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과 돌이 조화를 이룬 돌담조태용
한때 담장을 낮추는 운동을 많이 했습니다. 덕분에 담장을 없애는, 집도 있고 관공서나 학교도 많습니다. 안과 밖을 구분하지 말고 서로 소통하자는 뜻도 있지만 어쩌면 담장으로는 그 안에 들어가려는 사람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아 버렸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있으나 마나 한 담장은 없애는 것이 좋다는 것이지요.
사실 담장이 있을 때나 없을 때나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과 소통하는 것은 여전히 어렵고 힘이 듭니다. 예전엔 담이 있으나 없으나 이웃하고 소통하고 친하게 지내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러니 담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아니라 이웃을 생각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중요한 것이겠죠. 그렇지만 보기 싫은 콘크리트 담장들이 없어지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저는 꼭 담이 있어야 한다면 우리 고유의 돌담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돌과 흙으로 만든 담은 그 자체만으로도 문화재라고 해야 할 만큼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친환경적입니다. 돌과 흙으로 만들어서 천 년이 지나도 지탱할 수 있으며, 단 하나의 환경오염물질도 만들어내지 않습니다.
더불어 돌담은 이처럼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고 자라게 합니다. 그것은 돌담이 생명을 품을 수 있는 여유와 흙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뿌리 하나 뻗기도 힘들도록 한 치의 공간도 허락하지 않은 견고한 콘크리트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돌담은 자신의 역할이 끝나면 자연의 돌로 흙으로 돌아가면 되기 때문에 폐기물을 만들어내지도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