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짝 피어난 만리향의 모습입니다.배만호
만리향(萬里香)
이해인
그
달콤한 향기는
오랜 세월 가꾸어 온
우정의 향기를
닮았어요.
만 리를 뛰어넘어
마음 먼저 달려오는
친구의 목소리가
바람을 타고
꽃가루로 흩어져요
고요하게
다정하게
어려서 친구와 같이 먹던
별꽃 별 과자 모양으로
자꾸만 흩어져요
꽃은 흩어지고
그리움은 모이고
우정은 영원하기를...
어머니께 진 마음의 빚은 자꾸만 늘어가
어머니가 누워 계시는 곳에 만리향을 심었습니다. 천리향도 심고 동백도 심었습니다. 만리향은 어머니가 돌아가신 가을이 되면 향을 만들어 낼 것입니다. 그리고 향이 만 리를 가겠지요. 그러면 제게도 어머니의 향이 느껴질 것입니다. 어머니의 향을 느끼며 가까이 다가가면 천리향이 느껴지겠지요.
어머니 곁에 심은 꽃나무를 제가 사는 곳에도 심었습니다. 처음부터 두 그루씩 준비를 했습니다. 마치 어머니가 제게 피와 살을 나누어 준 것처럼 나도 어머니에게 작은 보답을 한다는 생각으로 심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에게 진 마음의 빚은 자꾸만 늘어납니다. 그게 꽃나무 몇 그루를 심는 것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마음은 조금 가벼워지는 것 같습니다.
어머니는 농사일에만 몰두하다 격렬한 여름이 끝난 뒤 찾아온, 조락의 계절, 죽음의 계절 등 온갖 수식이 다 어울리는 가을에 낙엽처럼 생을 마감했습니다. 파도에 밀려난 부표, 끝이 갈라지고 만 밀짚모자처럼…. 그렇게 정열로 가득 찼지만 손바닥을 뒤집는 것처럼 어디론가 떠나 버리고만 여름. 가을은 여름의 눈물을 채워 넣어 그렇게 찾아왔습니다.
그러한 계절, 햇빛과 같은 달콤한 향기를 형형색색 물든 풍경 속으로 밀어내며, 퍼뜩 눈에 띄는 오렌지색 꽃이 피어납니다. 만리향입니다. 그리고 어머니의 사랑입니다.
여름이 가져다 준 것은 눈물뿐일까요? 가을의 조용함에 둘러싸일 때 정말로 자기가 발견하고 싶었던 사람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대!
마음이 끌려 서로 마주하고자 하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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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말이 적어야 하고, 뱃속에 밥이 적어야 하고, 머리에 생각이 적어야 한다.
현주(玄酒)처럼 살고 싶은 '날마다 우는 남자'가 바로 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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