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2월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린 국정주제 토론회 "동북아 경제 중심국가 건설-수도권의 비젼과 역할"에 참석한 노무현 당선자가 보고를 받고 있다.주간사진공동취재단
이상한 나라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일은 이것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초 정부는 동북아균형자론을 들고 나왔다. 보수진영은 한미동맹이 깨진다고 법석을 떨었다. 보수적 인사들에게 동북아균형자론은 '공산당 선언'의 첫 구절을 연상하게 했을 지도 모른다. '공산주의라는 유령이 전 유럽을 떠돌고 있다'는 유명한 그 첫마디 말이다.
물론 이라크파병 등에 실망했던 진보진영은 정부가 정신 좀 차린 것으로 생각했고 기대했다.
그러나 채 1년도 지나지 않은 지금 동북아 균형자론은 유령처럼 사라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아시아와 세계에서 민주주의·시장경제·자유 및 인권이라는 공동의 가치 증진을 위한 한미동맹'(지난해 11월 한미정상회담 공동선언)이 차지했다.
북한의 위협에 대한 과거의 '방어동맹'에서 '가치동맹'으로 업그레이드 됐다지만 그 내용이 조지 부시 행정부의 '민주주의 확산'과 비슷하다는 점은 기분이 찝찝하다는 차원을 넘는다.
한미동맹의 강화를 선언한 지 불과 한 달 뒤인 지난해 12월 한국은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에 참여하기로 했고, 올 1월에는 전략적 유연성에 합의해줬다.
올 1월초까지만 해도 북한의 위폐 문제에 대해서 "북한을 두둔한다"고 비판받던 정부는 요즘에는 "북한이 위폐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증거가 있다, 중국도 미국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며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자신의 목에 방울 매단 노무현 정부
'동북아'라는 단어는 노무현 정부의 핵심 단어였다.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도, 국민소득 몇만 달러도 결국 강대국이 득실대는 '동북아'에서 한국이 앞으로 살아갈 방향을 위한 것으로 보였다.
노무현 정부는 2003년 처음 출범할 때 국정 슬로건을 '동북아 경제중심 국가'라는 말을 내세웠다. 이후 마치 영화 '반지의 제왕'처럼 부제만 약간씩 달리해 양산되던 '동북아'시리즈는 지난해 말부터 자취를 감췄다.
'동균이(동북아 균형자)'가 집을 나간 것은 분명한데 지금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사실 '동균이'의 운명을 출생때부터 예상한 사람은 비록 그 숫자가 적었지만 있었다. 여러 비판이 있었지만 핵심은 간단했다.
"진짜 동북아 균형자를 하고 싶으면 소리내지 말고 조용히 하라, 뭣하러 큰 소리 내서 다른 나라들의 신경을 곤두서게 하느냐"는 것이었다.
이 논리는 더 나아가 동북아 균형자론은 실제 목적이라기 보다는 2005년 4월 재보선을 앞둔 지지자 결집용이라는 냉소로 이어졌다.
쥐를 잡겠다고 송곳니를 자랑하던 고양이가 제 모가지에 스스로 방울을 달고 먼저 요란하게 흔들어댄다면, 애초 쥐를 잡을 생각이 없었다고 보는 게 상식일 것이다.
지난친 음모론일까? 지난해 재보선 뒤 동북아 균형자론은 시들해졌고 곧 종적을 감춘것을 보면 근거는 충분하다.
조중동과 보수세력의 막강한 화력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