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호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정욱식
- 최근 4개년 국방정책검토보고서(2006년 QDR)에도 나오는 미국의 '양면전략(hedging strategy)'은 무엇을 의미하나? 좀 생소한 개념이다.
"한 마디로 '양다리 걸치기 전략'이라고 보면 된다. 도박을 할 때 양쪽에 돈을 다 걸어 전체적인 위험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지난해 9월 21일에 로버트 졸릭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뉴욕에서 한 연설에서 일정 부분 부각됐다.
한편 당시 졸릭이 사용한 단어 중에 '이익상관자(stakeholder)'는 법률용어인데 '계약 당사자·현안 당사자로서 핵심적인 이익에 영향을 받거나 끼치는 사람'을 말한다. 이는 국제정치에서 중국의 비중과 역할이 상당해졌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양면전략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학계에서 10여 년간 회자되고 있는 'Congagement (Containment(봉쇄정책)와 Engagement(계약)의 합성어)'를 '양면(hedging)'으로 표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이미 상당부분 진행되고 있는 포용과 간헐적으로 정가를 두드리는 중국위협론을 양쪽 다 만족시키면서 균형을 이루어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 아니겠는가, 대강 그렇게 이해하면 될 것 같다."
- 중국은 미국 주도의 단극적 세계체제가 과연 인류사회에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는 것 같다. 중국의 반응은 어떤가?
"중국이 90년대 말부터 2000년 초까지 상당히 많이 언급했던 '다극화'라는 말을 요즘은 그렇게 많이 쓰지 않는다. 미국의 단극 구조를 그대로 받아들인다기 보다는 그런 논의 자체가 지금 큰 의미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예전에 사용했던 '화평굴기'나 최근 사용하고 있는 '평화발전'을 통해 중국이 강조하고 싶어하는 것은, 미국과의 1대1 대치 국면에 서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냉전시대에 항상 소련의 뒤 혹은 옆에서 미국을 만났던 중국은 처음으로 미국을 1대1로 만나는 것에 상당히 당황했다.
그리고 10년이 지나서 지금 중국의 반응은 양면적이다. 일단 '이익상관자'라고 인정하는 것에 대해 반기는 면이 있지만 그 호칭이 갖는 대가가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핵과 위폐문제, 이란 문제 등의 사안들에 대해서 과연 중국이 이익상관자만큼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우려가 있는 것이다.
문제는 중국 측에서 바라볼 때, 미국이 '양면'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국이 더 건설적인 부분에 자원을 사용할 수 있는데 서로를 경계해서 낭비되는 부분에 대해서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 2010년까지의 미중관계 시나리오는 어떻게 보는가?
"1940년대 초반부터 50년 가까이 미소관계가 국제정치의 핵심을 이루어 왔다면, 앞으로 최소한 50년은 미중관계가 국제정치의 핵심축이 될 것이다.
제가 생각하는 미중관계는 이렇다. 1980년대 미중관계는 대만문제와 경제통상문제 등 두 가지가 핵심이슈였다. 1990년대 들어서 소련이 몰락한 이후 미중관계의 핵심은 전략적인 문제와 인권문제로 갔다.
그런데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이 4가지가 한꺼번에 다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대만·인권·통상마찰·전략문제들, 거기에 더불어 북한문제 같은 여러 이슈가 미중관계에 동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1980년대가 상당히 불안정한 미중관계였는데 2000년대가 더 불안한 측면이 있다.
향후 미중관계는 적에서부터 경쟁자·파트너·우방(동맹)의 관계를 상정해볼 수 있다. 우방이 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아마 향후 10년간 경쟁자와 파트너의 관계가 이슈에 따라 순환되는 관계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다만 대만문제의 추이에 따라 적으로 갈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다고 본다.
- 한반도 문제도 미중 간에 상반된 의견을 부각시키고 있는 것 같다. 향후 미중관계 전개양상과 북핵문제에 끼치는 영향은 어떻게 되겠는가?
"북핵 문제를 바라보는 미중 간 시각은 근본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93년부터 미국의 관심은 북한 자체보다는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있었고, 지금도 큰 차이는 없다. 중국에게는 NPT가 핵심적인 것이 아니라 향후 2020년까지 평균 3000불 소득이 가능한 전면적 소강사회를 달성하기까지 안정된 지역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다.
중국이 북핵문제에 대해서 보다 적극적인 태도로 전향한 시점은 2003년 2월 말에서 3월 초로 보인다. 핵문제와 관련해서 미국이 실제로 이라크에 군사력을 사용했던 때이고 3월 초 북한 전투기와 미국 정찰기가 충돌할 뻔 했던 사건도 있었다. 북미간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는 중국 나름대로의 판단에 근거해 북한에 압박을 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2005년 이후에 중국이 북핵문제에 대해서 그렇게 조급해하지 않은 것은 이라크에 묶여 있는 미국이 한반도에서 또 다른 군사적 제재를 가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판단한 것에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즉, 중국 주변 지역의 안정이 깨질 가능성이 줄어들면서 중국이 2003년처럼 미국과 적극적으로 보조를 맞출 필요가 줄어든 것이다.
그러나 북핵문제는 동아시아에서 미중간 파트너십의 한계를 시험할 수 있는 리트머스지다. 이는 이익상관자의 책임을 중국이 얼마만큼 할 것이냐와 관련되어 있다. 예컨대, 위조지폐 문제에 대해서 중국이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은행(BDA)에 대한 제재를 시행할 수 있었던 것은 이익상관자의 역할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이 핵문제에 얼마나 직접적인 자극으로 갈 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 일부에서는 최근 중국이 대북 투자나 북한과의 협력관계를 높여가는 것이 이후 대만문제에 관한 미국의 양보를 상당부분 받기 위한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하는데, 그런 문제가 미중간의 고위 전략대화에서 논의될 가능성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개연성이 상당히 낮다고 생각한다.
미국과 중국의 공통점은 외교관계에 있어서 도덕성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관중들이 자기를 어떻게 볼지 상당히 관심을 기울이고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일관성에 집착한다. 예전에 했던 말을 뒤집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서로의 이익을 위해서 북한문제와 대만문제를 교환했을 경우, 10년·20년 후 외교문서가 공개될텐데, 미국이 대외관계에 대한 평가를 전혀 개의치 않고 그런 일들을 할 것인가. 또 그렇게 했을 때 동맹국인 한국에 대해서 자신의 입장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런 점들을 감안한다면 전략회담이든 비밀회담이든 미중간에 공식적으로 북한과 대만을 교환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생각한다."
"중국, 올림픽 놓치더라도 대만 독립 방치 않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