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봄'김태성
남자 주인공 역할을 할 개 '봄'이와 여자 주인공 역을 맡을 개 '바람'이를 찾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으나, 그들과 닮은 강아지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닮은 강아지가 있다는 이야기만 들으면 물어물어 찾아가길 몇 번. 드디어 두 마리 강아지를 찾아 촬영을 하고, 애인을 떠나보낸 외로움을 연기해야 하는 '봄'이를 위해 김C의 음악을 계속해서 들려주었다.
그런데 솔직히 '봄'에게 음악을 들려주면서도 내 자신이 참 한심스럽다는 생각을 수없이 해야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봄'이는 음악에는 쥐뿔도 관심 없고, 오직 공 던지기에만 집착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거리와 들판을 질주하는 신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훈련받은 '봄'과 '바람'에게 뛰어다니는 것은 일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사랑하는 여인을 떠나보낸 '바람'이의 내면연기였다. 김영석 감독은 '봄'에게 좀 더 울컥한 눈빛을 주문했지만 '봄'은 비스킷을 주지 않으면 쳐다보지도 않았고, 비스킷을 주면 오히려 행복한 눈빛이 되곤 했다.
결국 제작진이 선택한 마지막 방법은 다소 비인간적이지만, 좀 굶기는 것이었다. 그렇게 끼니를 굶은 '봄'이는 '울컥'을 넘어, 투명하기까지한 눈빛으로 슬픔을 연기해냈고 이 모습은 고스란히 뮤직비디오에 담기게 되었다.
이리하여 이 한편의 뮤직비디오가 완성되었다. 완성된 뮤직비디오를 보며 궁금한 것은, 사람들의 사랑을 연기한 '개'들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하는 점. 또 그 '개'들의 사랑을 보게 될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하는 것이었다.
제작자의 바람이라면 사람도, 개도 올 봄엔 다들 사랑하시고, 이별도 해서 가슴이 좀 많이 아프시걸랑 김C 음악 좀 들어주십사 하는 것이다. 그나저나 '봄'과 '바람'은 출연료로 뭘 했을라나….
덧붙이는 글 | 탁현민 기자는 공연기획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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