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가구 2주택자 담보대출 회수해야
자본주의로 안되는 건 안된다고 할 것"

[인터뷰] 민주노동당 서울시장 후보 김종철 ①

등록 2006.04.04 17:38수정 2006.04.05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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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에서 김종철 후보의 지지율은 1.2% 대. 김 후보는 이에 대해 "인물 인지도가 떨어지고 아직 민주노동당 후보라는 점이 부각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지지율 목표치를 묻는 질문에 "당연히 당선"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에서 김종철 후보의 지지율은 1.2% 대. 김 후보는 이에 대해 "인물 인지도가 떨어지고 아직 민주노동당 후보라는 점이 부각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지지율 목표치를 묻는 질문에 "당연히 당선"이라고 말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똘이장군? 미래소년 코난? 똘똘이 스머프? 로봇 태권브이? 조립하면 굉장한 것이 만들어질텐데, 내가 약간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이거다'하고 가고 있어서…."

김종철(37) 민주노동당 서울시장 후보가 인터뷰 시작에 앞서 차 한잔을 하며 무심결에 한 말이다.

그는 서울시장 선거에 내걸 캐치프레이즈를 고민 중이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지난 총선 민주노동당의 히트작인 '판갈이'라는 용어도 그의 입에서 맨 처음 나왔다. 민주노동당 4·15 총선거대책본부 대변인이었을 때다.

"열린우리당에서 이번 선거는 '물갈이 선거다' 하길래 뭘로 대응할까 고민하다가 판을 갈아서 정치판을 뒤엎어야 한다 말했다. 어느 날 삼겹살에 소주를 먹다가 들었던 생각이다. 삼겹살이 타고 있는데 문득 드는 생각이 삼겹살이 타면 고기를 바꿔야 할 것인가, 판을 바꿔야 할 것인가 였다."

이를 선대본부장을 맡고 있는 노회찬 의원이 차용해 각종 TV토론에서 '삼겹살 불판을 갈아야 한다'는 말을 했던 게 정치 개혁의 열망과 맞닿아 공전의 히트를 쳤던 것.

민주노동당 총선 구호 '삼겹살 불판을 갈자' 아이디어의 원조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김혜경 전 대표를 누르는 이변을 연출한 김종철 후보. 그는 "나는 민주노동당의 반성문"이라는 말과 함께 민주노동당의 '민감한' 강령 '민주적 사회주의'라는 구호를 내거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당내에선 그의 이런 태도에 당혹스런 반응이 적잖다.

김 후보는 의료, 교육, 주택, 교통, 에너지, 보육 등 공공영역에서 만큼은 '탈자본주의'를 명확히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본주의 안에도 남아 있는 사회주의적 요소들, 즉 이윤추구의 영역이 아닌 것에 대해 확실하게 선언하겠다"고 말한다.


민주노동당은 그렇게 못해 왔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때문에 "자본주의식 주택정책, 의료정책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먼저 투쟁을 했다"며 "민주노동당이 '자본주의 패러다임'으로는 안된다는 점을 선언하고 먼저 싸웠어야 사람들이 모여들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김 후보가 말하는 '민주적 사회주의'란 현실에선 어떤 것일까.

김종철 민주노동당 서울시장 후보.
김종철 민주노동당 서울시장 후보.오마이뉴스 이종호
[주택] "서울시민 58%가 자기 집 없이 전월세에 사는데 10%는 2주택 이상을 소유하고 있는 현실. 따라서 금융권에서 1가구 2주택 이상 소유자의 담보 대출을 회수해 다주택 소유자들이 집을 토해내게 만들어야 한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다주택자들에 대해 몇 년 안에 팔지 않으면 환수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빈민, 서민들이 지지하고 있다."

[의료] "참여정부는 민간의료 시장을 개방해서 의료 산업화를 하겠다는 것이다. 의료가 산업으로 존재하려면 수요가 있어야 한다. 그럼 국민이 계속 아파야 한다. 얼마나 웃긴 얘기인가. 국가가 아픈 걸 조장하고 방관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실정에선 예방의학이 발전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92%가 민간병원인데 이들을 국가가 흡수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유럽에서 말하는 사회주의적 의료정책이다."

