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준이는 때로는 동생들이 귀찮대요.박미경
누구는 아이들이 웬만큼 컸으니 자기 방에 가서 혼자 자도록 하라며 11살, 8살, 5살씩이나 된 아이들이 아직도 엄마타령이냐고 야단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아직도 엄마품을 파고들고 엄마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에 나는 감사하다.
학교, 학원, 어린이집에 다녀와서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학교 숙제하랴 학원 숙제하랴, TV보랴, 컴퓨터하랴 이리저리 시간을 쪼개 쓰는, 어떤 땐 엄마아빠보다 더 바쁜 아이들이 그 시간이라도 오매불망 엄마랑 같이 있고 싶다고 하니 어찌 보면 고맙다.
중학교만 들어가도 엄마아빠와 나들이 가기 싫어하고 고등학교에 들어가기라도 할라치면 새벽별을 보며 학교에 갔다가 저녁별을 보며 집으로 돌아오는 아이들, 우리 아이들도 얼마 후면 '별보기 운동'의 선봉에 서서 엄마아빠와 얼굴을 마주칠 시간도 없을 것이다.
어쩔 땐 아이가 어서어서 자라주었으면 하고 바랄 때도 있다. 뻥튀기 기계에 넣고 뻥하고 튀겨서라도 어서어서 자라서 어른이 됐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아이가 안아달라, 업어달라, 놀아달라고 보채는 시간이 어서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전혀 없다면 거짓말일 거다).
하지만 아이가 부모 품 속에 있는 시간은 사실 그리 얼마 되지 않는다. 아이는 어느 순간 업어달라는 말도 안아달라는 말도 놀이터에 가서 같이 놀자는 말도 하지 않는다.
심지어 엄마아빠랑 뽀뽀하는 것은 물론 안아주고 엉덩이를 톡톡 두드려 주는 것도 싫다고 한다.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 아이가 엄마아빠의 손길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아이가 10살이 될 때까지 매일매일 안아주고 업어주더라도 팔십 평생 우리가 잠자는 데 할애하는 시간보다도 훨씬 적은 시간이다.