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계곡조차 산수유 꽃의 노란 물이 뚝뚝 떨어져서 이 마을의 계곡물은 모두 노란색일 것 만 같았다.조태용
| | | [시] 성탄제 | | | | 어두운 방 안엔 바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藥)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 오신 그 붉은 산수유(山茱萸) 열매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승, 젊은 아버지의 서늘한 옷자락에 열(熱)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이따금 뒷문을 눈이 치고 있었다. 그 날 밤이 어쩌면 성탄제(聖誕祭)의 밤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느 새 나도 그때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다. 옛 것이란 거의 찾아볼 길 없는 성탄제(聖誕祭) 가까운 도시에는 이제 반가운 그 옛날의 것이 내리는데, 서러운 서른 살 나의 이마에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 눈 속에 따오신 산수유(山茱萸)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血液)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
/ 김종길 | | | | |
산수유 마을을 떠나려고 내려오면서 밭에서 두릅나무에 엉겨 붙은 넝쿨을 정리하는 아주머니 한 분을 만났다. 산동에서 평생을 사셨다는 아주머니 말에 따르면 이 마을에 산수유가 이렇게 많은 이유는 그동안 산수유 가격이 좋아 산수유나무를 집중적으로 심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요즘은 중국산 산수유 수입으로 인해 산수유 가격이 턱없이 내려서 산수유를 수확하지 않는 사람도 늘고 있다고 한다. 또한, 더는 산수유나무를 심는 사람은 없고, 다른 작물로 대체를 고려하고 있다고 하니 산동의 산수유도 농산물 수입 등쌀에 언제 사라질지 모를 일이다.
우리나라 자연이 파괴되었다고 외국의 자연을 수입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외국의 농산물을 수입하면 우리의 소중한 자연이 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하는 것일까? 이 마을에 산수유와 산수유를 닮은 순박한 사람들이 언제나 함께 살아가기를 기원해본다.
덧붙이는 글 | 구례 산수유꽃 축제가 3. 25(토) ~ 4. 2(일), 9일간 구례군 산동면 일원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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