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성의 날'에 들리는 황당한 소식

[진중권의 창과 방패]

등록 2006.03.08 08:16수정 2006.03.08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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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오늘부터 시사평론가 진중권(중앙대 겸임교수)씨가 진행하는 라디오방송 <진중권의 SBS 전망대> 칼럼 '칼과 방패'를 연재합니다. 진 교수는 매일(일요일 제외) 오전 7시 20분 라디오를 통해 특유의 위트와 풍자, 촌철살인이 담긴 칼럼을 방송하고 있습니다. 진 교수의 새 연재에 네티즌 여러분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편집자주>
3월 8일 오늘은 '세계여성의 날' 입니다. 1908년 3월 8일에 벌어졌던 시위를 기념하여 제정된 날인데, 98년 전 그날 미국의 여성노동자들은 한 피복 회사의 여자 노동자 146명이 불에 타 죽은 데에 항의하여 노동3권과 참정권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합니다.

그 일이 있은 지 100여년 가까이 지났지만, 아직도 전 세계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은 여전합니다.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아 가정과 직장에서 여성들은 가부장제 문화의 억압을 받고 있고, 대우와 기회라는 면에서도 남성에 비해 차별을 받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여성의 날인 오늘 KTX 여승무원 90여명이 직위해제 됐다는 우울한 소식입니다. 해고 통보는 문자 메시지로 했다고 하네요.

일상에서도 여성은 여러가지 남성 폭력의 대상이 되고 있지요. 최연희 의원의 성추행 사건, 교도관의 재소자 성추행, 경찰의 참고인 성희롱 등 최근에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이 보여주듯이, 여성들은 이 사회 곳곳에서 남성들의 성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지요.

'세계 여성의 날' 기념으로 황당한 소식이 들리네요. <동아일보> 여기자를 성추행한 최연희 의원이 빗발치는 사퇴 여론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의원직을 고수할 태세라는군요. 그의 지역구에는 그의 의원직 사퇴에 반대하는 글귀가 적힌 플래카드들이 걸려 있다고 합니다.

동해시의회에서도 최 의원의 사퇴에 반대하는 성명을 냈답니다. 지역발전에 공이 큰 분을 취중 실수 때문에 내쳐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더 황당한 것은, 이 엽기 퍼포먼스에 동해시 여성단체들의 모임까지 가세했다는 거죠. 이건 견해의 자유가 아니라 성폭행 2차 가해로 봐야 하지 않을까요?

최 의원을 용서하자는 아저씨, 아줌마들께 묻고 싶네요. "만약에 여러분의 딸들이 최 의원에게 성추행을 당해도, 지역발전에 기여한 그의 공을 봐서 그를 용서하자고 할 것인가?"

자기 딸에 대해 할 수 없는 짓은, 남의 딸에 대해서도 하면 안 되겠지요. 이게 바로 우리가 최 의원을 용서하면 절대로 안 되는 이유입니다. 근데, 이게 그렇게도 이해하기 힘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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