벼 벤 그루터기에 핀 서리꽃
초가집 처마 밑의 매달린 얼음 꽃
긴긴 겨울 눈꽃 잔치로 시간가는 줄 모르다가
봄꽃이 오자마자
꽃샘추위 한랭전선 꽃바람으로
질투를 하는구나,

어화! 세상 좋을시고……
남도 땅에 꽃이 피는구나,
남도 하늘에 꽃이 피는구나,
남도 바다에도 꽃이 피는구나,
남도 사람이 꽃으로 피는구나,
남도 하늘, 땅, 바다, 사람을 한데 묶으니
남도가 꽃다발이로세……

a 완도 앞바다에 핀 부표 꽃. 2005년 2월 28일

완도 앞바다에 핀 부표 꽃. 2005년 2월 28일 ⓒ 나천수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 독자를 위한 남도 꽃 소식

덧붙이는 글 오마이뉴스 독자를 위한 남도 꽃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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