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 필자를 직접 섭외해서 책을 내는 꿈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김성균 대표.조성일
"거대한 중국이 너무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고, 그들이 그토록 부러워하는 우리가 과연 그 경제력을 얼마나 더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들었습니다. 우리도 열심히 하지만 규모가 다릅니다. 그런데 우리는 남북으로 분단돼 있어 힘이 분산되잖아요. 그래서 그때 남과 북이 서로 장점을 나누며 화해협력해야 한다 그런 생각에서 통일을 위한 일을 해야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했었습니다."
김성균씨의 이름을 기억하는 독자가 있을지 모르겠다. 1987년 학생운동에서 가장 큰 사건으로 기억되는 고려대 총학생회 기관지 <민주광장> 사건의 주인공이 바로 그다.
그는 특별한 의미 없이 법대에 들어가 우연한 기회에 가입한 서클을 통해 '지금 당장 해야할 일이 돈이나 명예가 아니라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의식화(?)됐다. 그리고 보다 대중적인 기관지를 표방하며 창간된 총학생회 기관지 <민주광장>의 초대편집장으로서 '미국 포고문'과 '소련 포고문'을 비교하면서 쓴 글 '점령군인가, 해방군인가'라는 글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으면서 철창 신세를 졌다.
이후 대학을 졸업한 그는 신문기자가 되려고 몇 군데 신문사 입사시험을 봤지만 2차에서 번번이 낙방했고, 전력 때문에 오직 한 두 신문사만 겨냥해 공부하는 그를 친구들이 극구 말리기도 했다. 한때는 사람이 많이 있는 곳에서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친구를 졸라 가락동 농수산물시장 도매법인에서 일하기도 했었다.
책 정가 5%는 북 기초의료 지원금
김성균은 지금 당장 다음 책을 준비하고 있지 않다. <우리민족 장수비결>에 좀 더 많은 힘을 쏟기 위해서다. 동생 사무실에 빌붙어 있는 말 그대로 '1인 출판사'이기 때문에 기획에서 영업까지 모든 일은 혼자 도맡아 하기 때문에 힘의 분산을 막기 위함이기도 하다.
그는 이 책을 한 권이라도 더 팔아야 한다. 앞에서 얘기한, 통일을 위한 밑거름이 거시적 목표라면, 선인세 형태로 지급된 저작권료와 별개로 정가의 5%를 북쪽의 기초의료를 지원하는 일에 쓸 작정인 미시적 목표 때문이다. 그는 지원의 공정성을 위해 북쪽 지원을 위해 여러 일을 하는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을 통해서 한다.
"북쪽에는 아주 미약하지만 저작권료, 기초의료 지원 등 경제적 도움을 주고, 남쪽에는 건강과 장수에 관한 새롭고도 소중한 정보를 줄 수 있어 남북 모두에게 도움에 되는 그런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통일이 거창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작은 일들이 켜켜이 쌓이면 가능한 일 아닙니까?"
김성균씨는 꿈이 있다. 앞으로 지금 계획하고 있는 책 10여 종을 내고 나면 북쪽의 필자와의 직접 계약을 통해 북보다 남쪽에서 먼저 책이 나올 수 있도록 해보는 것이란다. 아울러 그 반대의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김성균은 자신이 하는 일이 승산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신명을 다 바치는 것은 경제성이 없지만 매우 의미 있는 일이고, 누군가가 해야 할 일임에는 틀림없기에 그 누군가는 바로 자신이 아니겠느냐고 감히 말한다.
승산이 없는 싸움을 이처럼 즐겁게 하는 것을 보고 기자는 물을 만난 물고기라는 표현을 이럴 때 쓰라고 만들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민족 장수비결 - 북쪽에서 쓴 건강보감
강영철 외 지음,
폄, 2006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