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우유와 소보로빵> 책 표지입니다.푸른숲
<커피우유와 소보로빵>은 두 친구의 피부색을 두고 하는 말이다. 피부색이 검다는 이유로 '커피우유'라고 놀림을 받는 샘과 흰 얼굴에 주근깨가 많아 '소보로빵'이라 부르는 보리스는 한 반이다. 샘과 보리스는 사이가 좋지 않다. 보리스는 반 친구들 중 유난히 샘을 싫어한다. 보리스는 흑인인 샘이 자기만큼이나 공부도 잘하고 체육도 잘하는 것이 아니꼽다. 무엇보다 교내외에 자랑거리인 자신의 피아노 연주 솜씨보다 샘이 뛰어나다는 사실이 보리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예기치 못한 사건이 벌어진다. 그날은 간호사인 엄마와 전철 운전사로 일하시는 아빠 대신 소냐의 부모님이 샘을 국경일 불꽃놀이에 데려가기로 약속한 날이다. 샘은 소냐의 가족을 기다리며 혼자 집에 있었다. 그런데 그때 한 떼의 소년들이 몰려다니며, 흑인들이 사는 집을 골라 돌과 화염병을 던졌다. 샘의 집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들이 던진 돌과 화염병에 유리파편이 튀어 샘의 얼굴에 박혔고, 샘이 아끼던 곰인형도 불에 탔다. 그런 공포의 순간에 어린 샘이 혼자 있었던 것이다.
샘에게 낯선 소년들의 폭력행위는 공포였다. 샘에게 공포보다 두려웠던 것은 자신에게 가해지는 폭력행위를 구경만 하던 이웃들이었다. 그들 중에는 소년들의 폭력 행위를 지지하는 시선들도 있었다. 샘이 불붙은 이불을 창밖으로 내던지자, 조심성 없이 던진다고 샘을 욕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 구경꾼 중에는 샘이 가끔 장을 대신 봐다 주는 할아버지도 있었고 같은 반 친구와 친구의 가족들도 있었다. 그들은 샘이 소년들에게 당하는 순간을 그저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샘은 보리스 역시 자신에게 닥친 불행을 즐기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샘이 공포에 떨고 있는 순간 소냐가 나타났다. 소냐는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소녀다. 평소에 보리스가 샘을 놀리는 걸 못마땅하게 여겼고 항상 샘의 든든한 친구가 되어주었다. 소냐는 구경만 하던 사람들을 비집고 들어가 당당히 소년들과 맞선다.
소냐 덕분에 사건은 여기에서 종료되지만 샘에게 남은 마음에 상처는 깊어만 간다. 그 누구도 샘에게 그 사건이 준 공포와 상처가 어떤 것이었는지 묻지 않는다. 다들 하루빨리 잊어버리는 게 상책이라고만 생각한다. 하지만 샘은 자기에게 일어났던 일에 대해 말하고 싶다. 그런 공포가 또다시 재현될까봐 두려웠던 것이다.
보리스의 아빠는 대부분의 독일 사람들처럼 흑인들에게 행해지는 폭력을 지지한다. 외국인들이 너무 많이 들어와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것이 이유다. 그런데 폭력을 당한 대상이 아들 보리스와 같은 반 친구 샘이라는 것을 알고 미안한 마음을 갖는다.
이렇게 죄 없는 어린 샘에게 가해졌던 폭력행위가 잘못이라는 것은 보리스 아빠의 반성에서부터 시작된다. 보리스가 폭력시위에 가담하지 않고 구경만 했다고 자신감 있게 말하자, 소냐는 보리스의 잘못을 정확하게 짚어 준다.
"그걸 보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건 돌멩이를 던진 거나 마찬가지야! 똑같이 나빠!"
소냐의 말에 선생님도 한 몫 거든다.
"그냥 가만히 서서 구경만 한 사람들도 돌을 던지는 것에 반쯤은 찬성한 거야. 머릿속으로는 같이 돌을 던진 거나 마찬가지란다. 나서서 던질 용기가 없었을 뿐이지. 돌을 던진 사람들도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옆에 서서 말없이 구경해 주었기 때문에 그러한 만용을 부릴 수 있었던 거야. 그 사람들이 모두 자기편이라는 걸 알았던 거지."
"그럼 우리가 그때 뭘 했어야 한다는 거죠?"라고 아이들이 묻자 선생님은 아이들이 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알려준다. 적어도 폭력행위를 지지하고 있지 않는다는 것을 소년들이나 샘에게 알렸어야 했으며, 어른들에게 샘을 돕도록 부탁했어야 했다고 말이다.
결국, 샘은 그동안 묻어 두었던 말을 다른 사람도 아닌 보리스에게 하게 된다. 보리스는 샘에게 공포의 현장에서 겪었던 얘기를 전해듣고서야 그 공포가 어떤 것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커피우유와 소보로빵>에서는 사건의 발생 원인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왜 독일에 들어와서 살게 되었는지, 그들이 독일에 들어와 살면서 생기는 자국민의 불만은 무엇인지를 말이다. 또, 아프리카 흑인들이 우리와 다른 생활을 하는 까닭은 문화적 차이와 교육기회가 주어지지 않아서라는 것과 피부색으로 흑인들을 열등한 인종으로 보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을, 플롯의 전개 과정 요소요소에 잘 배치하여 알려준다.
아이들이 보는 책이니 만큼, 인종차별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도 아이들이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것들로 다가간다. 아이들에게 흑인들이 백인들과 능력이나 감성 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이해시켜 그들을 이웃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근거를 마련한다. 그래서 이웃이 어려운 일을 당할 때, 서로 돕듯이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을 도와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었다.
이웃사람들이 공포에 떨고 있던 샘을 방관한 이유는 샘을 이웃이 아닌 자신들과 다른 인종으로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외국인 노동자나 인종차별에 관한 정책적인 문제와는 별개로, 우선은 내 주변에 있는 다른 인종의 사람들을 친구로 대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인간적 도의 일 것이다.
이 책은 독일 사회현상을 담은 글이지만 우리와 동떨어진 이야기만은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거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의 경우는 그래도 외국인에게 적당한 교육을 시켜 직장을 갖고 정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자녀에게 자국민의 자녀와 동등하게 교육을 제공한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불법 취업 노동자가 많은 형편이고 그런 그들의 자녀가 정상적인 교육을 받기를 기대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이런 불법 취업 노동자들에 관한 정책에 대해서는 좀 더 다양하고 포괄적으로 다루어야 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전체적이고 객관적인 의견을 갖기 어렵다. 하지만 우리의 이웃으로 살게 되는 다른 인종의 친구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해선 나름대로 의견을 가질 수 있다.
국가는 자국민을 위해서 일정한 정책과 법과 규율을 정한다. 그러나 이런 정책이나 법과 규율이 인간적인 도리를 무시한 채 명분으로 내세워져서는 안 된다. 훌륭한 정책이나 법과 규율 이전에 인간이 인간으로서 행해야 하는 기본 도리를 나누는 것이 건강한 사회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이 책을 통해 그런 생각들을 키워나갔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 커피 우유와 소보로빵 / 푸른숲 / 카롤린 필립스
대상 초등 고학년 /값 8,500원 / 쪽수 p199
리더스 가이드, 알라딘, 네이버에 실었습니다.
커피우유와 소보로빵
카롤린 필립스 지음, 전은경 옮김, 허구 그림,
푸른숲주니어,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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