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 ·이상·괴상한 새만금 사업의 미래는?

[진중권의 창과 방패] 정책적 판단은 어디에서 찾나

등록 2006.03.17 08:18수정 2006.04.09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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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1공구 방조제 시작부분에서 바라본 새만금. 사진은 지난 2002년경 항공촬영한 것이다.

1공구 방조제 시작부분에서 바라본 새만금. 사진은 지난 2002년경 항공촬영한 것이다. ⓒ 전북도청 제공

대법원이 사업계획을 취소해달라는 환경단체의 청구를 기각하고, 정부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이로써 4년 7개월을 끌어온 지루한 법정공방은 막을 내리고, 곧 새만금 방조제의 물막이 공사가 재개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잖아도 그 동안 대법원에서 새만금 사업의 타당성에 대한 포괄적이고 전반적인 검토를 하는 대신에, 사업계획을 취소하는 데에 필요한 요건에 관한 협소한 법리문제만 따지고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는데, 그 지적이 맞나 봅니다.

네 명의 대법관이 낸 보충의견이 눈길을 끄는군요. 거기에 따르면 "이번 판결은 법적 판단일 뿐 새만금 사업추진의 타당성에 대한 정책적 판단이 아니"라고 합니다. 한 마디로 이번 판결을 새만금 사업이 타당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얘기죠.

쌀이 남아도는 마당에 농토가 부족하다는 얘기도 수상하고, 이미 있는 산업단지도 텅텅 빈 상태에서 또 다른 단지를 짓겠다는 얘기도 이상하고, 세계적 명물인 새만금 갯벌을 없애고 관광단지를 조성한다는 것도 매우 괴상하지요. 이 이상한 논리가 통하는 것은 애초부터 새만금 사업은 정치적 성격의 사업이었기 때문이겠지요.

주민들에게는 개발에 대한 희망이 있고, 정치권에는 그것을 득표로 연결시키려는 소망이 있고, 관료들에게는 나랏돈 갖다 쓰고 싶은 욕망이 있고, 건설업체에게는 만나처럼 떨어져 내릴 떡고물에 대한 열망이 있지요. 이렇게 정부, 주민, 관료, 업체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면 타당성이 있건 없건 사업은 추진되기 마련이죠.

대법원에서도 법률적 판단만 내렸습니다. 이렇게 정치적 판단과 법률적 판단만 존재하는 가운데, 사업의 타당성에 대한 정책적 판단은 사라져 버린 느낌입니다. 이 판단이 빠진 새만금사업의 장래가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고, 다만 어렵게 낸 국민의 혈세가 기껏 세계적인 갯벌을 없애는 데에 사용된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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