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창선
지하철 정기권을 환급할 경우에 상식적인 선에서 합리적으로 환불받을 것이라고 기대했다가는 오히려 손해를 당할 수 있다.
지하철 정기권은 남은 기간 또는 사용 횟수에 근거해 환불받게 돼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남은 일수와 횟수라는 두 기준 중 적은 금액으로 환급해 준다는 점이다.
실제로 며칠 전 횟수로는 33회가 남았고, 일수로는 13일이 남은 정기권을 환불받은 적이 있었다. 이 경우 정기권 환급금액을 약관에 따라 아래와 같이 두 가지 기준에 따라 계산해 보았다. 서울지역 내 기본요금(12km 이내) 정기권을 기준으로 할 경우 800원의 기본요금을 계산하면 각 기준에 따른 환급금액은 아래와 같다.
일수 기준 : 35200원 - (17일 * 800원 * 2) - 50원(수수료) = 7950원
횟수기준 : 35200원 - (27회 * 800원) - 50원(수수료) = 13550원
실제로 일수와 횟수 중 적은 금액으로 환급한다는 약관에 따라 울며 겨자 먹기로 7950원을 돌려받았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정기권을 구입해서 열흘 동안 1회를 썼다 해도 환급할 때에는 10일분에 해당하는 금액을 제하고 고작 2만여 원을 환불받는 셈이다. 어쩔 수 없이 이사를 할 경우나 부득이한 사정으로 정기권을 환불받아야 하는 상황에서는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환급해 주는 역 직원이 환급에 대한 약관 내용을 자세히 설명해주지 않고 그냥 환급해 주고 있는 점도 문제다. 매표 담당 직원이라면 그러한 약관에 대해 설명해줄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정기권 뒷면을 자세히 살펴보니 뒷면에 깨알 같은 글씨로 '반환 시에는 잔여횟수를 적용 산출한 금액 중 적은 금액에서 수수료 공제 후 반환합니다'라고 쓰여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정기권 이용자들은 이러한 내용을 잘 모르고 있다. 서울시 지하철은 정기권 환급 시 일수와 횟수 두 가지 기준 중 적은 금액으로 환급한다는 비합리적인 약관을 소비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상식선에서 좀 더 합리적인 방향으로 고쳐야 한다. 그전까지는 환급고객에게 그런 약관을 제대로 설명해주어야 옳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서울지역 내에서 정기권을 사용하다가 서울 외곽지역으로 이사를 할 경우 기존 정기권은 서울지역 내에서 외곽지역으로 이동하는 편도 구간밖에 사용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예를 들면 서울-성남 방향 편도 구간은 이용할 수 있지만, 역방향 즉, 성남에서 서울방향으로의 편도구간에서는 정기권을 이용할 수 없다. 결국 사용자가 성남-서울 구간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추가로 16900원을 지급하고 정액권을 사용해야 한다.
정기권 담당자에 따르면 서울지하철공사, 서울특별시도시철도공사, 철도공사 등 수도권전철에만 4개의 운영기관이 각각의 노선/구간별로 운영하고 있어 조율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직까지 각 기관이 유기적으로 협의하지 않아 소비자들은 편도로만 이용하는 반쪽짜리 정기권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각 기관이 수익금 부분과 보조금 문제가 얽혀있기 때문에 서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각 운영기관은 원활히 협의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보편적인 환급 기준과 정기권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기권 환급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떠넘겨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민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편리한 교통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정기권제도를 시행하는 취지는 좋다. 하지만, 각 운영기관이 제대로 협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논리는 결코 맞지 않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공유하기
지하철공사, 정기권 환급 약관 어이 없어...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