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드려라! 취업의 문이 열리리라

취업의 디딤돌 - 청년층직업지도프로그램(CAP)

등록 2006.04.06 16:57수정 2006.04.06 16:58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난해 1월 초순으로 기억된다. '청년층 직업지도프로그램(CAP)' 참가자 모집으로 한창 바쁜 시간에 00대학교 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저, CAP에 참가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됩니까?”
“직접 방문하셔서 신청하시거나, 워크넷(Work-net)으로 신청하시면 됩니다”
“지금 전화로 바로 신청은 안됩니까?”

알고보니 혼자가 아니라 친구들 대여섯명이 함께 참가하고 싶다고 하여 나머지 학생들의 신청도 동시에 받게 되었다. 그외 다른 일반 대학생들도 포함하여 총 16명이 청년층 직업지도프로그램에 참가가 확정되었다.

참가자 모집이 끝나고 드디어 월요일 아침. 일찍 출근하여 프로그램 진행실에서 새로운 참가자들을 만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데, 00대학교 학생들이 제일 먼저 도착하고 9시가 되자 나머지 참가자들도 하나둘씩 도착하여 16명 전원이 참석하였다.

진행자 소개가 끝나고 참가자 소개가 시작되자, 지금까지 만나본 다른 참가자들과는 달리 첫날부터 학생들이 아주 자연스럽게 입을 여는 것을 보고 직업지도프로그램의 성공을 확신할 수 있었다.

“아니 만난 지 30분도 안 되었는데, 벌써 며칠을 만난 것처럼 자연스럽습니다. 이번 참가자들은 정말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습니다.”


참가자들과의 시간
참가자들과의 시간이기훈
첫날 프로그램을 무사히 마무리하고 내일 프로그램에 꼭 참석할 것을 약속한 후 참가자들과 헤어졌는데, 처음 본인에게 전화를 걸어 프로그램 참가를 요청한 학생들은 집으로 가지 않고 자신의 자리에 앉아 취업과 관련된 질문과 상담을 요청하였다.

5명 모두 대기업에 취업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보통 취업문제는 둘째날 오후가 되어야 이야기가 나오는데 적극적으로 관심을 나타내는 것 같아 기분도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대기업 취업만이 자신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을 보니 안타깝기도 했다.


“대기업에 취업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실력이 있어야 합니다. 지금 여러분에 대해서 자세하게 모르는 상태에서 취업이 된다, 또는 안된다 이야기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이 됩니다. 또한 대기업에 취업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직업이 무엇인가 먼저 알아보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내일 직업심리검사 결과를 보면서 여러분의 적성과 흥미에 맞는 직업들이 무엇인가 확인하고 난 후에 상담을 해보도록 하죠?”

다음날, 학생들은 자신의 능력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자료를 만들어 왔었다. 대기업에 취업하여 회계분야에서 일을 하고 싶다는 학생, 00공사에 취업하고 싶다는 학생, 증권회사에 취업하고 싶다는 학생 등 거의 대부분이 대기업 취업을 희망하였다.

학생들이 제출한 자료를 보면서 취업 가능성(의욕)이 높다는 것을 알았지만 겉으로는 “그래도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군요”라고 답하며 어제 실시했던 직업심리검사결과를 보면서 희망직업과의 연관성을 확인했다. 다행히 학생들의 적성과 흥미에 맞는 직업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직업들과 거의 일치하다는 결과가 나오자 학생들도 좋아하는 모습을 보였다.

셋째날, 본격적인 구직기술분야에 대한 상담에 들어갔다. 내용은 이력서 작성법! 이력서 작성은 취업서류 중 가장 기초적이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자신의 모든 능력을 한 장의 종이에 표현해야 하므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이력서를 예쁘게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이력서 각각의 구성항목에 어떠한 내용을 적느냐가 합격, 불합격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3시간에 걸쳐 이력서 작성을 끝내고, 자신이 작성한 이력서를 다시 검토하며 자신감을 가지는 모습을 보였다.

넷째날, 오전에 자기소개서 작성을 한 후 오후에 면접기법 교육을 실시하였다. 면접기법은 1:1 개별면접의 형식으로 진행되었고, 참가자들 모두 아침부터 오늘 모의면접실시에 대해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었던 터라 분위기가 상당히 엄숙한 상황에서 진행되었다.

