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카메라를 밀어낸 디지털카메라의 비밀

디카 동호회 쥬이코 유저클럽을 통해 본 인터넷 영향력

등록 2006.03.30 14:49수정 2006.03.3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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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 취미를 공유하는 동호인 모임에도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인터넷의 가장 큰 특징인 쌍방향성은 동호인들끼리 서로 정보를 교류하거나 온라인모임 등에서 시간과 공간을 구애받지 않게 해준다. 한 디지털카메라 인터넷모임은 구성된 지 14개월 만에 5천여 명의 회원을 확보했는데, 오프라인에서는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디지털카메라 인터넷모임을 통해 인터넷이 우리 생활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지 알아본다.

a 쥬이코유저클럽의 홈페이지

쥬이코유저클럽의 홈페이지 ⓒ 쥬이코유저클럽

필름에서 디지털로 바뀌다


디지털카메라가 필름카메라를 밀어내고 있다. 이는 마치 돌멩이로 무장한 구석기 시대의 부족들을 청동기로 무장한 세력이 밀어내는 모습 같다.

필름카메라는 먼지만 쌓인 채 카메라가게의 한쪽 구석에 애처롭게 놓여있다. 도대체 디지털카메라에 어떤 힘이 있어 필름카메라를 밀어내는 것일까?

필름카메라 동호인 모임은 주로 식당이나 다방 등 오프라인이었으나 디지털카메라 동호인 모임은 온라인이다. 필름카메라 동호인들은 1년에 2~3회 정도 전시회 등을 통해 정보나 작품을 교류했지만, 디지털카메라 동호인들은 온라인에서 아무 때나 모인다. 또 온라인 교류는 쌍방교류기 때문에 정보 공유나 배움 속도가 빠르다. 피드백이 즉시 이루어진다.

필름카메라는 사진을 찍고 난 후 필름현상과 인화의 단계를 거쳐야 결과물이 생성된다. 그러나 디지털카메라는 웹상에서 저장돼 자유롭게 여기저기 다닐 수 있다. 디지털카메라의 특성은 신속성과 다양한 변화성이다. 필름카메라가 디지털카메라에 밀리는 것은 디지털시대와 필름카메라의 코드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디지털카메라는 인터넷과 코드가 맞는다?


정경호(32세·남·미혼)씨는 대전에 거주하는 웹 프로그래머 5년차. 정씨는 평소에 기계에 관심이 많아 새로운 물건을 보면 분해와 조립을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디지털카메라와 인연을 맺은 것은 4년 전 O사의 c-700이라는 작은 디지털 카메라가 처음. 정씨는 O사의 E-100RS와 E-1의 기계적 특성과 성능 등을 예리하게 분석했다.

a 쥬이코유저클럽 운영자 정경호(32세) 씨.

쥬이코유저클럽 운영자 정경호(32세) 씨. ⓒ 최동호

정씨의 끼는 디지털카메라 동호인 클럽인 'SLR 클럽'이라는 데서 마음껏 발휘되었다. 정씨의 디지털카메라 하드웨어에 대한 지식은 전문가 수준이다. 그는 디지털카메라의 장점과 단점 등을 정확하고 자세하게 제시하여 'SLR 클럽'을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


SLR 클럽은 여러 제조회사 디지털카메라 사용자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모임이다. 정씨는 여러 회사 카메라 사용자들이 아닌, 한 회사 디지털카메라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좀더 심화된 온라인 모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정씨는 2004년 12월 드디어 꿈에 그리던 단독주택(홈페이지)을 지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쥬이코 유저클럽(zuikouser.com)'은 O사의 디지털카메라 사용자만을 위한 단독주택인 셈이다.

쥬이코 유저클럽은 현재 문을 연지 14개월여 만에 5600명에 이르는 식구를 모았다. 하루에 10명 이상씩 식구가 늘어난 셈이다. 하루 방문자만 현재 1500여 명이나 된다.

