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현지 매화, 목련, 동백도 궁금하시죠?

[상하이탐험17] 상하이 꽃, 백목련이 피었습니다

등록 2006.03.11 14:15수정 2006.03.11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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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다가오니 아파트 단지에는 둥글고 소담스런 모양을 한 채 진한 향기를 내뿜는 결향(結香)나무가 노란색 꽃을 개화하며 동백꽃이 핏빛 꽃을 활짝 펼칩니다. 분홍빛 흰빛 매화꽃도 소공원 여기저기에서 만개하고 있습니다.

a 결향나무로 매화처럼 봄을 알리는 꽃이다.

결향나무로 매화처럼 봄을 알리는 꽃이다. ⓒ 유창하

그리고 3월 현재 아파트 단지나 가로변 소공원에는 백목련(白木蓮)이 꽃을 한창 피우고 있습니다. 나뭇가지 끝마디에 달린 털이 보송보송한 '겨울눈'을 뚫고 마치 겨우내 긴 잠에서 깨어나듯 목련꽃이 하얗고 커다란 꽃잎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곳 상하이는 백목련 꽃 향연이 진행 중입니다.


중국에 와서 처음 보는 결향나무도 목련처럼 잎이 나기 전에 가지 끝에 꽃을 피우는 봄의 전령사이고 꽃향기가 아카시아 나무만큼이나 진해 나무 이름에 향기 향(香)자가 들어있습니다.

상하이는 창쟝(長江) 이남의 도시로 온난한 기후에 속해 거리에는 한국 제주도처럼 열대성 키 큰 나무들이 심어져 있습니다. 겨울이 되면 영도 이하로 기온이 내려가는 날도 있기에 열대성 나무들의 동사 방지용으로 나무 아래 몸통을 보온 짚으로 감싸 추위를 막게 합니다.

사군자 으뜸이라는 매화도 중국산이야

a 녹색 빛이 도는 줄기에 열리는 홍매화.

녹색 빛이 도는 줄기에 열리는 홍매화. ⓒ 유창하

상하이는 북위 30도로 지리적 특성상 한국보다 남부지방에 속합니다만 대륙성 차가운 기후와 습한 기후로 대체로 한국의 남부지방에서 자라는 식물들의 개화시기와 비슷한 시기에 동백꽃, 개나리, 매화, 목련이 꽃을 피웁니다.

섬진강 청매실농원의 매화가 꽃을 피우는 절정기에 이곳 상하이에서도 매화꽃이 만개합니다. 상하이에는 대규모 매화단지가 없어 상하이에서 버스로 3시간 이상 가야 하는 남경(南京)이나 무석(无錫)의 매화산(梅花山)에 가야만 한국의 광양, 해남의 대단지 매화 밭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하이 시내에서도 포동 세기 공원의 매화동산과 홍수공원(현 루쉰공원)의 윤봉길 의사 기념관이 있는 매원(梅園)에 조성된 매화동산에 가면 중국 매화꽃을 아쉽지만 그런대로 충분히 매화를 감상할 수 있답니다. 사군자의 으뜸이라는 매화의 원산지는 중국입니다.

a 윤봉길 기념관 뒤편 매화동산에 핀 흰매화

윤봉길 기념관 뒤편 매화동산에 핀 흰매화 ⓒ 유창하

홍구공원 안 매원에 조성된 소규모 매화동산의 매화는 한국에서 보던 백색 흰매화와 분홍빛 홍매화입니다. 아마도 한국인의 정서에 맞는 한국인이 눈에 익은 매화종류와 같은 종을 심은 것 같습니다. 매원에는 관광계절에 하루평균 2000명의 한국인이 찾으니까요.


지난 2월 말에 매원을 방문할 기회가 있어 꽃이 핀 매화를 다행히 볼 수 있었습니다. 흰색 매화꽃과 분홍빛 홍매화가 꽃을 가득 피워 매화 향기에 조금이나마 심취하며 잠시나마 4년 전 가보았던 다소 시끌벅적한 한국의 섬진강 매화축제 현장 청매실농장의 기운을 윤 의사 매원동산에서 소담스럽게 떠올렸습니다.

a 작년 3월 상하이 포동 세기공원의 매화.

