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은 결국 자기 스스로를 묶는 일이야

[책이야기] <사라, 버스를 타다>

등록 2006.03.13 09:36수정 2006.03.13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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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16대 대통령 링컨은 노예제도를 폐지한 인물로 알려져 있어. 오랜 기간 동안 미국에서는 아프리카에서 끌려 온 흑인들이 백인들의 노예가 되어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었단다. 그런데 미국 남북전쟁 중이던 1863년, 당시 대통령이던 링컨은 노예해방을 선언했지. 하지만 그 후로도 오랫동안 흑인들은 백인과 똑같은 대접을 받지 못했어.

노예해방 선언이 있은 때로부터 20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1955년 어느 날, 로사 팍스라는 흑인 아주머니는 버스 안에서 백인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게 체포를 당했단다. 당시에는 거의 모든 장소에서 흑인과 백인의 자리가 구분되어 있었어. 물론 좋은 자리는 모두 백인의 것이었지.


화장실이나 병원, 도서관은 물론이고 하나님 앞에서 모두 다 형제, 자매라고 이야기하는 교회에서까지 흑인과 백인은 함께 앉을 수 없었어. 흑인들은 그런 차별을 당하는 게 분하고 서글펐지만 쉽게 저항할 수는 없었어. 법을 만드는 사람이나 그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 모두가 백인이었거든.

흑인들은 자유를 얻었다고는 하지만 차별을 벗어나지는 못했어. 로사 팍스 아주머니는 그 차별이 옳지 않다고 생각했어. 왜 법을 어겼냐는 질문에 아주머니는 이렇게 말했어. "내 나라에서 나를 동등한 시민으로 대우하지 않는 법에 나는 신물이 났습니다. 그래서 일어나지 않았지요."

사람들은 로사 팍스 아주머니의 말과 행동을 통해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는 게 과연 옳은 것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어. 차별이 옳지 않다고 생각한 많은 사람들이 그때부터 '버스 승차 거부 운동'을 시작했어. 1년이 넘도록 운동은 계속되었고 결국 버스에서 흑인과 백인을 차별하는 법이 잘못되었다는 판결이 나왔어.

a 책표지- 사라, 버스를 타다

책표지- 사라, 버스를 타다 ⓒ 사계절

아빠가 오늘 읽어 주는 이 책 <사라, 버스를 타다>는 그 이야기를 너희들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 거야.

흑인 소녀 사라는 늘 버스 뒤쪽에 앉아야 했어. 엄마에게 그 이유를 물었지만 엄마는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야지"라고 말할 뿐이었어. 사라는 버스 앞쪽이 어떤지 궁금해서 앞쪽으로 걸어갔어. 창문은 똑같이 지저분했고 버스의 소음도 똑같이 시끄러웠어. 사라는 이렇게 생각했지. "뭐가 그리 대단하다는 걸까?"


실제로 버스 앞쪽이나 뒤쪽이나 특별하게 차이 나는 건 없어. 다만 백인들이 흑인들과 섞여 있기 싫었던 거지. 다른 것도 마찬가지야. 흑인이나 백인을 구분 지을 이유가 없지만 앉는 자리나, 드나드는 출입구나, 사용하는 물건을 구별 지어서 '백인은 흑인과 다르다'고 우기는 것일 뿐이야. 백인들은 피부색이 자기들과 '다른' 것을 두고 '틀렸다'고 생각하는 거지.

사라가 버스 앞쪽으로 나오자 사람들은 사라에게 정해진 자리로 돌아가라고 하지. 많은 사람들은 잘못된 법이라도 꼭 지켜야 한다고 생각 해. 왜 그 법을 지켜야 하는지, 잘못 된 것은 아닌지, 고쳐야 하는 건 아닌지 하는 식의 질문을 하지 못하는 거야. 잘못된 것에 저항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거지.


사라는 법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보다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를 생각했고, 옳다고 생각한 것을 행동으로 옮겼어. 옳지 않은 법은 사라졌고, 피부색 때문에 받게 되는 차별 하나가 사라졌지.

외모나 피부색, 국적, 종교 등의 이유로 차별을 받는 건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야. 동남아시아에서 우리나라에 일하러 온 외국인들 있지? 그들은 우리나라에서 열심히 일 하고 그 대가를 받는 거야. 하지만 몇몇 나쁜 한국인들은 일만 시킨 다음 돈을 주지 않거나, 한국사람이 아니라고 무시하는 경우가 있어.

나와 다르다는 것은 서로 돕고 나눌 게 있다는 것이지, 상대방이 틀렸다는 게 아니야. 사람은 누구나 다 달라. 차별은 다른 사람을 묶어 놓으려고 하다가, 결국 자기 스스로를 묶게 되는 일이야. 흑인을 버스 뒤쪽에만 앉게 하는 법 때문에 백인은 버스 앞쪽에만 앉게 되는 것처럼 말이야. 우린 그런 바보 같은 짓은 하지 말자꾸나.

덧붙이는 글 | 어린이 교양지 <고래가 그랬어> 29호에 실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어린이 교양지 <고래가 그랬어> 29호에 실었습니다.

사라, 버스를 타다

존 워드 그림, 윌리엄 밀러 글, 박찬석 옮김,
사계절,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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