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서 날아온 45가지 희망 이야기들

김옥숙의 <희망라면 세 봉지>를 읽고

등록 2006.03.16 11:28수정 2006.03.16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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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라면 세 봉지> 겉표지
<희망라면 세 봉지> 겉표지휴먼하우스
작가나 책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로 책을 읽어나가는 과정은 꽤 쏠쏠한 재미를 준다. 이미 일정한 정보들이 주어져있다면 ‘이 작가의 성향은 이러니까…’라든가 ‘이 책은 이런 내용이라던데…’라는 사고가 이어져 읽는 재미를 반감시킬 수 있다. 하지만 작가나 책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는 경우에는 작가와 이어지는 내용에 대한 궁금증이 독서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얼마 전 내가 접하게 된 <희망라면 세 봉지>라는 책은 작가에 대한 궁금증을 키워줬다. 책을 읽는 내내 “과연 이 작가는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일까?”라는 의문이 계속 맴돌았다. 나는 <희망라면 세 봉지>라는 책에 담긴 마흔 다섯 가지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쓴 작가가 ‘분명 사람을 많이 만나는 직업을 가진 이(?)’라는 추측만 한 채 책을 읽어나갔다.


물론 나의 추측은 빗나갔다. 이 책을 반쯤 읽었을 무렵 책에 담겨있는 저자 김옥숙의 이력을 확인했을 때 그는 신춘문예 시 부문에서 당선을 거머쥐고, 2003년에는 <너의 이름은 희망이다>라는 소설로 제12회 전태일문학상까지 수상한 ‘작가’였기 때문이다. 저자의 이력에서 한 가지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은 “투박하지만 진솔한 글, 희망을 노래하는 글을 쓰고 작은 텃밭에서 채소를 키우며 시와 소설을 쓰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과연 '희망'이란 무엇인가

우리에게 ‘희망’이란 단어는 어떤 의미일까. 우리는 고단한 삶 속에서도 “희망을 갖자”라는 말을 자주 나눈다. ‘희망’이라는 말은 내일을 위한 하나의 약속인 셈이다. 책의 제목 <희망라면 세 봉지>에서 드러나는 것과 같이, 이 책에는 ‘나’와 이웃들의 이야기에서 1800년대 프랑스 어느 작은 마을의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우리 삶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 책에는 아픈 첫 사랑의 이야기, 고부간에 생긴 갈등, 삶을 살아가며 소중한 것을 놓치고 뒤늦게 후회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모든 것을 베푸는 어느 노동자의 삶, 그리고 이 책의 제목이 되기도 한 싸늘한 지하방에서 라면이 먹고 싶다고 훌쩍이는 아이를 안고 눈물짓는 엄마의 이야기 등 45가지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그렇다면 과연 '희망'이란 무엇일까?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희망은 사랑"이라고 말한다.


"희망이라는 말은 첫사랑처럼 아직도 가슴을 설레게 만듭니다. 희망은 가장 밑바닥, 절망의 거름 위에서 피어나는 눈부신 꽃 한 송이입니다. 희망은 인간에 대한, 그리고 이 세계에 대한 사랑입니다. 사랑 없는 희망은 껍데기 희망입니다.

오늘 하루는 내 생의 마지막 날처럼 가장 중요하고 특별한 하루입니다. 더 늦기 전에, 아주 늦어버리기 전에 지금 내 곁에 있는 희망을 꼭 껴안아 주세요. 더 늦기 전에 지금." -'작가의 말' 중에서



<희망라면 세 봉지>라는 책이 가진 미덕은 ‘명언모음집’ 부류의 책이 아니라는 점이다. 명언 한 구절을 보여주는 방식이 아니라 진실로 사랑하고 미워하고 후회하며 용서하는 법을 다양한 이야기들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해주기 때문이다. 이 45가지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어느 순간 눈가에는 눈물이 맺히고 가슴에는 새로운 희망이 새겨져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더 많이 껴안고, 더 많이 사랑하라!

외국의 격언 가운데 “There's no remedy for love but to love more”라는 것이 있다. 이 격언은 “사랑의 치료법은 더 사랑하는 것뿐이다”로 해석되어 우리말에서도 흔히 통하는 것 중의 하나이다. 내가 책을 읽으며 이 말을 떠올린 것은 작가가 다양한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을 통해 사랑을 잃어버리지 않는 것이 곧 ‘희망’임을 일깨우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개 다양한 이유로 삶은 힘든 과정이라는 불평을 늘어놓기도 한다. 그러나 다시 그 힘든 삶의 과정을 들여다보자. 무언가로 인해 힘들어한다는 것은 아직 그곳에 사랑이 있으며 아직 희망이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다시 텃밭을 떠올리며 그곳을 들여다보자. 그곳에는 너무나 많은 것들이 뒤엉켜 함께 살고 있다. 그것들이 그 곳에 존재하는 것은 나름의 존재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삶을 살아가며 ‘희망’을 만들어 가는 것은 새롭게 희망을 ‘만드는’ 과정이 아니라 그 안에서 ‘찾는’ 과정임을 다시금 상기시킬 필요가 있을 것이다. 부디 수수한 텃밭의 아름다움에서 모든 이들이 희망을 찾길 바라는 소망을 가져본다. 더불어 저자 김옥숙씨도 더 많은 것을 껴안고, 더 많이 사랑하며 시와 소설의 창작에서 건승하길 빈다.

희망라면 세봉지

김옥숙 지음,
휴먼하우스,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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