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이 기지 사용료 내야 한다

[정욱식 칼럼] 방위비분담금 올려달라는 미국의 이기주의

등록 2006.03.09 13:06수정 2006.03.09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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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2일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대추초등학교에서 열린 미군기지 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의 기지 이전 반대 집회에서 주민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주한미군 없는 세상'을 꿈꾸며 날린 연이 K-6(캠프 험프리스) 미군기지 상공을 날자 미군들이 나와 지켜보고 있다.
지난달 12일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대추초등학교에서 열린 미군기지 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의 기지 이전 반대 집회에서 주민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주한미군 없는 세상'을 꿈꾸며 날린 연이 K-6(캠프 험프리스) 미군기지 상공을 날자 미군들이 나와 지켜보고 있다.오마이뉴스 남소연
주한미군 사령관이 한국에게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노골적으로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버웰 벨 주한미군 사령관은 7일(미국 시간)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주한미군을 지원하기 위한 방위비의 균형된 분담은 동맹의 힘의 근본"이라며, "한국이 공평하고 적절하게 방위비 분담을 할 용의가 있느냐가 미군의 한국 주둔을 원하고 존중하느냐에 대한 확고한 징표"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2005년과 2006년 한국의 분담액이 2004년에 비해 670억원이 줄었다며 "이러한 부족분은 불가피하게 중대한 전투 준비 태세에 관한 결정을 어렵게 하고 있다"며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렸다.

환율변화 빠트린 미 사령관의 숫자놀음

그러나 이러한 주한미군 사령관의 발언은 한 마디로 통계적 오류를 이용한 '숫자 놀음'이라고 할 수 있다. 벨 사령관은 기준 화폐로 원화를 제시했는데, 이를 달러로 환산하면 한국의 방위비 분담액은 오히려 늘어났기 때문이다.

달러화로 표시된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의 추이를 보면, 2001년 4억4천만 달러-2002년 4억9천만 달러-2003년 5억4천만 달러-2004년 6억2천만 달러이고, 벨 사령관이 줄어들었다고 강변한 2005년과 2006년에는 6억8천만 달러이다. 원화로 하면 670억원이 줄었으나 달러로 환산하면 오히려 6백만 달러가 늘어난 것이다. 이 차이는 원화가치가 상승한 데 기인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벨 사령관은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이 엄청나게 줄어든 것처럼 미국 상원 의원들에게 보고함으로써, 상원 의원들의 반한 감정을 자극했다. 보고를 받은 미국 의원들이 한국 정부와 국회의원들에게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고, 이것이 수용되지 않으면 한국의 동맹에 대한 의지를 문제삼을 것이라는 점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왜 우리가 돈을 내야 하나?

더 근본적인 문제는 주한미군 주둔 목적과 한국의 무상 토지 제공 및 방위비 분담금 부담 사이의 불일치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에 있다. 최근 폭로된 청와대 문건에서도 확인된 것처럼, 한국이 무상으로 미군에게 기지를 제공하고 방위비를 분담하는 이유는 주한미군이 대북 억제 및 한국 방어 역할을 돕기 위한 것이다.


주한미군이 한국 밖에서 빠져나가 다른 임무를 수행하고 북한에 대한 선제적 군사 행동을 취할 목적으로 주한미군을 재편하고 있다면, 한국이 연간 20억 달러에 달하는 직간접적인 비용을 주한미군에 제공할 하등의 이유도 없어지게 된다. 오히려 필리핀과 그리스처럼 미국에 기지 사용료를 징수하는 것이 사리에 맞다.

이 뿐만 아니다. 미국은 자신의 필요에 따라 이뤄지고 있는 용산기지 및 2사단 이전 비용의 대부분을 한국에 전가시키고 있다. 이 비용만 해도 약 10조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또한 약 5천억원으로 추산되는 반환기지의 환경 치유 비용도 내지 못하겠다며 버티고 있고, 용산기지와 2사단이 이전할 예정인 평택기지의 성토 비용으로 5천억원을 추가로 요구하고 나섰다.

무능한 한국 정부, 이기적인 미국 정부

물론 이는 미국 이기주의의 탓만은 아니다. 노무현 정부의 부실하고 안이할 협상 태도 역시 국민들에게 막대한 재정적 부담을 야기하고 있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최초로 협상다운 협상을 했다"며 자화자찬하는 사이 기지 이전비용, 환경 치유 비용, 그리고 방위비 분담금까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기지 이전과 관련된 총비용이 12조원 안팎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노무현 정부가 대미 협상만 잘했어도 양극화 비용의 상당 부분을 마련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자조섞인 비판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오는 것이다.

정부의 무능하고 부실한 협상 결과와 함께 '우정의 척도를 돈으로 삼겠다'는 미국 이기주의는 한미동맹에 대한 국민적 회의감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양국 정부가 한미동맹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동맹이 강화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한미동맹은 모래성과 같은 존재가 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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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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