실수가 연발하는 상황에서도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용기를 북돋워주고, 계속해서 완벽한 자세와 표정, 시선처리 등이 나올 수 있도록 연습하였다. 자신의 면접장면을 캠코더로 녹화하여 모니터링할 때는 모두가 배꼽 빠지게 웃으면서도 자신의 잘못을 고치기 위해 메모하는 것을 보면서 조금씩 취업에 다가가는 구직자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면접요령 강의
면접요령 강의이기훈
그날 저녁에는 자기소개서 작성에 대해 상담신청을 한 학생들과 별도의 시간을 가졌다. 색다른 자기소개서를 원한다는 것이 취지였고, 서로 머리를 맞대어 여러 가지 시도를 하였다. 결국을 파워포인트를 활용한 포트폴리오 형식의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기로 하고 시안을 만들기로 하였다. 프로그램이 모두 끝난 다음주.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선생님 지난주에 CAP에 참가했던 학생입니다. 자기소개서 파워포인트로 작성하라고 하신 것 완성했습니다. 메일로 보내 드릴테니 한번 보시고 검토해 주시기 바랍니다.”

전화를 끊고 나서 메일을 확인해 보았으나, 너무 엉성해서 자기소개서라고 하기에는 문제가 많아 보였다. 도서자료실에서 파워포인트 책을 들고 자리에 돌아와 학생이 보내온 자기소개서를 수정하기 시작했다. 아침 9시에 시작해서 오후 2시가 되어서야 1차 수정이 끝났다. 메일을 학생에게 다시 보내어 확인하도록 하였다. 다음날 아침 그 학생이 직접 자료를 가지고 찾아 왔다.

“선생님이 보내주신 자료를 기초로 다시 수정 다시 했으니, 봐 주세요.”

또 다시 수정작업에 들어갔다. 수정에 수정을 더하여 열흘이 지나서야 그 학생의 자기소개서를 완성하였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사업장에 서류를 넣었고 서류전형을 합격하였다. 결과는 전체 지원자 중 1위!

그러나 최종 결과는 불합격이었다고 한다. 1위인데, 불합격이라니 이해가 되지 않아 전화를 하니 회사 인사담당자 왈 “우리 회사에서는 1위보다는 2위가 필요하다. 2위를 채용해야 1위가 되려고 노력할 것이기 때문”이란다.

황당하기도 하고, 기가 막혀서 말도 나오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낙담할 수만은 없기에 또 다른 기업체를 두들겼다. 결국 00유통에 합격하게 되었고, 대기업에 취업하고 싶다는 본인의 꿈도 이루었다.

청년층 직업지도프로그램(CAP)이란?

5일간의 일정으로 하루 6시간씩 ‘자아탐색’, ‘직업탐색’, ‘이력서 및 자기소개서 작성법’, ‘면접기법’ 등의 취업과 관련된 내용을 집단상담을 통하여 정보를 얻거나 교육을 받는 청년층 대상 무료 집단상담프로그램이다.
함께 프로그램에 참가한 또 다른 학생은 같은 방식으로 서류전형, 면접기법 교육을 받아 국내 굴지의 대기업 00전자에 취업했다. 이 여학생도 아주 적극적이었다. 서류전형에 합격하기 위해서 서로 주고받은 메일이 그동안 십여통이나 되었던 것 같다. 서류전형 합격 후 면접연습을 위해서 이틀 동안 우리 사무실을 아침 일찍부터 찾아와 저녁 늦게 나갔던 학생으로 기억한다.

이 학생들을 보면서 자신이 원하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노력과 좌절하지 않는 용기, 그리고 문제가 있을 때에는 항상 혼자 고민하지 말고 주위를 둘러보고 도움을 요청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나의 뇌리를 스치듯 지나갔다.

많은 대학생들이 입학과 동시에 취업전쟁에 뛰어들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대학생활을 통해 취득한 다양한 사회경험들을 취업으로 순조롭게 전환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그 방법을 우리 사회가 제시해주어야 하고 디딤돌이 되어주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덧붙이는 글 | 동 내용은 노동자를 위한 연대 발간 월간 '일누리'에도 동시 송고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덧붙이는 글 동 내용은 노동자를 위한 연대 발간 월간 '일누리'에도 동시 송고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본 기자는 고용노동부 고용센터에서 근무하는 직업상담원으로 지역민의 고용안정과 실업극복을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고용서비스, 개별적 맞춤씩 고용서비스 등을 통해 우리 국민 한사람도 배제되지 않고 국가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단감 10개에 5천원, 싸게 샀는데 화가 납니다 단감 10개에 5천원, 싸게 샀는데 화가 납니다
  2. 2 산림청이 자랑한 명품숲, 처참함에 경악했습니다 산림청이 자랑한 명품숲, 처참함에 경악했습니다
  3. 3 대학가 시국선언 전국 확산 움직임...부산경남 교수들도 나선다 대학가 시국선언 전국 확산 움직임...부산경남 교수들도 나선다
  4. 4 해괴한 나라 꼴... 윤 정부의 낮은 지지율보다 심각한 것 해괴한 나라 꼴... 윤 정부의 낮은 지지율보다 심각한 것
  5. 5 '유리지갑' 탈탈 털더니...초유의 사태 온다 '유리지갑' 탈탈 털더니...초유의 사태 온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