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에도 땅 밀어올리는 산마늘 '명(命)이나물'

[산나물을 찾아서 1]꽃샘 추위를 아랑곳 않는 산마늘 새싹의 대단한 힘

등록 2006.03.14 16:48수정 2006.03.14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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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산마늘이 고개를 쏙 내밀었다.

산마늘이 고개를 쏙 내밀었다. ⓒ sigoli 고향

며칠 전 횡성에 다녀오는 길에 가평 산채원 시험포지에 들렀다. 대체 어떻게 되고 있을까 궁금했기 때문이다.

벌써 횡성장에는 원추리와 꽃다지가 나와 손님 발길을 붙잡고 있었다. 아니 갈 수 없지. 꼭 들러서 시금치 캐고 묻어둔 배추 꺼내와 쌈 싸먹을 생각이었다.


차에서 내리자 바람이 사람을 쓸고 가고 싶은가 보다. 다시 차에 오를까 싶도록 귀청을 때리고 손이 시렸다. 시금치 제일 맛있는 철을 어기면 안 되겠다 싶어 속으로 울면서 한 무더기 캤다.

배추도 꺼냈다. 조금 더 있으니 견딜 만 하다. 뭐라도 좀 올라와 있을까 밭을 둘러보았더니 취나물 싹이 속에서 붉어진다. 발길을 산마늘과 달래, 산부추쪽으로 옮겼다. 다들 나와서 인사를 한다.

"야, 이놈 신기하네."

파, 마늘, 부추는 겨우내 죽지 않고 있는데 산마늘도 벌써 땅이 거들어주니까 이렇게 추운 날씨에도 나오다니! 한쪽은 벌써 잎을 피워 여름으로 달려가고 있다.

정선에서 나물농사를 하시는 전연택님께 여쭸더니 눈밭에도 맨 먼저 나온다고 한다. 정말 놀랍지 아니 한가.


올 해는 서른 뿌리에 더 협찬을 받아서 어린 싹도 먹어보고 조금 센 것은 장아찌를 맛나게 담가 그 오묘한 맛을 느껴보리라. 내 명(命)이 길어지는가 봐야겠다.

나도 어서 마음을 추스르고 봄을 맞아야겠다. 과연 오대산 게 맛있을까? 울릉도 산이 향긋할까? 이를 닦고 먹어봐야겠네.


a 벌벌 떨면서 찍었더니 촛점이 맞지 않지만 벌써 피어가는 명이나물이 애처롭다.

벌벌 떨면서 찍었더니 촛점이 맞지 않지만 벌써 피어가는 명이나물이 애처롭다. ⓒ sigoli 고향

덧붙이는 글 | 김규환 기자는 시골아이 고향(www.sigoli.com) 대표입니다. 몇 년 전부터 산나물을 모아 귀향하겠다는 꿈을 꾸며 올해는 산채원(山采園 cafe.daum.net/sanchaewon)을 본격적으로 조성할 계획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산나물 500여 가지를 확보하여 산촌을 살리는 일에 몰두하고 싶습니다. U포터에도 보냅니다.

덧붙이는 글 김규환 기자는 시골아이 고향(www.sigoli.com) 대표입니다. 몇 년 전부터 산나물을 모아 귀향하겠다는 꿈을 꾸며 올해는 산채원(山采園 cafe.daum.net/sanchaewon)을 본격적으로 조성할 계획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산나물 500여 가지를 확보하여 산촌을 살리는 일에 몰두하고 싶습니다. U포터에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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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환은 서울생활을 접고 빨치산의 고장-화순에서 '백아산의 메아리'를 들으며 살고 있습니다. 6, 70년대 고향 이야기와 삶의 뿌리를 캐는 글을 쓰다가 2006년 귀향하고 말았지요. 200가지 산나물을 깊은 산속에 자연 그대로 심어 산나물 천지 <산채원>을 만들고 있답니다.도시 이웃과 나누려 합니다. cafe.daum.net/sanchaewon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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