[교육] "지난번 사립학교법 개정 당시 사학들이 파업하며 거리로 나갔을 때 민주노동당은 '그런 학교부터 국·공립화해야 한다'는 식으로 치고 나갔어야 했다. 그리고 서울시가 지난 4년 동안 교육관련 지원비로 강남구에 170억원을 썼고, 금천구에는 4억원을 썼다. 이걸 거꾸로 해야 한다. 못사는 구에 집중적으로 주고 강남구에는 안줘도 되지 않나. 그게 평등한 것이다."

여기까지만 보자면 부유세, 무상교육, 무상의료 등을 외쳐온 민주노동당과 김 후보의 차이는 크게 없다. 다만 김 후보는 "지금까지 민주노동당은 '확실히 좋은 세상'을 이야기했지만 그것을 이룰 '수단'에 대해선 이야기하지 않았다"며 자본주의 패러다임을 넘어서는 수단에 대해 분명한 인식을 던져주겠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이번 선거를 통해 얼마의 사람들이 김종철의 지지자가 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새로운 선거를 꿈꾸는 수백만 사람들이 나오길 바란다. 다만 사회의 그런 운영 원리가 있다는 것을 깨닫길 바라는 것이다."

김 후보는 "다수의 서민층,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빈민층을 확실히 끌어 오겠다"고 자신에 차 있다. 특히 그는 주부들을 향해 "보육도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져야 한다"며 "서울시가 오페라 하우스를 5천억원으로 짓고 있는데, 공공 보육시설 1천 개를 짓거나 인수하는 것이 더 낫다"고 말했다.

하지만 '살기도 바쁜데 쟤네는 맨날 데모만 한다'고 인식하는 '보수적인' 서민층의 마음을 살 수 있을까. 그는 자신이 민주노동당 중앙연수원장으로 있던 경험을 말했다.

"저소득층 노인분들이나 중장년층 분들을 교육하기가 가장 편하다. 제 말에 가장 호감을 가진다. 마치 한판의 굿을 하는 것 같다. 중산층들은 내게 질문을 하고 논쟁을 벌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노점상 하는 분들이나 생산직, 비정규직, 건설 노동자들은 교육하는 중에 '맞아'라며 추임새를 넣어준다. 마치 한판의 굿, 마당놀이 하는 것 같다. 하나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자신 있다."

"서울시장 권한에 매이지 않아... 대통령과도 담판 각오"

김종철 민주노동당 서울시장 후보.
김종철 민주노동당 서울시장 후보.오마이뉴스 이종호
반면 다른 당 후보들과는 "사사건건 맞붙어서 뭐가 다른 지를 보이겠다"고 말한다. 그는 이번 선거를 '미디어전'으로 치르겠다는 각오다.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 방송 TV토론이 많다는 점은 그에게 유리하다.

그 역시 여느 후보와 다를 바 없이 서울 시정 관련 '과외 공부'가 한창이다. 하지만 공부 방식이 다르다. 전문가들과 참모의 '주입식 교육'이 아닌 "제가 먼저 발표를 하면 가르치는 분들이 반론을 제기하는 방식의 토론으로 전투력을 높이고 있다(웃음)"고 말한다.

공부 주제는 서울시 현안을 비롯해 양극화 문제. 그러면서 정부의 양극화 대책에 대해 "수학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영어 참고서를 보는 격"이라며 "틀린 참고서를 갖고 나와 있다, 강금실 전 장관에게도 노무현 정부의 양극화 대책과 자신의 차이점이 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강 전 장관은 서울시정 공부를 하다보니 의외로 재밌다는 반응을 보였는데 김 후보는?

"하고 싶은 건 많은데, 서울시장의 권한이 의외로 적다. 교육문제만 보더라도 교육자치와 지방자치가 분리돼 있다. 서울시 교육감의 동의 없이는 서울시장이 뭔가를 할 수가 없다. 교육감과 교육부와 협의해서 결정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지방자치 역사가 일천하다는 느낌도 있지만 우리 사회의 주요 과제를 지방자치의 과제로 결합시키는 과정에서 재미를 느끼고 있다."

