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100만 시위대... 에펠탑도 문을 닫았다

뜨거운 최초고용계약 반대 투쟁... 빌팽 총리 "그래도 철회 안 해"

등록 2006.03.29 10:15수정 2006.03.29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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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고용계약(CPE)에 반대하는 프랑스 시위대 100여만명이 28일(현지시각) 전국적으로 강력한 시위를 벌였다.

주최측은 300여만 명이 거리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AFP 통신은 100만명 이상이 시위에 참가했으며 "이는 프랑스 현대 역사상 최대 규모의 시위 가운데 하나"라고 전했다.

26살 이하의 노동자에 대해 2년 안에는 특별한 설명없이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게 한 CPE에 대해 젊은이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이날 시위에는 노조원들이 대거 파업을 벌이며 참가했다.

이날 파업으로 프랑스 전역의 버스·철도·항공 편이 상당히 중단됐다. 파리 시내 지하철과 버스의 절반 정도만 운행됐고 초고속 열차 TGV도 3대 중 2대만 정상 가동됐다. 공항 항공편의 3분의 1이 취소됐으며 항공기 운항 지체가 이어졌다.

우체국·관공서·은행 등도 문을 닫았으며 신문도 발행되지 않았다. 라디오와 TV도 제한적으로 방송됐다. 심지어 파리의 명물인 에펠탑도 일시적으로 문을 닫았다. 또 많은 학교에서 휴업 조치가 내려져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았다.

경찰은 프랑스 전역 250곳에서 시위가 벌어져 모두 105만5000명이 참가했다고 집계했다. 경찰에 따르면 남부 보르도에서는 3만1000명, 마르세이유에서는 2만8000명, 그르노블에서는 2만6000명, 리옹에서는 1만7000명이 참가했다. 기타 다른 도시들에서는 12만명이 참여했다.

그러나 주최 측은 파리의 이탈리 광장에서 레퓌블리크 광장 사이에 70만명이 모이는 등 전국적으로 300여만명이 시위에 참가했다고 주장했다. 주최 측은 마르세유 25만명, 보르도 10만명, 그르노블 6만명 등 경찰 집계보다 훨씬 더 많이 집회에 참가했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경찰은 최루가스와 물대포를 동원해 돌과 병을 던지며 저항하던 수천명의 젊은 시위대를 해산했으며 240여명을 체포했다.

프랑스 국민 63%는 CPE 반대... 그러나 정부는 철회 뜻 없어


현재 프랑스 여론도 CPE에 부정적이다. 일간지 <르몽드>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프랑스 국민 63%가 CPE에 반대하고 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30일로 예정된 르 아브르항 부두 준공식 참석 일정을 취소했다. 그러나 프랑스 정부는 CPE를 계속 고수할 뜻을 분명히 했다.

도미니크 드 빌팽 총리는 28일 CPE를 반대하는 사람들과 대화는 가능하며 일부 수정할 용의는 있다면서도 CPE를 철회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그는 의회에서 연설에서 "좀 더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해야 기업들이 더 많은 젊은이들을 고용하게 만들 수 있다"고 이전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빌팽 총리는 고용주가 26세 미만 사원을 채용한 뒤 2년간은 사유 설명없이 해고할 수 있게 허용한 CPE에서 나이와 기간을 수정할 용의가 있음을 시사했다.

현재 프랑스 젊은이들의 실업률은 22%로 서유럽 국가 가운데 가장 높다. 가난한 지역은 50%가 넘는다.

프랑스 정부의 표면적인 태도와는 달리 집권당인 대중운동연합(UMP) 내부에서는 일부 분열의 기미도 보이고 있다. 빌팽 총리의 정치적 라이벌로 다음 대통령 선거 후보를 노리고 있는 니콜라스 사르코지 내무장관은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그는 4월 시행 예정인 CPE 강행을 보류하고 적극적으로 대화의 문을 열라는 입장이다. 한편 미 국무부는 자국민들에게 시위가 벌어지는 지역에 가지 말 것과 특히 밤에 조심할 것을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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