작년 3월 상하이 포동 세기공원의 매화. ⓒ 유창하

하지만 작년 봄에 가보았던 푸동(浦東) 세기 공원의 매화나무들은 꽃잎이 작고 한국에서 보지 못했던 꽃잎 크기가 작은 홍매화들로 가득하였습니다. 매화나무 가지도 가늘고 꽃이 작고 색깔도 검붉은 빛이 도는 홍매화입니다. 이곳 매화들은 개화시기가 남아있어 3월 말이 되어야 만개를 합니다.

선운사 핏빛 동백꽃이 그립네

a 아파트 단지 안 소공원의 동백꽃이 활짝 피었다.

아파트 단지 안 소공원의 동백꽃이 활짝 피었다. ⓒ 유창하

상하이에서 봄이 다가오면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꽃이 동백꽃입니다. 아파트 단지나 길가에 많이 조성되어 있는 소공원에 가면 동백꽃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동백꽃을 생각하니 선운사 동백꽃과 청정구역 거제도 동백 숲이 또 떠오릅니다.

하지만 상하이의 동백꽃은 잎이 거제도의 자연림 동백꽃처럼 두텁지도 않고 광택도 많이 나지 않습니다. 꽃 빛깔도 분홍빛이 감도는 붉은색으로 선운사 동백 핏빛은 연상이 되지 않습니다. 한국 공원과 정원에서 많이 보아왔던 일본산 동백하고 비슷하게 보였습니다.

만개한 동백꽃이 통째로 툭툭 떨어지는 모습은 전혀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만개 후 붉은 꽃잎들이 그냥 힘없이 떨어지며 흩날릴 뿐 얼음에 얼린 듯 툭툭 떨어지는 선운사 동백꽃 광경을 볼 수가 없습니다. 동백꽃은 중국, 한국, 일본의 따뜻한 지방에서 자라는 차나무과 식물입니다.

백목련은 상하이 시화

a 만개한 백목련의 우아한 자태.

만개한 백목련의 우아한 자태. ⓒ 유창하

중국 상하이에서 지내며 봄을 알리는 전령사로 목련(木蓮)이 있습니다. 상하이에 와 첫봄을 맞을 때 '백목련이 왜 저렇게 상하이 주요도로변에 가로수처럼 심어져 있고, 아파트 단지 정원에도 눈이 많이 뜨일까?'를 생각해 본 적이 있었는데 '백목련'이 바로 상하이 시 상징 꽃인 시화(市花)이었기 때문에 그러하다는 것을 나중에야 비로소 알았습니다.

상하이에서 상하이 사람들을 만나고 생활하다 보니 '백목련은 상하이 사람들의 개방성과 창의성 그리고 유연하면서도 강인함을 상징적으로 잘 표현해 주는 꽃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a 자목련 꽃망울.

자목련 꽃망울. ⓒ 유창하

백목련은 봄을 맞이하면 다른 나무들보다 먼저 꽃을 피우고, 꽃 모양과 색깔이 순결하고 아름답고 향기마저 은은해 상하이 사람들이 참 좋아합니다. 백목련은 미나리아재비목 목련과에 속하는 식물종입니다. 목련은 크게 흰색의 백목련과 분홍빛을 띠는 자목련이 있습니다.

목련은 매화나 개나리처럼 이른 봄 잎이 나기도 전에 꽃을 피우는 봄을 알리는 화신의 하나로 히말라야에서 중국 전역에 주로 많이 분포하는 식물 종입니다. 보통 백색과 분홍색 2가지 색깔의 커다란 꽃잎을 피우고 높이 15여 미터까지나 자라는 제법 키가 큰 꽃나무입니다.

a 상하이 시화인 백목련이 소담스럽게 피어 있다.