"대통령과 보수 정치권을 향해서 정치투쟁하는 시장이 되겠다, 업무의 절반은 집무실에서 절반은 거리에서 보내겠다"는 생각은 그래서 나왔다.

"의료, 교육, 주택 등에서 서울시장이 무엇을 할 수 있나 확인해보니까 워낙 중앙집권적인 국가라서 그런지 법적으로 할 것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서울시장이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이 안되는 것인지 구분하지 않는다. 시장의 권한에 머무르지 않고, 시장에게 쏟아진 열망을 바탕으로 정치적 압력으로 풀어가겠다. 대통령과 담판 지어야 한다면, 국회 앞에서 싸워야 한다면 그렇게 하겠다."

지난 2002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이 약진했다는 평가에서 한발 나아가 이번 선거에서는 "대안세력으로서의 가능성을 확연히 증명 받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여론조사에서 나오는 그의 지지율은 1.2% 대. "인물 인지도가 떨어지고 아직 민주노동당 후보라는 점이 부각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지지율 목표치를 묻는 질문에 "당연히 당선"이라며 이렇게 말한다.

"내가 던지는 화두가 향후 5년간 한국사회를 개혁하는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되길 바란다."

"난 우리당 386과도, 민노당 1세대 정치인들과도 다르다"
민주노동당 차세대 정치인 김종철은 누구인가?

김종철 후보는 노동현장을 경험하지 않고 정당정치를 바로 시작한 경우. 소위 '명문대학'을 잘 다니던 그가 사회운동을 결심한 배경은 뭘까.

"졸업을 한 학기 앞두고, 군대를 병역특례로 가게 됐다. 병역특례 회사를 3년간 다니다가 졸업을 해야 했기에 휴직을 했다. 한창 IMF 시기였는데 노동자들이 잘려 나가고, 자살하는 상황을 봤다. 내가 해야 할 일은 사회운동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엔 노동운동을 생각했지만 현장 경험이 없어서 민주노총에 들어갈 수는 없었다.

그러다가 국민승리21의 권영길 대표 비서로 일하게 됐다. 진보정당이 중요하다고 생각돼 눌러앉게 되었는데 어느 날 권 대표가 성명서를 써보라고 했다. 권 대표가 직접 '빨간 펜'으로 문장을 고쳐주기도 했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언론사업을 맡길 생각이었던 것이다."

서울시장 경선에서 김 후보의 당선은 민주노동당의 '세대 교체' 바람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그는 열린우리당 386 의원들을 향해 "아직까지 민주 대 반민주의 구도를 강요하며 서민들의 표를 구걸하고 있다"며 "자칭 민주세력이 집권을 했는데도, 양극화가 왜 심해졌는지에 대한 예측이나 성찰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민주노동당의 1세대 정치인들에게 대해서는 "패기가 없다"며 "우리와 저들이 근본적으로 무엇이 다른지 꾸준히 이야기했어야 했는데 심지어 당원들에게까지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당 지도부로서 당원들의 비판에 대해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심지어 당원게시판에서 검색해봐도 1기 최고위원들이 쓴 내용이 없다. 무슨 생각으로 당을 이끌지에 대한 제안이 없으니 당을 끌고 갈 수도 없고, 논쟁의 중심에 서지도 못한다.

당 강령에 대한 자신감 부족인 것 같다. '반공 현실에서 민주적 사회주의를 표방하면 그것을 감당할 수 있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과거 소련식 사회주의랑 현대적 의미의 사회주의는 분명히 다르다. 현재 대중은 폭발할 준비가 되어 있다. 가령 4월 28일, 대학생들의 등록금 총궐기가 있는데 '부모님과 자식들이 손잡고 같이 나오십시오'라고 왜 선동 못하나."

1970년생. △민주노동당 언론부장(1999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2000년) △용산지구당 준비위원장(2001년) △용산미군기지반환운동본부 공동본부장(2002년) △권영길 대통령 후보 선대위 대변인(2002년) △총선 대책위 대변인, 당 대변인(2004년) △최고위원, 중앙연수원장(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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