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추련, '장차법 제정 요구' 인권위 단식농성 돌입

28일 기자회견 개최, 장추련 회원 릴레이 단식 계획

등록 2006.03.29 10:26수정 2006.03.29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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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아래 장추련)가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조영황, 아래 인권위)가 준비 중인 '차별금지법'에 대해 현재 인권위의 기능과 차별금지법으로는 장애인 차별금지에 한계가 있다며, 독립적인 장애인 차별금지법(아래 장차법) 제정과 차별 시정기구 마련을 요구하며 인권위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a 28일 오후1시, 인권위 앞에서 '독립적인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28일 오후1시, 인권위 앞에서 '독립적인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 윤보라

장추련은 인권위의 '차별금지법' 공청회를 1시간 앞둔 28일 오후 1시, 인권위 앞에서 소속회원 1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독립적인 장애인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기자회견'을 갖고, 인권위 13층 위원장실 앞 통로를 점거해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70여개 장애인 관련 단체로 구성된 장추련은 지난 2001년부터 장차법 제정을 위한 논의를 진행해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안)'을 마련했으며, 지난해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을 비롯한 국회의원 37명의 이름으로 장차법을 국회 발의했다.

이후 장추련을 비롯한 장애인단체들은 장차법 제정을 위해 장애인 차별금지법 제정 공동투쟁단을 결성해 국회 앞 1인 시위와 거리 서명전, 온라인 시위를 진행했으며, 지난해 10월 26일에는 국회 앞 천막농성에 돌입해 69일 동안 농성을 벌이며 장차법 제정을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장차법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안건으로 상정되지 못했으며, 열린우리당 이석현 보건복지위원장은 2월까지 인권위의 차별금지법이 발의되지 않으면 장차법을 단독안건으로 상정해 논의하겠다고 했지만, 현재까지 장차법은 계류상태다.

인권위의 '차별금지법', 장애인 차별 해소 어렵다

이 날 기자회견에서 장추련 배융호 법제위원은 "헌법은 국민의 권리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고 있지만, 장애인은 거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우리가 오늘 이 자리에 온 이유는 장애인도 사회에서 비장애인들과 함께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살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a 왼쪽부터 배융호 법제위원, 김수경 회장, 박덕경 중앙회장, 김경태 위원장

왼쪽부터 배융호 법제위원, 김수경 회장, 박덕경 중앙회장, 김경태 위원장 ⓒ 윤보라

배 법제위원은 "국가인권위원회는 차별금지법으로 사회전반에 걸친 모든 차별을 해소하겠다고 하지만, 장애인이 당하는 차별을 이것으로는 다 해결할 수 없다"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독립적인 장애인 차별금지법과 차별시정 기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한국시각장애인협회 김수경 회장은 "인권위는 사회적 차별금지법이 아닌, 장차법으로 장애인 인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으며, 한국지체장애인협회 박덕경 중앙회장은 "참여정부가 들어선 후 장애인 고용장려금 축소, LPG 지원 축소 등 장애인은 더 소외받고 짓밟혀왔다"며 "노무현 대통령은 장애인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겠다는 공약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장애인위원회 김경태 위원장은 김 위원장은 "장차법이 제정된다고 해서 장애인 차별을 근본적으로 없앨 수 있을지, 지위를 향상시킬 수 있을지도 의문인데, 장차법이 아닌 사회 전반에 걸친 포괄적인 차별금지법으로 장애인의 차별을 해소하겠다는 것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 날 장추련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장애인과 관련된 차별의 영역은 전 생애에 걸려 진행되기 때문에 매우 포괄적이고 전문적이며 특수한 상황에 처해 있다"며 ▲인권위는 현재 인권위 기능과 차별금지법만으로는 장애인차별금지에 한계가 있음을 인정할 것 ▲독립적인 장차법 제정과 장애인차별금지위원회 설립 필요성을 인정할 것 ▲국회는 계류 중에 있는 장차법을 조속히 제정하여 장애인이 인간으로 대접받을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할 것을 요구했다.

장추련, 인권위 13층 점거 및 단식농성 돌입

이 날 기자회견에 이어 장추련 소속회원 40여명은 인권위 13층으로 올라가 통로를 점거하고, 인권위 위원장과 면담을 요구했다. 그러나 인권위측은 위원장 면담 이전에 실무진들과 먼저 의견을 나누고, 필요할 경우에 절차를 밟아 위원장 면담을 요청할 것을 요구했다.

a 인권위 곽노현 사무총장이 장추련측에 면담을 요청하고 있다.

인권위 곽노현 사무총장이 장추련측에 면담을 요청하고 있다. ⓒ 윤보라

이에 장추련 김동범 상임집행위원은 "인권위는 오늘 공청회 개최 전까지 장애인계가 인권위의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단 한차례도 우리와 대화를 하지 않았다"며 "장추련이 그동안 여러 차례 간담회를 요청했을 때는 외면하고, 이제 와서 공청회를 통해 의견수렴을 하겠다는 것은 장애인 인권에 대해 관심이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김 상임집행위원은 "위원장이 직접 이 자리에 나와서 대화하지 않으면, 1시간 이후부터 이 자리에서 단식농성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추련 소속회원들이 인권위 13층을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가자 인권위 운영지원팀 및 장애차별팀 등 관계자들은 계속해서 장추련 대표자들과 대화를 요청했지만 장추련은 실무진들과의 대화를 거부했다. 결국 인권위 곽노현 사무총장이 직접 올라와 12층 회의실에서 면담을 진행할 것을 요청했으며, 장추련 대표자들과 인권위 사무총장의 면담이 한 시간 가량 비공개로 진행됐다.

a 이 날 장추련은 인권위 13층 통로를 점거하고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이 날 장추련은 인권위 13층 통로를 점거하고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 윤보라

면담이 끝난 후, 장추련 김동범 상임집행위원은 "면담을 통해 인권위는 장애인계가 주장하는 바가 인권위와 맞지 않아서 그동안 외면한 부분이 있음을 인정하고 사과했으며, 인권위의 '차별금지법'과 장차법에 대해 간담회를 갖기로 약속받았다"며 "인권위는 독립적인 장애인 차별시정기구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빠르면 다음주에라도 장추련 대표들과 구체적으로 진행방법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한편, 면담과정에서 인권위는 장추련의 점거농성을 풀어줄 것을 요구했지만, 장추련은 계획대로 인권위에서 독립적인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차별시정기구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나올 때까지 13층 통로를 점거해 단식농성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단식농성에는 장추련 배융호 법제위원, 정영란 상임집행위원, 김경태 집행위원이 참가하며, 이외에 장추련 소속회원들이 함께 릴레이 단식농성을 벌일 계획이다.

덧붙이는 글 |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www.with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www.with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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