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발 대학생 동맹휴업...한국 대학가로 옮겨붙나

민노당 학생위, 각 학교 학생회 등 4월 대투쟁 천명

등록 2006.03.28 14:45수정 2006.03.28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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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학생들이 학업을 보류하고 거리로 뛰쳐 나오고 있다. 학생들은 물론 노동자들도 거리로 거리로 몰려들고 있다.

이들의 시위를 벌이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이번에 새로 통과된 청년고용법안(CPE:Contre Premier Embauche:최초고용계약) 이다. 전국적인 총파업을 선언하고 '총리사임'을 요구하는 주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청년고용법안은 신규 고용을 창출한다는 목표로 정부가 입안한 법으로 '고용주가 26세 미만 직원을 채용하면 첫 2년간은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그동안 고용주가 마음대로 직원을 해고할 수 없도록 규제해 왔다.

청년취업자의 고용불안을 야기할 이같은 법안에 프랑스 대학생들이 극렬하게 반발하는 것은 당연지사. 학생들은 "아침에 취업, 저녁에 해고"(엉부쉐 르마땅, 비레 르수와흐)라고 쓴 피켓을 들고 연일 시위를 벌이고 있다.

기업과 회사경영자들은 '청년실업율을 낮추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노동자와 학생들은 실업율 감소에 아무런 효과가 없고 고용환경에 대한 불안만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한 학교 총학생회가 펼치고 있는 등록금 인상 저지 천막농성장 앞. 현재 대학가에서 비정규직 법안에 대한 관심은 거의 없는 형편이다.
한 학교 총학생회가 펼치고 있는 등록금 인상 저지 천막농성장 앞. 현재 대학가에서 비정규직 법안에 대한 관심은 거의 없는 형편이다.장지혜
양국 새 노동법안은 '고용환경 불안' 닮은 꼴

한국에서 국회통과를 앞두고 있는 비정규직 법안 또한 프랑스의 청년고용법안과 매우 비슷하다.


한국은 '모든 직종'에 기간제 고용을 2년 동안 시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한국 대학생들 또한 가뜩이나 어려운 취업난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용이후의 불안까지 감수해야 할 형편이다.

하지만 이같은 고용법안 제도를 대하는 양국의 대학생들의 태도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프랑스 학생들이 동맹휴업을 결의하고 연일 거기로 나서고 있는 반면 한국 대학가는 아직까지 잠잠하기만 하다. 교정에는 등록금 인상관련 대자보 몇 장만 붙어 있을 뿐 개정 노동법안에 대해서는 별다른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았다.

천안대학교 학생 원가희(22)씨는 "등록금이 크게 인상돼 학생들의 큰 불만을 사고 있지만 정부의 비정규직 법안이 취업을 앞둔 학생들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국 학생들 " 노동법 개정, 내 문제인 줄 몰랐다"

동국대학교 김홍민(27) 전 총학생회 회장은 "등록금 인상이나 비정규직 법안 등 사회적 문제에 대해 여러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학생들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데는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국 대학가의 정적인 움직임을 깨기 위해 각 학교 학생회와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 등의 기구가 '4월 투쟁'을 천명하고 나서 주목된다.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는 지난 24일 교육투쟁 승리를 위한 학생당원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오는 4월 2일 비정규직 법안 차별철폐 등반대회에는 일반 대학생들까지 참가폭을 넓힐 예정이다.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 한 관계자는 "교육투쟁 및 비정규직 법안 저지를 위해 전국 대학이 전체적으로 4월 공동투쟁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특히 비정규직 법안과 관련 서울 중심 각 학교 학생위원회 간부들이 이주일에 한번씩 모여 일정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나라 대학생들 또한 지금의 프랑스처럼 불안정한 상태인 것이 사실"이라며 "앞으로의 사태 추이를 지켜본 후 전국단위 대학생 동맹휴업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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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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