쥬이코 유저클럽에 회원으로 가입하면 주제별 갤러리에 사진을 올리고 동호인들로부터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감도가 좀 높다든가, 구도가 어떻다든지 하는 댓글이 달린다. 회원들은 상대방 사진에 대한 조언을 해주고 자신의 경험담을 써놓는다. 게시판은 회원 동정이나 모임 등을 게시한다. 초보자들을 위한 공간도 마련돼 있다. 초보자들은 자료실에서 렌즈, 카메라, 후보정방법 등 전문가 수준의 알찬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온라인 동호회 사이트는 카메라제조업체에게도 영향을 준다. 쥬이코 유저클럽에서 회원들끼리 오가는 제품에 대한 장단점, 개선점 등의 평가는 제조업체들이 신제품을 개발하는데 가장 정확한 정보다.

디지털카메라가 인터넷을 만나면…

디지털카메라 제조회사인 O사의 대전직영점에서 근무하는 홍권기(43세)씨는 "디지털카메라 사용자들이 온라인 동호회 사이트에서 오가는 카메라에 대한 평가가 예리하고 정확하다"며 "신제품 개발팀에서도 온라인상에서 오가는 사용자들의 평가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카메라 온라인 모임은 직업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럭키모닝>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김양수(41세)씨는 직업학교에서 포토샵을 가르쳤다. 김씨는 쥬이코 유저클럽에서 디지털카메라와 사진에 대해 내공을 쌓은 후 아예 인천문학경기장 옆에다 '사진과 사람들'이라는 디지털전문사진관을 차렸다. 김씨는 "쥬이코 유저클럽에 24시간 접속되어 있다"며 온라인모임이 사진관을 하는데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회원들의 사진을 보고 많이 배우고 있다. 직접 찍은 사진을 회원들과 토론을 하면서 얻는 게 많다"고 말했다.

a 쥬이코유저클럽 회원인 배현숙씨의 수중사진(2005년 필리핀).

쥬이코유저클럽 회원인 배현숙씨의 수중사진(2005년 필리핀). ⓒ 배현숙

디지털카메라 온라인 모임은 취미생활에도 영향을 준다. <또치>라는 아이디를 쓰는 배현숙(36세·여)씨는 화학분야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녀는 대학 때부터 스킨스쿠버다이빙을 취미로 하고 있는데, "수중세계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해 카메라를 알게 되었다"고 한다. 필름카메라를 사용하다가 2003년부터 디지털카메라를 사용했다는 배씨는 "디지털카메라는 셔터를 누르고 곧바로 확인할 수 있어서 좋은 장면을 놓치는 경우가 적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온라인 모임에 제 사진을 올려놓은 뒤 회원들의 반응을 보고 또 다른 회원의 작품을 보면서 많이 배운다"며 "디지털카메라 온라인 모임이 취미활동도 활발하게 해주고 있다"고 말한다.

온라인 모임, 예절 문제가 생기기도…

온라인모임의 문제점도 있다. 온라인상에서는 서로 쳐다보며 대화하는 게 아니라서 자칫하면 예절을 지키지 않아 낭패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상대방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에서 대화를 하다보면 마음도 느슨해지기 때문이다.

쥬이코 유저클럽에서 'e-하나'라는 아이디를 쓰는 최동호(37세)씨는 "온라인에서 한동안 대화를 나누다 오프라인 모임에서 만났을 때 매우 어색한 경우도 있었다"며 온라인 모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쥬이코 유저클럽 운영자인 정경호씨는 "우리클럽에서 실명과 예명을 함께 쓰도록 한 것은 온라인상에서 예절을 지키도록 유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은 마법의 상자와 같다. 우리는 유선인터넷 단계를 지나 무선인터넷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그야말로 시간과 장소를 구애받지 않고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인터넷이 온 세상을 바꿔 놓을 기세로 우리에게 밀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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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깎는다는 것은 마음을 다듬는 것"이라는 화두에 천칙하여 새로운 일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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