상하이 시화인 백목련이 소담스럽게 피어 있다. ⓒ 유창하

요즘 날씨가 따뜻해져 아파트 단지 내 조성된 '작은 숲'을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서니 다른 나무들 속에서 외로이 서 있는 목련꽃 두 그루의 단아한 모습이 눈에 확 들어옵니다. 눈부실 정도로 백옥처럼 하얗고 커다란 꽃잎을 주변 나무들에 뽐내기라도 하듯 활짝 펼쳐보이고 있습니다. 상하이 아파트 단지에는 거리의 소공원처럼 작은 소공원이 조성된 곳이 많습니다. 한국처럼 조밀하게 집을 짓지 않습니다.

아파트 단지 안 소공원에서 목련꽃의 우아한 자태와 매력에 이끌려 한참이나 2그루의 백목련을 유심히 관찰하였습니다. 한그루 목련에서는 목련꽃이 이제 막 피어나려는 듯 유백색의 꽃봉오리에서 배시시 삐져나오고 있습니다.

이웃 목련은 벌써 대부분 꽃망울이 반쯤 얼굴을 내밀고 화사하게 웃고 있고 높은 곳 나뭇가지에서는 이미 목련꽃이 만개하여 얼굴을 아래로 묻고 있습니다. 나무 밑을 보니 간밤 바람에 날려 떨어진 듯 하얀 목련꽃잎이 놓여있습니다.

초등학교 정원에 핀 목련꽃을 바라보며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고 이후에도 자연생태와 식물에 대한 애정이 강했지만 목련의 원산지가 중국이란 것은 중국에 와서야 새삼 알았습니다. 목련꽃 슬픈 전설, 목련꽃을 피울 때는 봉우리들이 일제히 북쪽을 향한다는 심오함도 근래에야 겨우 알 수 있었습니다.

많은 꽃의 신화가 대부분 그렇듯 백목련의 중국전설도 "어떤 공주가 북쪽 바다 신(神)을 향한 사랑을 채 이루지 못하고 죽자 무덤가에 핀 꽃이 백목련(白木蓮)이다"라고 사뭇 신파적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만개한 목련의 꽃봉오리가 쳐다보는 방향을 확인해보니 정말 북쪽으로 모두 바라보고 있습니다. 나침반이 없어도 이젠 상하이 시내를 돌아다녀도 목련이 필 동안에는 어느 방향이 북쪽인지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목련은 개화기간이 너무 짧아 아쉽답니다.

a 백목련이 꽃입을 벌리고 있다.

백목련이 꽃입을 벌리고 있다. ⓒ 유창하

목련꽃이 특이하게도 꽃봉오리를 일제히 북쪽으로 바라보고 꽃피는 이유를 알면 재미있습니다. 남쪽 방향에서 겨우내 자란 목련 꽃봉오리의 껍질은 햇볕을 잘 받아서 북쪽 면의 꽃봉오리 껍질보다 튼실하게 자랍니다. 결국 튼튼히 자란 남쪽 방향 꽃잎이 북쪽 방향 꽃잎보다 영양상태가 좋기에 먼저 열리며 자리를 차지하고 나면 뒤에 피는 북쪽 꽃잎은 자연히 아래로 처지기 때문에 목련꽃 봉오리가 일제히 북쪽으로 쏠리는 신기한 자연현상이 생깁니다.

겨우내 상하이 찬바람을 맞으며 꿋꿋하게 이겨내고 그리고도 누구보다 먼저 봄이 오고 있음을 은은한 향기를 머금은 채 화사하면서도 단아하고 순결한 모습으로 음지의 북쪽을 향해 꽃을 피우는 우아한 외유내강형의 '상하이의 꽃' 백목련이 매화, 동백과 함께 장강 남쪽 따뜻한 도시 상하이에 활짝 피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유창하 기자는 다음카페 '중국 상하이 한인 모임' http://cafe.daum.net/shanghaivillage 운영자이다.

덧붙이는 글 유창하 기자는 다음카페 '중국 상하이 한인 모임' http://cafe.daum.net/shanghaivillage 운영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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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랜 기간 오마이뉴스에서 쉬었네요. 힘겨운 혼돈 세상, 살아가는 한 인간의 일상을 새로운 기사로 독자들께 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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